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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FA 상영 스케줄







2018/11/29




1:00 pm[잔여29석]
로마의 애수

The Roman Spring of Mrs. Stone,1961


윤진숙T(6P)





호세 퀸테로,José Quintero 감독

  Vivien Leigh  ...  Karen Stone  
  Warren Beatty  ...  Paolo di Leo  
  Coral Browne  ...  Meg  
  Jill St. John  ...  Barbara Bingham  
  Jeremy Spenser  ...  Young man  
  Stella Bonheur  ...  Mrs. Jamison-Walker  
  Josephine Brown  ...  Lucia  
  
1.37:1 wide screen/color/2.0 모노/104분
언어/UK+USA
자막/한국
번역/DRFA 365 예술극장,유감독




"테네시 윌리엄스가 비비안 리의 진짜 삶을 조명하는 듯한 착각을 주는 현실감"



이번 주에는 평소에 존경하는

두 대문호의 작품을 번역할 수 있었던

행복한 한 주 였습니다.

젊은 안소니 퍼킨스(조인성을 빼다 박았더군요)와 소피아 로렌이 열연한

유진 오닐의 1958년작  <느릅 나무 아래의 욕망>과

다른 한 편은 지금 소개하는 테네시 윌리엄스가

1961년에 발표한 <로마의 애수>입니다.

비비안 리는 이 영화를 찍은 후 65년 스탠리 크레이머의

<바보들의 배>를 마지막으로 고인이 되고 맙니다.

<로마의 애수>는 테네시 윌리엄스가 평소에

자신의 영원한 영감의 원천이라고 밝혔던

비비안 리에게 헌사하는 작품인 동시에

앞으로 펼쳐질 비비언 리의 운명을 너무도 정확하게 예언한

끔찍한 작품입니다.



평생을 연기만 해온 40대 중반의 카렌 스톤은

자신보다 스무 살이나 많은 대부호였던 남편이

심장마비로 죽자 설상가상으로

심각한 연기 인생의 슬럼프에까지 봉착합니다.

결국 그녀는 현실을 도피해서

로마의 피렌체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초호화 맨션으로 숨어들어갑니다.

테네시 윌리엄스의 모든 작품이 그러하지만

이곳 피렌체 광장에는 애시당초

<낭만>이나 <애수>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인간 욕망의 블랙 홀만이

매일 매일 뜨거운 대리석 계단에

찰싹 달라붙어 이글거립니다.

몸뚱아리 하나만 믿고 전 세계에서 몰려온 남창들이

매일 매일 이 계단에 몰려들어

저 높다란 곳의 귀족들이 사는 아파트를

한없이 올려다보다

해가 지면 다시 자신의 쉴 곳으로 돌아갑니다.






이미 폐결핵을 앓고 있던 비비안 리는

이 영화에서도 줄창 줄담배를 피워댑니다.

담배를 물고 저 아래 게토 인간 군상을 내려다보며

스톤 여사는 자신만은 저런 하찮은 부류와는 다르다고

조소를 보내는 것이 하루의 일과입니다.

이런 스톤 여사에게 마침내 제비의 종결자,

워렌 비티가 접근합니다.

물론 처음에는 이 젊은 제비의 함정에 침을 뱉으며

잘도 피해가던 스톤 여사는

엘비스 프레슬리가 노래한 것처럼

"현명한 자들은 바보들만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난 결코 그 사랑을 피할 수 없네...."

이 노랫말처럼 결국 스톤 여사는

중년의 지독한 고독에 무릎을 꿇고 맙니다.

하지만 이 무릎을 꿇는 과정이 너무도 비굴하고 처연해서

몇 번이고 화면을 꺼버리고 싶은 충동을 일게 만들 만큼

테네시 윌리엄스는 집요하게 인간 본성의 깊은 바닥을

날카로운 끌칼로 긁어댑니다.

영화의 엔딩은 차마 입에 담기에도 충격적입니다.

영화의 곳곳에 테네시 윌리엄스는 비비안 리를 두고 쓴

원작의 흔적이 고스란히 보입니다.

워렌 비티가 카렌 여사를 꼬실 때 하는 대사는

평소 비비안 리가 촬영장에서

수시로 들었던 말이라고 합니다.

"보세요, 지금도 주먹을 꼭 쥐고 있잖아요"

비비언 리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주연 배우도 없이 촬영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오디션장으로 뛰어갔을 때도

이 주먹을 꼭 쥐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녀의 각혈과 다혈질에 지친 20년간의 오랜 남편이자 동지였던

로렌스 올리비에가 떠나가는 것까지 담담하게 그려낸

이 영화는 섬뜩하기 그지 없습니다.

실제로 이 영화가 촬영중이던 그해 봄에

로렌스 올리비에는 자신보다 무려 30세나 연하인

조안 플로라이트와 세상이 떠들썩한 결혼식을 올렸고

비비언 리는 미친듯이 술과 담배에 빠져들던 시기에

이 영화를 촬영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걷잡을 수 없이 황폐해져 가는

여주인공을 연기하는 비비언 리는

보는 내내 관객들의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드는

기묘한 마력을 갖고 있는 인간 본성을 탐구하는 여배우입니다.

영화는 내내 인간이 늙어서 품위를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테네시 윌리엄스는 스스로에게 자문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테네시 윌리엄스는 말년에

연이은 작품의 혹평에 지쳐

술과 마약에 빠져들었고

결국 1983년 2월 25일 뉴욕 맨해튼에 있는 한 호텔에서

마약을 꺼내려다 약병의 뚜껑이 목에 걸려

질식해 숨졌습니다.

"그녀가 내게로 걸어오던 날

난 내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고 고백했던

로렌스 올리비에는 자신이 75살에 발표한

<한 배우의 고백>이란 자서전에서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도 로렌스 올리비에의

사진 한 장을 손에 꼭쥐고 죽은 비비언 리를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여자로 묘사하는 바람에

전세계 언론의 비난은 물론 영국 왕실에서

그의 <경> 하사를 취소하겠다는 통보까지 받는

대수모를 겪게 됩니다.


늙을수록 입은 다물고 펜대는 꺾어야 하고,

늙을수록 더욱 더 자신에게는 냉혹하고

타인에게 관대해야 함을

<로마의 애수>는 혹독하게 가르쳐줍니다.

돈과 명예를 믿고 세상을 조롱하던 카렌 스톤 여사가

한 제비에게 걸려 한없이 비참하게 무너져 가는

이 영화를 보며 힘없이 커피잔을 달싹여야 했던

모처럼의 수작이었습니다.

여러분들과 이 걸작을 속히 나누는 시간이 오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DRFA,JONATHAN]



  






text by 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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