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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a wondeaful world! (영화 리퀘스트를 보고~)


2021/01/05 조송희T144[lev.6]






"조송희T144"님에게 편지쓰기

"사진찍고 글 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데 가까운 곳에 이런 영화관이 생겼다니 참 기쁘네요. 자주 들르겠습니다.
"






이상하게 가슴이 설렌다. 마치 숨겨둔 애인을 보러 가는 것 같다. 초지대교를 지나고 동쪽 해안가로 들어서자 길 왼쪽으로 갯벌이 활활 펼쳐진다. 축축하고 검은 땅은 더 반들거리고 응달이 진 곳은 바닷물이 하얗게 얼어붙었다. 아름답다. 그리고 아득하다. 갯벌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은 겨울이다. 동검도 가는 길이 가장 아름다운 때도 겨울이다. 눈이라도 내리면 이 길의 풍경은 환상적이다. 눈 덮인 갯벌풍경이 이 세상 같지가 않다.

갯벌을 지나고, 섬 입구의 갈대밭을 지나고, 좁은 마을길을 지나면 영화관이 보인다. 그 아름답던 정원의 꽃들은 다 지고 테라스의 포도나무도 검은 줄기만 남았다. 삐걱거리는 영화관의 문을 연다.  이 극장의 문을 여는 순간은 언제나 한 50년 전 쯤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좁은 카운터, 그 자리에 영화관의 주인장 유감독님이 무심히 앉아 있다. 주방에 있던 윤 실장님이 씨익 웃어준다.(이 분이 크게 웃는 걸 아직 못봤다) 왠지 마음이 울컥해진다.

몇 달만이다.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그토록 애정 하는 동검도 예술극장에 발걸음을 끊다시피 했다. 간간히 극장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1년 365일, 불을 밝힌 고향집처럼 하루 두 세편씩, 끊임없이 영화는 상영되고 있었다. 휴우~ 그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잘 버텨주고 있어서 다행이다. 아니다 너무 고맙다. 살아남아줘서. 그동안 내가 사랑하는 예술영화관들이 속절없이 문을 닫는 걸 수없이 지켜봤다. 더 이상 잃고 싶지 않다. 그 귀한 공간들을.

지금도 코로나는 3차 대유행중이다. 오늘 내가 볼 영화는 ‘에밀졸라’ 1930년대 흑백영화인데 손님이 한 사람도 없다. 내가 신청하고, 한사람이 더 신청한 걸 봤으니 관객은 두 사람이다. 2시 30분 영화인데 오늘은 일찌감치 왔다. 텅 빈 영화관에서 혼자 함박스테이크를 먹고, 커피를 마시고, 윤실장님의 어머니가 보내주셨다는 식혜를 두 컵이나 마시며 가지고 온 책을 봤다. drfa의 커피 맛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지만 난 이 곳의 함박스테이크가 참 좋다. 40년 전 쯤에 레스토랑이라는 곳에 처음으로 갔을 때 맛보았던 그 맛, 딱 그 추억의 맛이다. 더구나 원제스님의 책도 만만찮은 맛집이다. 세계일주 여행기 ‘다만 나로 살 뿐’이 나를 저 먼 다람살라, 잊을 수 없는 그 땅으로 다시 데려다 준다.





영화를 시작하는 시간이다. 극장 안에 들어갔더니 유감독님이 나를 부른다.
“송희님, 송희님~~ (이 분이 뭔가 할 말이 있는 때는 늘 이렇게 시간차를 두고 이름을 두 번 부른다) 에밀졸라 필름이 날아갔어요. 지금 송희님에게 딱 맞는, 꼭 보여드리고 싶은 영화가 있는데 그걸 보실래요?”
헐~~ 이 극장에서는 심심찮게 있는 일이다. 물론 콜! 내 영화취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유감독님이다.
이렇게 본 영화가 리퀘스트이다. 사실 이 영화는 오래 전에 봤다. 그런데도 처음 본 영화처럼 새로웠다. 마스크 아래로 흘러내린 눈물이 입가를 적시도록 울다가, 실없이 자꾸 웃었다. 인간이 너무 아름답다. ‘울지마 톤즈’ 이후 가장 눈물을 많이 흘린 것 같다. 그래, 인도영화가 이랬지...

리퀘스트는 2010년에 제작된 인도영화다. 영화는 ‘나를 안락사 시켜 달라’는 주인공의 청원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이튼은 14년째 사지가 마비된 불구의 삶을 살고 있다. 세계최고의 마술사로 명성을 날리던 그는 절정의 순간에 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었다. 병상에 있던 14년 동안 이튼은 책을 쓰고, 강연을 하고, 라디오 DJ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사람들은 이튼을 통해서 삶의 의미와 감사를 찾았다. 그는 살아있는 전설이 되었다. 그런 그가 이제는 이 고통스런 삶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더 이상은 살고 싶지 않다고, 법원에 리퀘스트(청원)를 한다. 그에게는 12년 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헌신적으로 간호하며 곁을 지키는 아름다운 소피아가 있고, 사랑하는 벗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이튼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가 없다. 혼자서 몸을 움직이는 것은 물론 손가락하나 까닥할 수 없는 삶을 그는 이제 포기하려고 한다. 인간에게 존엄하게 살 권리가 있다면 존엄하게 죽을 권리도 있다고 말한다. 안락사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던 인도사회에 그의 리퀘스트는 충격이다. 여론은 들끓고 그는 이중인격자로 매도당한다.

하지만 그는 죽을 권리를 향한 리퀘스트를 포기하지 않는다. 여론도 결국은 그의 편이 된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그토록 죽음을 갈구하는 그가 느끼는 세상의 아름다움이다. 바람은 부드럽고 연초록의 들판은 향기롭다. 음악은 달콤하고, 춤은 황홀하고, 여인은 아름답다. 불구인 그가 말한다.
‘섹스를 하고 싶어.’
‘what a wondeaful world’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를 이튼이 부른다.
나무는 푸르고, 장미는 붉고, 하늘은 파랗다. 얼마나 멋진 세상인지~~
그의 노래를 듣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세상이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그의 불행은 더 처절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내 엄마를 생각했다. 내 엄마는 치매다. 과거의 기억을 잃어버린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생명보다 더 사랑하던 자식도 알아보지 못한다. 엄마의 기억은 벤자민 버튼의 시계처럼 점점 거꾸로 간다. 엄마는 갓난아기가 되었다. 자식을 눈앞에 두고서도 먼 산만 바라보는 우리엄마,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천진한 아기처럼 웃는 우리엄마. 엄마는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하던 사람이다. 지금 자신의 모습을 알면 어떤 기분일까? 듣지 않아도 대답은 뻔하다. 엄마는 이런 날들을 결코 견디고 싶지 않을 것이다.  엄마를 보면서 인간의 존엄성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이렇게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생각했다. 그렇다고 죽음을 택할 것인가? 그건 또 아니다.  엄마가 조금이라도 더 우리 곁에 계셨으면 좋겠다. 엄청난 딜렘마다.

떠날 때도 아름답게, 파티를 하듯 즐겁게 떠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삶이 그랬던 것처럼 죽음도 내가 미리 준비하고 선택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what a wondeaful world!

(이 영화에도 인도 영화 특유의 춤과 노래가 있지만 다른 인도 영화들처럼 밑도 끝도 없이 춤추고 노래하지는 않는다. 환상적인 노래와 춤, 아름다운 영상은 팁! 주인공들도 매력 터진다.)











 유감독



delete 2021/01/05
송희님 울었어요.... 흑흑~~~~  




 조송희T144



delete 2021/01/05
저도 영화보면서 많이 울었어요. - -::  




 유감독



delete 2021/01/05
아니...난 송희님 리뷰 보고 울었다고요  




 조송희T144



delete 2021/01/05
ㅎㅎ 알아요. 감사합니다. ^^  




 윤실장



delete 2021/01/05
조송희선생님 오랜만에 너무 반가웠고요..
한가지 정정할 게 있는데..그 식혜(감주)는 저희 어머니가
해 주신 것은 아니고요..그날 휴일이었던
김요안나실장이 만든 거랍니다. 다른
손님들한테도 반응이 너무 좋았거든요.
저희 어머니도 지금 치매에 걸리셔서
간신히 전기밥솥만 다룰 줄 아신답니다.
그래서 제가 1주일에 한번씩 가서
반찬 사다드리고 청소해 드리고 하거든요.
여튼 아름답고 슬픈 영화 <리퀘스트>의
여전히 칼럼 같은 리뷰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조송희T144



delete 2021/01/05
하하~ 제가 착각을 했어요.
너무 맛있더라구요 그 식혜. 보통솜씨가 아니셨어요.
덕분에 두컵이나 드링킹 했어요. 감사~~^^
 




 유감독



delete 2021/01/06
이 리뷰는 <올 해의 리뷰> 후보에 올라갑니다.  




 조송희T144



delete 2021/01/06
오!!!  




 유감독



delete 2021/01/06
2021년 수상 상품은 특별히 기대해주세요~~~  




 그레이스K131



delete 2021/01/06
유감독님께서 '울었다'고 한 말이 이해 됩니다.
저도 눈물이 납니다.

코로나때문에 생긴 다른 이유로
지난 몇달동안 극장에 자주 가지 못하고 있어서
많이 아쉬운 마음은 다들 같아 보이네요.

송희님의 리뷰 잘 읽었습니다.
 




 유감독



delete 2021/01/06
그레스.누나 만시 제껴놓고 이 영화는 꼭 보셔야 해요  




 이츠카T35



delete 2021/01/06
세상에서 가장 슬픈
"" what a wonderful world "" 였어요
그리고... 최고의 영화!
송희님 리뷰가 또 다시 마음을 울립니다...^^
 




 유감독



delete 2021/01/06
이 세상에서 가장 연기 잘하는 남주가 아니었나 싶어요
영화의.엔딩... 다 같이 환송식 노래 부를 땐 정말....
 




 그레이스K131



delete 2021/01/06
이 영화 뿐 아니라 요 몇달새 정말 꼭 보고 싶었던
영화 놓친게 한둘이 아니에요.
 




 유감독



delete 2021/01/06
ㅠㅠ....
DRFA의 주 관객층이 그레이스 누나 나이 또래분들인데
다들 손주들 땜에 황혼 육아를 하시다니...

우리나라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30,40대 자식들이라고 누가 자기 아이들을
부모들에게 떠맡기고 싶어서 떠맡기겠어요..

다들 허리가 휘는 삶을 사는
이 고생의 끈은 언제 끊어질까요?
 




 박성옥K30


delete 2021/01/06
에구~ 안되겠어요..아무래도 봐야겠네요.
보신 분들마다 이리 감동적이라니..
그리고 감독님이 올드팬들께 저렇게
보라고 추천을 해주시니..
괜히 저까지 덩달아 안보면 후회할 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근데 시간이 안 맞아서 어쩌지요?
 




 유감독



delete 2021/01/06
박샘. 시간 말씀해주세요~~~~  




 홍인숙K51



delete 2021/01/07
송희님 리뷰 읽으며 공감되는 동검도 가는 길~
겨울의 얼어붙은 갯벌은 정말 장관이지요....

오랫만에 읽는 송희님의 리뷰....
또 감동입니다~

저도 이 영화를 언제 보러 갈 수 있을까 싶네요~~ㅠ.ㅠ
 




 유감독



delete 2021/01/07
H샘 꼭 봐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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