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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월자들


2020/10/22 유감독[lev.1]






"유감독"님에게 편지쓰기

"365일 예술극장에서 행복하게!"
http://blog.naver.com/drfacokr


디노 리시,Dino Risi 감독

1.85 : 1 screen/흑백/MONO/105분  
"1963' David di Donatello Awards 남우주연상
1963' Italian National Syndicate of Film Journalists 남우주연상
1963' Mar del Plata Film Festival 감독상
1963' Thessaloniki Film Festival 그랑프리"

언어/Italy
자막/한국
번역감수/DRFA,김교수




"이제는 전설이 된 영화, 하지만 조나단 유가 극혐하는 영화"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온 지도 어연 60년에 육박하는 군요.

놀랍게도 그토록 독창적이라고 믿었던 아메리카 뉴시네마의 서두를 알렸던

데니스 호퍼의 <이지 라이더>가 뻔뻔하게도 이 영화를 표절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인터넷이 없었던 시절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당대의 평론가들은 단 한 사람도 이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일까요?

두 영화를 두 대의 모니터에 동시에 플레이시키면

두 주인공이 내뱉는 대사의 이질감과 세상을 조롱하는 다이얼로그,

카메라가 잡는 쇼트와 달리는 차에 카메라를 매달고 찍은 추격 씬,

그리고 편집에서의 과감한 점프 컷을 사용한 몽타쥬 이론이라던가...

무엇보다 엔딩의 황당한 비장감까지

데니스 호퍼가 Il sorpasso를 보고 받은 감흥은 대단했다 봅니다.

물론 이건 완벽하게 조나단 유의 착각일 수도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늘 데자뷔라는 아무도 속단할 수 없는 예외의 현상이란 게 있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1969년 당시 데니스 호퍼가 <이지 라이더>를 갖고 세상에 나왔을 때

세상은 다 놀랬죠.

대체 이런 참신한 영화를 어떻게 일개 신인 배우가 만들 생각을 했을까?

그 의문은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의문은 왜 이토록 놀라운 데뷔작을 만들어낸 데니스 호퍼는

왜 그토록 일찍 단명하고 말았을까?

무엇이 그의 천재에 가까운 뮤즈의 영혼을 빼앗아 가버린 것일까?

해답은 바로 그가 디노 리시의 <추월자들>을 표절을 하지 않았고서야

도저히 답이 형성되지 않는 질문입니다.









<아무르>에서 백발이 성성한 가슴 아픈 할아버지 연기를 해서

우리 모두를 감동시켰던 Jean-Louis Trintignant이 정말로 풋풋할 때 출연한 영화입니다.

그는 Roberto Mariani 라는 내성적인 법대생 청년 역을 연기합니다.

이 영화는 수도 없는 <만약에>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영화죠.

8월 15일,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성모 마리아가 승천한 대축일(이탈리아는 우상의 국가죠, 역사 문헌 어디에도 성모 마리아가 승천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의 아침에

로베르토가 자신의 베란다 창문을 열지 않았다면,

로베르토는 그렇게 참혹한 종말을 맞이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제 막 명문대 법학과에서 입학한 로베르토는 수줍음 많고 소심한 청년이죠.

그는 자신의 집 앞에서 서성이는 한 중년의 남자를 발견합니다.

비토리오 가스만이 연기하는  Bruno Cortona는 로베르토에게 친구에게 전화를 해야 하는데

전화 한 통만 쓸 수 없냐고 말합니다.

그렇게 우연히 알게 된 브루노와 로베르토...

이 영화는 박찬욱이나 봉준호, 나홍진 같은 감독이 즐겨 사용하는

관객의 뒤통수를 쳐야 한다는 강박관념의 플롯이 난무하는 영화입니다.

브루노는 뜬금없이 로베르토에게 자신의 컨버트블을 타고 딱 하루만 드라이브를 하자고 제안합니다.

갈등하던 로베르토는 브루노의 차에 타게 되고

이때 부터 두 사람은 축제로 모든 사람이 떠나버린 텅 빈 로마 시내를 질주합니다.

1950년 피닌파리나가 디자인 했다는 이제는 전설이 된 컨버터블 자동차, 란치아 오렐리아!

V6기통에 2,451cc, 최고속도 180km로 딱 256대만 생산되었다는 차...

그 차를 타고 두 사람은  미친 듯이 로마 시내를 달립니다.

이지 라이더에서 와트와 빌리가 마약을 판 돈으로 여비를 마련해

서부개척사로 완성된 미국에 반항하면서

서부에서 꺼꾸로 횡단을 해나가듯이

Il sorpasso에서도 두 사람은 로마에서 시작해

라치오와 토스카나 해안을 가로 질러 역으로 순행합니다.

이지 라이더에서 순결했던 와트가 악으로 대변되는 빌리에게 조금씩 염색되어 가는 것처럼

Il sorpasso에서도 순결했던 로베르토는 조금씩 악의 결정체인 브루노의 삶의 방식에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젖어나갑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연대가 깊어갈수록 로베르토는 브루노의 실패한 과거사를 알게 되죠.

세상을 다 가진 듯이 자유롭게 행동하는 브루노에게는 실패한 결혼과

그 사이에 딸이 하나 있음도 알게 됩니다.

영화에는 이지 라이더에서 갑자기 끼어든 잭 니콜슨처럼 중간에

이들 사이에 침입하는 로베르토의 친척도 등장합니다.

이지 라이더에서 와트와 빌리가 이제는 완전히 정신적으로 유대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비참한 종말을 맞이하는 것처럼

Il sorpasso의 엔딩도 어처구니 없고 참혹한 종말로 막을 내립니다.


제가 번역해서 소개했던 <여인의 향기>에서도 그랬지만

디노 리시 감독은 인생을 예찬하기 보다는 인생에서 늘 살아남는 것은 <악>이라는 논리를 가진

다소 사악한 감독입니다.

그의 영화 전반이 다 그렇급니다.

그래서 조나단 유는 디노 리시의 영화는 일단 경계를 하고 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생에서 늘 승리하는 감독들은 착한 감독들보다는

이런 사악한 부류의 감독들이죠.

한국만 봐도 알 수 있죠.

인생에서 그래도 선을 행하고 선을 추구하고 고난을 인내하고 견디어내어야 한다고 말하는

감독은 모조리 실종되었죠,

자본주의의 냉혹한 먹이사슬이 그들의 숨통을 끊어버린 것이죠,

지금 살아남은상위 몇 퍼센트의 감독들에게서 디노 리시식의 사고를 읽을 수 있는 것은 아주 쉽습니다.

조나단 유는 그래서 IMDB의 평을 어떤 면에서는 극단적으로 혐오하죠.

이런 영화에 8.3을 던지는 관객들은 이미

인생에서 악이 승리한다는 깊은 좌절감에 중독되어 있죠.

이 영화는 단순히 악이 승리한다는 그 논지를 넘어서서

대사 하나 하나가 징글 징글하도록 인생은 그렇게 진지하게 살 필요가 없으며

진지하게 사는 그런 인간들을 바보로 몰고 가고 있습니다.

백해무익이라는 표현이 있죠,

이 영화가 조나단에게는 딱 그런 영화였답니다.

아니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안 본 눈을 사고 싶은> 그런 영화였답니다.

그만큼 감상 자체가 정신적으로 피곤했던 영화였습니다.



[DRFA.JONAT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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