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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동정


2019/03/13 유감독[lev.1]






"유감독"님에게 편지쓰기

"365일 예술극장에서 행복하게!"
http://blog.naver.com/drfacokr


빈센트 미넬리,Vincente Minnelli 감독


4:3 full screen/color/2.0 모노/122분
"1957' Golden Globes, USA 신인남우상
1956' New York Film Critics Circle Awards 여우주연상 후보"

언어/미국
자막/한국
번역/DRFA,현주



"누구나 가슴 속에 하나씩은 품고 있을 이루지 못한 사랑에 관한 수채화빛 추억의 영화"


예전이나 현재나 학교에서 왕따는 항상 문제이다.

하긴 왕따가 어디 학교에서만 있으랴..

직장에서, 가정에서, 모임에서..

어디나 존재하는 왕따는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무형의 폭력이다.

주인공 탐은 어릴 때 부모가 이혼하여 가정부 손에 자라면서

안락하고 포근한 가정의 분위기를 모르고 자란다.

오죽하면 집 같은 기분을 느끼기 위해 삭막한 기숙사 창문에 커텐을 달아 놓았을까..

엄격하며 남자다움을 강조하는 아버지와는 달리 탐은 시와 음악을 좋아하며,

웃통을 벗은 채 럭비를 하거나 수영을 하는 또래들과는 달리

바느질을 좋아하는 섬세하고 여린 성격이다.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를 좋아하는 탐은

학생들 사이에서 시스터 보이라고 불리며 놀림감이 된다.

그런 탐을 이해하고 보살펴주는 사감 선생의 부인인 로라는

차를 권하며 끊임없이 연민과 동정을 보낸다.

힘든 시기를 탐이 스스로 견뎌내어 더 강하게 성장하기를 바라며 안타깝게 지켜보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마음 속에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을 달래주는 존재로

탐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은 남편에게서 끊임없이 바라던 사랑이 외면당함으로서 깊어지게 되고

그로 인해 로라는 남편과의 문제를 직시하게 된다.

씩씩하고 와일드한 남편은 로라의 섬세한 감정을 보듬어 주지 못한다.

몰라서도 못하지만 알면서도 표현이 서툴다.

밖에서의 일과 활동에 신경을 쓰느라 부인의 감정을 살피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에 중점을 두지 않을뿐더러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남자다움이 거칠고 씩씩한 것만 아니라 친절하고

자상한 면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로라의 절규를 귀담아 듣지 않는다.





    
로라는 탐을 보살펴주지만 동시에 위로도 받는다.

끊임없이 놀림을 당하던 탐은 친구와 논쟁을 하다가

자신의 남자다움을 인정받기 위해 술집 종업원과 밤을 지내기로 작정하고 찾아간다.

이런 행동을 하게 된 과정과 탐의 속마음을 알고 있는 로라는

술집으로 가는 탐을 막기 위해 여러 상황을 만들며 노력하지만

탐은 내면적인 감정의 혼란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만 로라에게 키스를 하게 된다.

당황한 탐은 그 길로 술집 종업원에게 가서 키스를 하고 춤을 배우는 등 법석을 떨다가

‘손이 여성스럽다’는 종업원의 말을 듣는 순간 감정이 폭발하여  자살 소동을 벌이게 된다.

로라는 탐이 그런 행동을 하도록 부추긴 주변 친구들의 잘못을 지적하며 걱정하지만

정작 학교로 불리어 온 탐의 아버지는 아들의 그런 일탈을 남성성의 발현으로 받아들이며

진정한 남자로서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흐뭇해한다.  

도망치듯 숲속으로 달려가 자신만의 비밀장소에 엎드려 있는 탐을 찾아낸 로라는

탐을 위로하고 진심을 전하지만 동정심이라고 생각한 탐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주저하던 로라는 탐에게 자신이 줄 수 있는 최선의 것을 마음에 담아 선물한다.

‘세월이 흘러 오늘을 회상할 때,

부디 아름답게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는 말을 하면서 로라는 탐에게 키스를 한다.

이 영화는 성인이 된 탐이 동창회에 참석하느라 학교를 방문하여

자기가 사용하던 기숙사를 둘러보며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오랜만에 사감선생을 찾아가서 부인 로라의 안부를 물어 보니

탐으로 인해 자신의 문제를 직시한 로라는 남편 곁에 머물지 못하고 떠난 상태이다.


로라와 탐의 사랑은 단순하지 않다.

학생과 스승의 부인이라는 관계 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는 안타까운 사랑,

천성적인 배려심과 섬세함으로 보살핌과 위로를 주고받는 모성적인 사랑,

감정의 울림이 같은 사람끼리 어쩔 수 없이 끌리는 운명적인 사랑..

이런 여러 가지 사랑들이 녹아 있기에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밀며 비난을 하기는 어렵다.  

이 영화를 보면서 겹쳐지는 다른 영화들이 몇 있었다.

더스틴 호프만이 출연한 영화 ‘졸업’은

중년의 여성을 통하여 한 남자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다루는 부분이 오버랩 되고,

탐의 기질은 고려하지 않고 아버지의 생각과 가치만 밀어붙이는 장면에서는

키팅 선생이 나오는 ‘죽은 시인의 사회‘가 떠올랐다.

그리고 남편 곁을 떠난 로라의 이야기에서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겹쳐진다.

물론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나오는 프란체스카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남편 곁에 남아 최선을 다한 삶을 살았다.

한 영화에서는 남편을 떠나고, 또 다른 영화에서는 남편 곁에 남았지만..

그 저간에 흐르는 감정의 기류에는 공통점이 있다.

스스로의 감정을 직시하는 용기, 그리고 자신의 선택에 충실할 수 있는 용기..

문제의 본질을 정직하게 들여다보고

정확하게 판단한다는 것은 한번 뿐인 우리들의 인생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이 영화는

의미의 중첩과 상징, 은유, 과거와 현재의 시점이 서로 교차해가며

복잡하게 줄거리를 풀어나가는 요즘의 영화와는 달리

보는 동안 긴장을 하거나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오래된 친구들과의 좋은, 편안한 영화감상,

거기에 곁들인 하와이안 코나 커피..

갯벌의 다소 쓸쓸한 정취, 눈이 내릴 듯 한 회색빛 하늘..

예상대로 친구들 역시 DRFA의 매력에 푹~ 빠졌다.  


[DRFA관객,박성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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