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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9 유감독[lev.1]






"유감독"님에게 편지쓰기

"365일 예술극장에서 행복하게!"
http://blog.naver.com/drfacokr


구로사와 아키라,Kajirô Yamamoto, Akira Kurosawa (uncredited)  감독

Hideko Takamine        ...        Ine Onoda
Kamatari Fujiwara        ...        Jinjiro Onoda, Ine's father (as Keita Fujiwara)
Chieko Takehisa        ...        Saku Onoda, Ine's mother
Kaoru Futaba        ...        Ei, Ine's grandmother

2.35 : 1  screen/흑백/2-Track MONO/129분
언어/일본
자막/한국
번역/DRFA,조학제




"소문으로만 회자되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실질적인 데뷔작"



이 영화는 평론가 양윤모 선생님 때문에 알게된 영화입니다.

양선생님은 현재 문화의 불모지 제주도에서 한 달에 서너번씩 제주시의 한 서점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미지의 영화를 발굴해서 강의하고 계십니다.

제주에 계신 분들은 꼭 한번 참석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선생님의 영화 발굴 심미안이 깊고 탁월하시네요.

저는 적어도 평론가라면 지금 말도 안되는 웹툰 기반의 빈약한 최신 영화에

카피라이터들이나 할 20자 평에 체력을 소진할 것이 아니라

양윤모 선생님처럼 대중들에게 미지의 걸작들을 찾아내서

소개하고 개안시키는 일종의 선지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평소에 여러 차례 이 지면을 빌어 필설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의 시네마데크가 대중들로부터 차갑게 외면 받는 이유는

더이상 프로그래머들은 공부하지 않습니다.

내가 선재 아트센터시절부터 봐왔던 프로그램들이 연신 재탕 삼탕되고 있습니다.

관객이 진심으로 목말라하는 미지의 영화들은

더 이상 깊은 우물 바닥에 가라앉은 채 발굴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역할을 시네스트 같은 자막 동호회의 번역가들이 담당하고 있는 시대입니다.

이런 시점에서 저는 더 늦기 전에 시네마데크는 양윤모 선생님 같은 분을

프로그래머로 영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말>을 번역하면서 그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답니다.


양선생님의 소개글에 의하면 이 작품은 구로사와의 스승인 Kajirô Yamamoto가

1년에 여러 작품을 감독하는 바람에 구로사와에게 거의 대부분을 맡겼다고 하네요.

특이한 것은 봄,여름,가을,겨울의 촬영 감독이 각각 다르다는 겁니다.

토오사와 히로미츠가 봄을

미무라 아키라가 여름, 스즈키 히로시가 가을 분량을

이토 타케오가 겨울을 찍었네요.

거의 소실되다시피한 필름을 토호사가 이번에 복원한다고 했지만

화질과 음량은 마치 옛날 변사 시절의 필름을 보는 듯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네요.

태평양 전쟁의 극한 상황으로 치닫던 때여서

군국주의자 수상 도조 히데키 장군의  ‘명마’에 관한 어록이

영화 서두에 등장합니다.

이때부터 구로사와의 극우적인 기질이 다분히 묻어나네요.

그의 <8월의 광시곡>을 보면

리차드 기어까지 동원해서 원폭으로부터 오롯이 피해받은 것은 일본 국민이며

미국은 가해자라는 반성없는 태도로 많은 대중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죠.








명마의 유명한 본고장 일본 동북지역 이와테 현을 배경으로

가난한 오노다 집안의 말에 관한 애정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 일본이나 한국이나 보릿고개를 넘는 가난한 가장의 어깨는

한없이 무겁네요.

이제 겨우 열 살의 오노다의 장녀 ‘이네’는 서러브레드(잉글랜드-노르만) 종의 말이

경매에 높은 가격으로 팔리는 것을 지켜보며

저 말의 새끼만 분양받으면 자신들도 가난을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미 말 ‘하나카제(花風)’를 키워주면

이듬해 봄에 새끼를 주겠다는 이웃의 약속으로

이네는 열심히 어미 말을 돌봅니다.

겨울에 먹이가 없어 죽어가는 병든 ‘하나’를 고치려고

혹한의 겨울에 멀리 온천으로 가서 폭설을 파헤치고 푸성귀를

뜯어오는 이네의 열정 앞에 나태한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이듬해 봄, 하나가 망아지를 낳는 장면이 생생하게 나오는데

이 장면부터 이미 구로사와 아키라의 집요한 디테일 장인 정신이 나타납니다.

우리는 그의 걸작 <천국과 지옥>을 통해 그가 얼마나

디테일의 장인인지 경험한바 있죠.

마침내 태어난 망아지를 코조라고 이름 붙이고

이네는 마치 자신의 친동생처럼 코조를 키웁니다.

이네는 코조와 함께 자신의 삶을 계획했지만

계속되는 가난의 연속성은 결국 이네의 아버지를 빚쟁이로 내어몰게 되고

이네는 결국 그토록 사랑하는 코조를 경매장에 내어놓습니다.

경매장에서 코조의 경매가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능가하여

이네에게 놀라운 부를 가져다 줍니다.

그렇게 팔려가는 코조를 멀리서 지켜보는 이네의 안타까운 표정을 잡으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이 영화를 끝으로

길고 긴 조감독 생활을 마감하고 마침내 <스가타 산지로>로 거장의 행보를 걷기 시작합니다.

이토록 희귀한 필름을 직접 구하시고 소개해주신

양윤모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조학제 제독님의 번역은 점점 더 겨울에 꼭대기에 매달린

겨울홍시처럼 완숙미를 더해갑니다.


[DRFA,JONATHAN]












 조학제



delete 2021/01/10
플롯트도 좋지만 일본 동북지방의 사계 경관,

망아지 코조가 출생 후 일어서는 과정의 치밀한 묘사,

시집가는 신부가 말을 타고 가는 장면,

전원생활의 소박함, 마츠리(축제)의 흥겨움,

대가족과 이웃의 삶 등, 민속과 전통문화가 특히 흥미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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