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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검도 영화관 -류해욱 -


2019/11/22 조송희K144[lev.6]






"조송희K144"님에게 편지쓰기

"사진찍고 글 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데 가까운 곳에 이런 영화관이 생겼다니 참 기쁘네요. 자주 들르겠습니다.
"


                                    -시인이자 번역가이기도 한 예수회의 류해욱신부님이 다음카페에 올린 글을 퍼왔습니다. -

  

   2년 전 바이탈 팀이랑 강화도 동검도에 갔었습니다. 조송희님의 초대로 간 동검도에서 아주 아름다운 영화관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밖의 풍경은 강화갯벌과 드문드문 갈대숲이 보였습니다. 영화관의 이름이 특이했습니다. ‘DRFA 365 예술극장’이었습니다. 정말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 붙인 이름이었습니다. DRFA는 약자로 ‘디지털 리마스터링 필름 아카이브(Digital Remastering Film Archive)’이라는 뜻입니다. 영화관을 상영하는 목적이 점점 분실되고 사라져가는 세계의 고전을 찾아서 관객에게 소개하고 상영하려는 것이었다고 했습니다.

   예술극장의 주인은 유상욱 씨라는 사람인데 ‘조나단 유’라는 영화 이름을 쓰는 시나리오 작가이자 음악가이며 영화감독입니다. 그는 시나리오 “수강생들이 꼭 봐야 할 소중한 고전들이 분실돼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안타까워하던 차에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유상욱 씨는 “시나리오 스쿨과 DRFA는 힘을 합쳐 전 세계의 고전, 예술, 작가주의 영화를 찾아서 복원하려는 취지로 몇몇 회원이 십시일반 힘을 모았다.”고 설립 과정을 전했습니다. 관객석은 60석 정도로 비교적 아담한 편입니다.

   2년 전 본 영화는 ‘Vaya Con Dios’, ‘신과 함께 가라’였습니다. 그 영화는 한적한 독일의 칸토리안 수도원에서 시작합니다. 성가를 통한 찬양과 기도를 수행 방법으로 하는 칸토리안 수도회는 가톨릭교회로부터 파문당해 2개의 수도원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인 독일 칸토리안 수도원, 원장 수사님이 죽자 나머지 3명의 수도자들은 교단의 보물인 규범집을 챙겨들고 마지막 남은 이탈리아의 수도원을 향해 떠납니다.

   ‘신과 함께 가라 (Vaya con Dios)’는 3명의 수사님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세상의 길에서 겪는 갈등과 방황, 성장을 다루고 있는 말하자면, 로드 무비입니다. 이 영화의 감독은 예기치 않은 사건을 연속적으로 겪는 수도사들의 변화를 통해 그들의 인간적 성장을 그리고 있습니다. 참 재미있는 것은 예수회 신부가 이 영화를 보고 영화 평을 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학문에 대한 열정이 강한 벤노 수사, 지적이지는 않아도 순박한 타실로 수사, 어린 나이에 수도원에 들어와 아직은 세상에 호기심이 많은 아르보 수사, 처음으로 수도원을 떠난 그들을 향해 세상은 유혹의 손길을 내밀고 있습니다.

   타실로 수사는 30년 만에 만난 어머니 곁을 떠나지 못합니다. 벤노 수사는 예수회라는 큰 수도회 앞에서 갈등과 유혹을 느낍니다. 아르보 수사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여기자 키아라와 사랑에 빠집니다. 세 가지 서로 다른 유혹에 빠진 수사들은 엄청 헤매고 방황하면서도 결국 ‘유혹’을 딛고 일어섭니다.

   아르보 수사의 혼돈과 갈등은 수사의 이야기를 뛰어넘어 진정한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을 찾기 위해 헤매는 사람의 여정을 들려줍니다. 수사도 여성과의 사랑에 빠지냐고 묻는 아르보에게 벤노는 “가능, 불가능의 문제가 아니지. 문제는 자기가 원하는 게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스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던 아르보는 결국 수도원을 나와 제 길로 갑니다. 신과 함께 그는 떠나지요. 아르보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자유를 깨달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Vaya Con Dios’, ‘신과 함께 가라’는 영화 제목은 의미심장합니다.

   영화에서 벤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성당에 모인 3명의 수사들이 함께 성가를 부르는 장면은 압권입니다. 마지막에는 다른 길로 이끌지만. ‘Vaya Con Dios’, 신은 언제나 그들과 함께 합니다. 이 영화는 종교적 주제였지만 코믹한 영화였습니다.





(주인장 조나단 유)





   이번에 본 영화는 ‘슈만과 클라라’였습니다. 11시 30분 시작이었습니다. 시작을 유 대표가 직접 피아노를 연주로 하면서 열었습니다. 오늘의 영화 ‘슈만과 클라라’의 주제곡을 연주합니다. 저는 오랜 만에 흑백영화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어제 비가 내리고 스산했지만, 오늘은 아주 맑았습니다. 비록 조금 추웠지만 동검도로 향하는 저의 발길은 가벼웠습니다. 오늘의 영화 ‘슈만과 클라라’는 참 사랑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사랑은 온갖 역경과 반대에 부딪혀도 굳세게 지켜서 얻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일곱 명의 아이들을 낳아 정신없이 키우는 클라라는 전혀 계산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 유 대표가 모든 연인들이 클라라의 사랑을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던 것입니다.

   그녀의 사랑은 인내하고 헌신하는 사랑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사랑이고 제자 브람스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깊이 있는 사랑이었습니다. 남편을 위해 자신의 연주를 포기하고 가정을 지키는 클라라와 작곡의 길로 한 순간도 쉬지 않고 걸어가는 슈만과 사랑을 위해 한 여인을 묵묵히 지켜주는 브람스가 가져다 준 감동은 매우 컸습니다.

   슈만의 곡이 이렇게 우리 가슴에 남아 있게 된 것은 클라라라는 여인의 헌신적인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슈만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슈만의 곡을 클라라가 계속 연주하고 슈만을 알리려고 애썼다는 사실은 정말 감동스럽습니다. 우리가 음악에 취해 있는 동안, 아니 감동스러운 영화를 보는 장면 안에 사랑의 위대함이 절로 전해져 왔습니다. 클라라는 마지막까지도 브람스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자기가 한 사람만의 여자라는 것이지요. 브람스가 아이들이 다 자기를 좋아한다고, 당신은 내가 필요하다고 외치는데 클라라는 나는 한 사람의 아내였다고 묵묵히 말합니다.

   클라라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내의 길을 끝까지 지켜 나갔습니다. 그 남은 생애를 오로지 슈만을 위해 연주하는 클라라의 모습에 숙연해졌습니다. 사랑이란 그렇게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고 한 치의 타협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배우 캐서린 헵번의 피아노 솜씨는 전문가를 능가하는 탁월했습니다. ‘아. 이 배우가 이렇게 내게 감동을 주는구나,’생각하며 영화를 봤습니다. 그녀는 2년을 이 주인공 역할을 위해 피아노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진정 배우가 아름다운 것은 그 역할을 다할 때입니다. 마지막 연주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슈만이 작곡한 ‘트로이메라이’이었습니다. ‘트로이메라이’는 ‘꿈’이라는 뜻입니다. 11살 난 왕자 앞에서 젊은 작곡가였던 슈만의 곡을앵콜 곡으로 쳤었는데, 이제 황제가 된 그 앞에서 원숙한 클라라가 다시 그 곡을 연주할 때는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녀, 클라라는 마지막 고별연주를 하면서 자신이 가슴이 벅차올라 터질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유 대표는 극장을 열게 된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제가 20대 젊은 시절에 거제도에서 방황하던 어느 날 신문을 펼쳤더니, 시나리오 공모전을 하였습니다. 상금은 그 당시 아파트 두 채 값이었습니다. 거기에 응모해 당선됐습니다. 그 시나리오를 가지고 영화를 만드신 분이 바로 부산 영화제의 총감독을 맡은 김동호 감독님이었습니다.”

  점심으로 선두리 횟집에서 회를 먹고 직지사를 향했습니다. 마침 입구에서 전기공사를 하여 차가 들어 갈 수 없었습니다. 한 30-40분 걸린다고 하여 이왕 온 김에 걸어 올라갔습니다. 무척 가파랐습니다. 처음에는 운동 겸 그냥 올라갔는데, 정말 힘들었습니다.

   땀을 식힐 겸 앉아서 한참 앉아 바다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저는 두 사람의 신자들을 놓고 강론을 하였습니다. 강론에서 조지훈의 ‘병에게’라는 시를 읽어 주었습니다. “생각 내캐거든 언제든지 찾아 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리 다시 인생을 애기해 보세그려.”

  잠깐 나누면, 대충 이런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인생의 달관과 여유이지요. 제가 감히 어떻게 조지훈의 인생의 깊은 이해에 가까이 갈 수 있겠습니까마는 이 시에 어느 정도 공감합니다. 비록 어두운 음계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는 우울한 친구이지만, 그 병이라는 친구가 들려주는 생의 외경에 대한 가르침에 귀를 기울려야 한다는 것을 저도 제 체험을 통해서 조금은 알게 되었지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습니다마는 우리도 아플 때가 있고, 또 우리 주변에 아픈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우리는 우리가 병들어 고통을 체험하거나 가까운 사람들 중에 아픈 사람들을 보면서 정말 우리가 건강하다는 것이 얼마나 큰 하느님의 축복인 줄을 깨닫게 됩니다.

   또한 우리의 고통과 아픔을 주님께 맡겨 드릴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겠습니다. 궁극적으로 우리를 치유해 주시는 분은 주님이시지요. 주님이 때로는 의사들의 손을 통해, 때로는 따뜻한 어머니의 약손을 통해 우리를 낫게 하십니다.

   오늘 동검도 영화관을 소개하오니, 언제 생각 내키거든, 한 번 같이 가시지요.

  













 유감독



2019/11/22
정말 멋진 리뷰네요...
그 까다로운 구글 종합 평점도에서 4.5에 가까운 퍼펙트 스코어를 받아내기까지
모든 스탭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관객을 맞이했죠.
앞으로도 더 잘 하라는 채찍의 리뷰로 받아들여야 겠네요...
멋진 리뷰 감사합니다.
송희님 아니었으면 진정 모르고 지나갔을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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