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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1 더하기 1로 응시하는 당신의 좁은 시선을 조금 넓혀보려는 어떤 시도"

마스카라
,Mascara,1994
이훈,Lee Hoon




2019/09/07 유감독






이훈,Lee Hoon 감독

장송미
장두이
하지나
김세영
곽재용
이무영
박찬욱

1.85:1 letter box/color/2.0 모노/100분
언어/한국




"인간을 1 더하기 1로 응시하는 당신의 좁은 시선을 조금 넓혀보려는 어떤 시도"




이훈과 하길종의 공통점이라면 두 사람 다 당시로서는 드물게

미국의 명문 영화 학교에서 제대로 된 공부와 제대로 된 졸업 논문으로 주목 받았다는 것입니다

두번째 기괴한 공통점은 두 사람 다 당시로서는 너무나 드물게

감추어진 게이 감독 또는 게이 배우의 작품에 필이 꽂혀

귀국 후 아무도 이해하기 힘든 참으로 기이한 게이 코드의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이죠.

하길종은 파졸리니의 <피오르마>에서 받았던 영감으로

잠재된 바이 섹슈얼의 억압 속에서 한국 근대사를 재조명하는 실험적 영화 화법으로 데뷔 신고식을 치뤘고,

이훈은 당시로서는 입에 담기조차 꺼려했던 정통 트랜스젠더의 성정체성과 억압에 대해

정면 승부수를 던졌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물론 이 두 감독의 실험적 영화는 처절한 고통과 절망으로 끝나고 맙니다.

그리고 마지막 공통점은 하길종과 이훈 두 사람 다 슬픈 죽음으로 유명을 달리했다는 데 있습니다.

연속되는 흥행의 실패로 절망하던 하길종은 마침내

<병태와 영자>의 성공으로 극장 앞에서 환호성을 질렀다고 합니다.

"이제부터 내 영화 인생은 시작이다!"

라고 외쳤지만, 그의 이 의미심장한 외침은 곧 며칠 뒤에 있을

그의 갑작스런 죽음의 유언같은 선고가 되고 말았습니다.









아마도 하길종의 외침은 그런 것이었을 겝니다.

속 별들의 고향 같은 영화로 흥행의 단맛은 보았지만,

하길종은 그 흥행을 부끄러운 타협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닌 것으로 보아,

그는 <화분>이나 <수절>같은 영화에서 시도되었던

자신만의 파졸리니식 영화문법이 드디어 통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조용한 기쁨 같은 것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며칠 후 그는 뇌출혈로 정말 거짓말처럼 지상에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이훈 감독은 유학시절, 우연히 록 허드슨이 1996년에 열연한 영화 <세컨드>를 보고 굉장한 감흥을 받게 되죠.

영화 <세컨드>는 카사블랑카 만큼이나 컬트적 목록에 올라 있는 영화입니다.

삶에 찌든 한 심약한 세일즈맨이 자신의 얼굴을 완전히 뜯어고치고

다시 새로운 인생을 산다는 내용의 영화인데,

당시 모든 평론과 관객은 이 영화를 외면했고,

유난히 흥행 스코어에 집착을 보였던 록 허드슨은

의예로 세컨드는 자신을 두고 두고 조명해줄 영화가 될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했습니다.

록의 말대로 영화 세컨드는 어메리칸 필름 인스티튜드의 교과목으로 채택될 만큼

뒤늦은 재조명을 받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이훈 감독은 귀국 후 이 <세컨드>에서 받은 영감으로 영화를 한 편 만듭니다.








영화 <마스카라>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호스티스로 살아가는 트랜스 젠더 지나는 언제나 자신의 성정체성이 폭로될까바 마음 졸이며 살아가죠.

시대를 막론하고 트랜스젠더에게 있어 "사랑"만큼 구원이자 절망이 있을까?

그런 지나에게 사랑이 찾아옵니다.

"오"라는 사진작가가 그녀를 줄기차게 쫒아다닙니다.

지나는 성전환수술이 끝날 때까지만 이 사랑을 유지하겠다고 결심하며

줄기차게 '오'와의 섹스도 거부하며

부지런히 돈을 모으는데 그 수술비용이란 게 쉽게 모이질 않습니다.

마침 그때 룸싸롱 주인 장두이가 청부살인을 제안하게 되고 지아는 망설입니다.

지나가 고분 따르지 않자,

장두이는 밑의 부하들을 풀어 '오'가 보는 앞에서 지나를 겁탈하게 합니다.

지나를 겁탈하던 사내들은 지나가 남자임을 알고는

더할 수 없는 모욕감을 주고 그런 지나를 보며 오는 구토까지 하며 도망가버립니다.

그렇게 도망가는 오를 보며 지나는 남은 것은 세상에 대한 복수 뿐이라고 생각하게 되죠.

그리고 그녀는 청부살인을 한 후 시체를 불태우고 대신 자신의 신분증을 놓아둡니다.

모두 다 그녀가 죽었다고 생각할 때 지나는 성전환 수술 뿐만 아니라,

얼굴까지 완전히 뜯어고친 후 나타납니다.

그리고 자신을 짓밟았던 남자들을 하나 하나 찾아다니면서 복수를 하죠.






이훈,Lee Hoon,1962~

박찬욱 감독에게 깊은 영향을 준 감독으로도 회고되는 이훈 감독은 유학파 출신으로 생전엔 아는것많고 재능도 남달랐던 비주류 감독이자 [마스카라]같은 기이한 영화를 만든 개성 강한 감독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금세 잊혀지긴 했지만 [마스카라]는 1995년 공개 당시에 파격적인 소재와 종잡을 수 없는 연출 세계로 극소수의 입소문을 탔고 이훈 감독 사망 후에는 상당히 시대를 앞서나간 작품으로 재평가를 받기도 했다. [마스카라]는 저예산에 기술적으로도 조악했지만 설정과 소재의 참신함, B급의 기지, 짜깁기의 내공으로 분석의 재미를 안겨주었다. 연출의 가능성을 이후의 작품들로 실험해볼 기회도 얻지 못한 채 허망하게 사라진 이훈은 그래서 비운의 감독으로 기억된다.  이훈 감독과 절친했던 박찬욱 감독은 1996년 10월 15일~10월 22일자 씨네21 제74호에 추모사를 남겼다.





까메오 군단들이 대단합니다.

<엽기적인 그녀>와 <클래식>을 만든 곽재용 감독이

청부살인을 사주하는 최고 고참 조폭 두목으로 출연하고,

<철없는 아내....>를 만든 이무영 감독이 지나에게 비참한 죽음을 당하는 조폭으로 출연합니다.

그리고 <올드 보이>의 박찬욱 감독도 잠깐 출연하는데,

지나가 어린 시절 여자분장을 하고 뛰어 놀다 엄마에게 들켜 혼이 나면

늘 따뜻하게 안아주던 지나의 정신적인 구원, 이웃집 아저씨 역으로 출연하는데 생각보다 잘 어울립니다.

당시로서는 엽기적인 쇼트가 등장하는데 시상에나....

남자의 성기가 삽입된 상태에서 지나가 커트칼로 남자의 성기를 절단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더 웃기는 것은 그 절단된 거시기를 찾아서 헤매는 남자의 어설픈 연기를 보고 있자면,

결코 '복수는 나의 것'이나 '올드보이' 같은 무정부주의 컬트 마스터피스가

하루 아침에 탄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죠.


당시에 이들 급진주의 감독들의 모임은 주로 신촌의 롤링 스톤즈에서 이루어졌는데,

1996년 9월 30일 새벽.... 슬픈 뉴스가 흘러나옵니다.

롤링스톤즈에 화재가 났으며, 이훈 감독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이었죠.

이훈감독은 '화녀'나 '모두가 죽이고 싶었던 여자' 같은

컬트 영화에서 배우로서도 활약했는데,

이 안타까운 젊은 감독의 죽음은 곧 세인들에게서 잊혀지고 말았습니다.

박찬욱 감독은 친구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씨네21에

<내 친구 이훈을 추억하며>라는 컬럼을 기고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마스카라>는 한국 최초로 인간의 성정체성이란 게

성적 욕망의 표피에 찰라적으로 기생함을 고발하는 진지한 영화였었죠.

비록  열악한 제작비 때문에 영화적 완성도나,

내러티브의 취약점을 안고 있는 영화였지만,

남성을 상징하는 성기 하나가 정신의 함량보다 우위에 위치한 동양의 한 도시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트랜스젠더의 비근한 인생의 아이러니를

차갑게 바라본 한국 최초의 제대로 된 퀴어영화였습니다.

아쉽게도 아무도 이 영화를 재조명하려 하지 않으며,

누구보다 영화를 사랑하며,

그 영화에 모든 것을 소진하며 살다 간

한 사람의 감독을 기억하며 오늘의 리뷰를 준비해보았습니다.



[DRFA,JONATHAN]














LIST
"보고나면 힐링되는 청정 무공해 영화"

에디 아빠의 구혼
,The courtship of Eddie's father,1963
빈센트 미넬리,Vincente Minnel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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