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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2019/02/08 유감독[lev.1]






"유감독"님에게 편지쓰기

"365일 예술극장에서 행복하게!"
http://blog.naver.com/drfacokr


김수용 감독


4:3 full screen/흑백/2.0 돌비 디지틀/88분
언어/한국



"한국에도 미켈란젤로 안토니오가 있었다"




필자에게 세계 10대 느와르에 여지 없이 빠지지 않는

말타의 매나 카사블랑카와 견줄만한  

한국영화의 필름 느와르풍 영화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김수용감독의 67년 작 <안개>를 꼽을 것입니다.

다만 그곳에는 <갱>이 빠졌을 뿐,

아니다, 어쩌면 갱보다 더한 속물적 인간들이

안개의 포말 속에서 스물거리며 기생하고 있는 익명의 섬을

포진하고 있으니, 느와르의 조건은 다 갖춘 셈이죠.

거기에 팜므파탈도 있습니다.

정체불명의 국민학교 음악선생님, 윤정희는

당시로서는 탈출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몸을 파는

파격적인 정조관념의 여성으로 등장합니다.

음악은 또 어떻고, 시종 이봉조의 세련된 색소폰 연주와 함께

암울한 인간의 내면세계가 엎치락 뒤치락 버무러지죠.

서울에서 돈많은 과부를 만나 금의환양한 주인공 신성일을 기다리는 것은

여전히 고향의 텁텁한 안개와 갯벌에서 올라오는 숨막힐 듯한 습기들입니다.

그곳에서 주인공은 전쟁을 피해 비굴하게 숨죽이며 살아가던

청춘의 지난했던 한때를 회상하게 됩니다.

강렬한 흑과 백의 콘트라스트로 대비되는 섬의 풍광들은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은 관객에게 서늘한 주술을 걸어옵니다.

김수용 감독은 자신의 69번째 영화에서 가능한 모든 카메라의 기술과 편집을 동원해서

문학이 영상으로 표현될 수 있는 가에 관한 거나한 실험을 시도합니다.

숨막힐 듯 신성일의 미세한 속눈썹의 떨림까지도 표착해내던 익스트림 클로즈업은

잠시 후 언제 그랬냐는듯이 광활한 갯벌 위로 피빛처럼 번져나가는

낙조의 흐름을 역시 익스트림 롱숏으로 거침없이 잡아내곤 하죠.

지금은 세상을 떠난 이낙훈씨의 세무서 안에서의 거들먹거리는 연기는

텁텁한 안개와 함께 갈 곳을 잃은 윤정희를 더욱 더 벼랑끝으로 내어몹니다.





성공한 삶이라고 착각한 신성일은 윤정희를 통해서

그토록 이 섬을 탈출하기 위해 발버둥치던 자신의 한 때 모습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이 대목이 바로 김승옥의 원작이 말하려고 한 <무진기행>의 주된 테마가 아니었을까요?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섬니아>가 김수용의 <안개>를 보았는지 몰라도,

상당부분 모방했다 싶을 만큼의 유사성 쇼트가 발견됩니다.

백야의 알래스카에 도착한 알 파치노가 불면증으로 잠을 못이루고 고통스러워 하는 장면은

이미 우리의 신성일 선배가 완벽하게 연기해 내었습니다.

신성일이 불면으로 고통스러워 하는 장면에서

김수용은 고다르의 점프 컷을 빌려와서 시간의 무상함과 초급함을

탁월하게 표현해냅니다.

당시 특수효과의 부재 시절,

군부대에서 공수해온 연막탄으로 만들어 낸 스모그는

흑백의 안개를 창출해내는데 더없이 훌륭했으며

그 따가운 연기 속에서 가끔씩 미간을 찌푸리는 신성일과 윤정희의

대사들은 황홀하기 까지 합니다.

(김수용 감독은 이 영화를 찍고 폐병환자처럼 기침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전 선생님과 앞으로 딱 1주일간만 눈부신 연애를 하겠어요"


하지만 신성일은 그 1주일의 시간도 견디디 못하고

윤정희를 두고 무진을 도망치듯 빠져나옵니다.

그녀의 절박함을 너무도 잘 알기게,

신성일은 그녀를 그 무서운 고독 속에 방치해둠으로써

자신의 비굴했던 삶에 동참자를 하나 더 만들고 싶었던 것이죠.


그래서 <무진기행>은 아직도 대학 교양 과목의 <동서문학의 이해>에서 빠지지 않는지도 모르겠군요.

당시 외국어 대의 불어과 앙드레 파브로 교수는 <안개>를 보고나서의 충격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실로 놀라운 영화다. 마치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정사>나

<태양은 외로워>에서의 무드,

또는 알랭 레네가 <지난해 마리앤버드>에서 창조했던 미지의 시간을

김수용의 안개는 느끼게 만든다"


고 극찬에 극찬을 마지 않았습니다.

평론가 이효인이 안개가 한국영화의 근대화를 70년 앞당겼다고 한 것처럼,

안개는 너무 일찍 만들어진 우리 영화 역사의 불운한 걸작입니다.

안개를 통해 밝혀지는 한국인의 심성 속에 드리운 악마성의 예언은

실로 섬뜩함 그 자체이죠.







살아가면 갈수록 내 스스로가 신성일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던

철저한 이기주의에 물들어 가는 것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죠.

문명의 이기가 급박해질수록 마치 연어의 회귀본능과도 같이

우리가 고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은

혼탁해진 진짜 얼굴을 들여다 보고 씻어낼 수 있는 해답이

바로 <안개> 같은 클래식 속에 숨어 있기 때문이겠죠.

아시아 영화제에서 이 영화의 심사를 맡은 호세 키리노 위원장은

김수용을 잉그마르 베르히만에 비견하기도 했습니다.


40년이 흐른 지금에 봐도 너무나 세련된 음악과,

롤랑 바르트가 울고 갈 탐미적 촬영기법으로 무장한

이 놀라운 수작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영화의 제작자 김동수와 황혜미 부부가 당시 흔치 않게

미국에서 영화 공부를 한 정통파 라는 것도 한 몫을 했을 것입니다.

참, 이 영화 이후 원작자 김승옥은 <감자>를 연출하면서 감독으로 데뷔했고

제작자 황혜미는 <첫경험>으로 여류감독으로 데뷔했답니다.


이 영화에서 윤정희는 두 곡의 노래를 립 싱크로 부르는데

<목포의 눈물>과 정훈희의 <안개>가 그것입니다.

진짜 그녀의 목소리로 부르는 안개를 듣고 싶어지는군요.

<안개>의 예술성을 이어받은 오늘 날의 영화 후배들이

김수용을 능가하는 더 탁월한 심리적 미장센 영화 한 편

제대로 창출해 내지 못하는 것은

분명 21세기 한국영화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이 분명하겠죠?


[DRFA,JONAT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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