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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FA 상영 스케줄







2020/7/14




3:00 pm[잔여34석]
여름 밤, 10시 30분

10:30 P.M. Summer,1966


비비안나T





줄스 다신,Jules Dassin 감독
    
Melina Mercouri ...  Maria
Romy Schneider ...  Claire
Peter Finch ...  Paul
Julián Mateos ...  Rodrigo Palestra
Isabel María Pérez ...  Judith
Beatriz Savón ...  Rodrigo's Wife

1.85:1 wide screen/color/2.0 모노/85분
언어/Italy+France
자막/한국
번역/DRFA 365 예술극장,유감독




미치도록 매혹적인 파멸로 가는 네 사람의 여행





1964년에 발표한 <토프카피,Topkapi>가

세계적으로 생각치도 못한 메가 히트를 기록하자

줄스 다신은 차기작을 물색하던 중에

마그리트 뒤라스의 소설

<여름 밤,10시 30분,Dix heures et demie du soir en été>을 읽게 됩니다.

책을 읽은 후 무엇에 홀린 듯이 줄스  다신은

자신의 삶의 동반자이자 영원한 페르소나인

멜리나 메르쿠리와 의기투합하여

이 소설을 스크린에 옮기기로 합니다.

권태의 끝자락에 서 있는 두 부부 사이에 끼어드는

또 한 명의 주인공역을 놓고 고심하던 중

멜리나 메르쿠리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로미 슈나이더가 캐스팅 됩니다.

당시 로미 슈나이더는 1년에 3편의 영화를 찍어대던

정신 없는 스케줄을 보내던 중임에도 불구하고

언니의 남편을 뺏으려는 심약한 팜므 파탈 클레어 역에 매료되었고

결과는 완벽하게 소화해냅니다.

나만의 걸작인 '펌프킨 이터,The Pumpkin Eater'에서도

앤 뱅크로포드와 잊을 수 없는 명연기를 펼친 피터 핀치가

고독과 절망의 줄타기를 하는 주인공 폴 역에 가담하면서

이 영화는 또 한번의 <페드라>나 <일요일은 참으세요> 같은

대단한 걸작이 탄생될 것을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마그리트 뒤라스의 모든 작품이 그러하듯이

이 영화는 도저히 당대의 대중들과 호흡을 같이 할 수 없는

태생적인 생소함과 파격적 설정으로 똘똘 뭉쳐져 있었으니까요.

그해 10월 뉴욕의 한 극장에서 먼저 개봉된 이 영화는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극과 극의 평으로 나뉘어져

설전을 벌인 일화로 유명합니다.

영화는 참담한 흥행 실패를 맛보지만

멜리나 메르쿠리는 마침내 자신의 필모에서

길이 남길 수 있는 대표작이 탄생했다며

남편 줄스 다신을 위로합니다.

이후 2년 뒤, 그녀는 의기소침한 남편을 독려하여

존 포드의 밀고자를 새롭게 해석한 '업 타이트,Up Tight!'에서 열연을 펼치며

다시 줄스 다신을 세계 영화계에 화려하게 복귀시킵니다.

메카시 마녀 사냥에서 공산주의자로 낙인 찍혀

평생을 외국을 떠돌아 다니던 한 천재 감독을

일찌기부터 알아보고

그의 인생을 몇 번이나 벼랑 아래서 구해준

멜리나 메르쿠리야 말로

진정한 예술가이자 천재적 배우가 아닐까요?

특히 '여름 오후 10시 30분'에서

멜리나가 보여주는 알콜 중독자 연기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니콜라스 케이지'가

가장 많이 텍스트로 삼은 영화였다고도 합니다.

그만큼 이 영화는 차라리 요즘 시대에 개봉되었다면

오히려 제대로된 평가받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시대를 너무 앞질러간 불운의 영화였던 것이죠.

1972년 핑크 프로이드가 폼페이 공연 당시

자신들의 다큐를 찍을 촬영감독으로 애원하다시피 매달렸던

헝가리 출신의 촬영감독 가버 포가니가 잡아내는

내전에 휩싸인 스페인의 풍광은

한 장면 한 장면이 인화를 해서 벽에 걸어놓고 싶을 만큼

예술 사진 그 자체입니다.


때는 1936년 7월 스페인 내전이 한참 절정에 달할 때

한 영국인 남자가 그리스 출신의 아내와 딸,

그리고 (정확히 친 자매인지 모호한) 프랑스인 처제를 데리고

마드리드로 가려 합니다.








4사람의 전쟁중의 여행길은 때마침 찾아온 장마와 맞물려,

지루하고 텁텁하기 짝이 없습니다.

하룻밤 쉬기 위해 들어간 호텔은 내전을 피해 몰려든 여행객들로

이미 발디딜 틈도 없이 만원이었고

네 사람은 어쩔 수 없이 호텔의 마루에서 밤을 보내기로 합니다.

하지만 그날 밤, 마을에서는 로드리고라는 한 남자가

외간 남자와 간통을 하는 아내와 남자를 그 자리에서 총으로 쏴죽이고

도망쳤다는 소문이 들립니다.

그 소문을 듣는 순간 아내 마리아는 본능적으로

무엇에 홀린듯이 로드리고라는 남자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리아는 사람들 몰래 빠져나와

로드리고를 찾아서 마을로 들어옵니다.

그곳에서 마리아는 로드리고가 죽인 아내가

평소에 얼마나 마을 남자들을 후리고 다녔는지

낱낱이 듣게 되면서

더욱 더 깊이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로드리고에게 빠져들어갑니다.

그리고 호텔로 돌아온 마리아는

여느 때처럼 비내리는 호텔의 어두운 발코니에서

여동생과 불륜의 행각을 벌이는 남편을 발견하게 됩니다.

쓰라린 통증에 가슴을 쥐어뜯던 마리아는

폭우 속에서 호텔 지붕 위에서 벌벌 떨고 있는

로드리고를 발견하고는 미친 듯이 그에게 다가갑니다.


"내가 당신을 도와줄게요, 날 믿어요!"


마리아는 자신의 차로 로드리고를 숨겨

10킬로가 떨어진 들판에 로드리고를 숨겨놓습니다.


"내일 정각 12시에 다시 올게요,

그리고 우리 가족 틈에 숨어

마드리드로 가는 거에요,

알았죠?"


그리고 다음 날 , 이 사실을 남편에게 말하자

남편은 미친 듯이 화를 냅니다.

하지만 네 사람이 로드리고를 찾아갔을 때는

어느새 로드리고는 자신의 총으로 자살한 후였습니다.

이때부터 영화는 아내인 마리아가

한없이 주저앉는 것으로 급작스럽게 변화합니다.

마리아는 자신의 이 위태 위태한 결혼생활에서

로드리고가 구해줄 수 있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원작에서도 두 부부 사이에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

자세히 서술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두 부부의 대사 중에

분명 그들 둘 사이에는 몇 해전 엄청난 사건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아마도 제 추측이지만 마리아가 남편이 보는 앞에서

제 3자에 의해 끔찍한 성폭행을 당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쨌든 그 사건 이후 마리아는 술이 없으면

하룻밤도 잠을 잘 수 없는 알콜 중독자가 되고

남편은 그런 마리아를 너무도 사랑하기에


물심양면으로 마리아를 돌봅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놓지 못하기에

동생 클레어를 자신들의 사이에 끌어들입니다.

그리고 공공연히 아내는 묵인하고

형부와 처제는 불륜을 저지릅니다.

남편이 동생을 안을 때마다 마리아는

자신이 다 불타버릴 것 같아 비명을 지르면서도

결코 그녀는 클레어를 떠나보내지 못합니다.

그런 클레어는 언젠가는 형부를

온전히 빼앗을 수 있으리라 믿으며

이 위험한 여행을 계속하고요,

하지만 이런 아슬한 장치들도 그만

로드리고의 자살과 함께 모두 해체되고 맙니다.


"여보, 우리 이제 그만해요..."





(아랑훼즈 from '여름 오후 10시 30분')




완전히 지쳐버린 아내 마리아가 마침내 백기를 들자

그날 밤, 네 사람은 플라밍고가 작렬하는

마드리드의 한 바에서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며 노래를 부릅니다.

엔딩 장면에서 3명의 명배우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아, 이 시대의 배우들에게는 현대 영화사의 배우들이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어떤 아우라 라는 것이 분명히 존재하는 구나 라는 것을

목격하게 해줍니다.

인간 관계에서 특히 부부의 관계란 한번 금이 가버리면

아무리 아교풀로 붙이려 해본들

그것은 이미 부식되어버린 관계임을

이 영화는 마드리드로 가는 우울한 네사람의 여행길을 통해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이 영화를 번역하면서 내게 있어 줄스 다신의 최고의 영화는

<페드라>에서 <여름 오후 10시 30분>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영화 내내 흐르는 스페인 무곡도 아름다왔지만,

무엇보다 낡은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아랑훼즈 협주곡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내내 귓전에서 맴도는,

특히 이 뜨거운 여름에 보고나면

잠시 내가 스페인 내전에서 머물렀던 것 같은

묘한 시각적 체험도 함께 주는 이 영화를

여러분에게 추천합니다.


[DRFA,JONATHAN]
  





text by 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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