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03-23 (목) |
"극장 출발 전 상영 시간과 영화 제목 최종 확인해주세요! 극장 사정상 예고없이 30분에서 최장 1시간이 변경될 수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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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니콜스,Mike Nichols 연출
Emma Thompson .... Vivian Bearing
Christopher Lloyd .... Dr. Harvey Kelekian
Eileen Atkins .... Evelyn 'E.M.' Ashford
Audra McDonald .... Susie Monahan
Jonathan M. Woodward .... Dr. Jason Posner
Harold Pinter .... Mr. Bearing (Vivian's Father)
1.35:1 letter box/color/2.0 돌비 디지틀/101분
"Golden Globes, USA 드라마 부문 최우수 작품상,여우주연상 후보
2001' Primetime Emmy Awards 감독상,편집상,프로듀스상 수상
2001' Berli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심사위원대상
2002' Christopher Awards 그랑프리
2009' Gold Derby Awards 여우주연상
2001' Humanitas Prize 여우주연상,감독상
2001' National Board of Review, USA 올해의 드라마상
2001' Online Film & Television Association 최우수작품상,여우주연상"
언어/미국
자막/한국
번역/DRFA,민지
감수/DRFA,애니
"유한한 인생의 마지막을 지탱해주는 것은 예술, 그리고 징글 징글한 엠마 톰슨의 연기"
위트는 제목부터가 역설적입니다.
'노래와 소네트'를 발표해서 지식의 통일을 이루었다는
영국 시인 겸 성직자 존 던 연구에 있어 최고의 권위를 가진
주인공 비비안 베어링은
영화의 첫장면부터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선택해야 하는 것은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는 것과
현재 임상 실험 중인 항암치료제의 실험용 대상이 되어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기적에 편승해 보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똑똑할 것 같았던 베어링은 두번째 방법을 선택하고
그 댓가는 혹독합니다.
비어트릭스 포터의 그림책을 읽으면서 언어의 아름다움을 깨달았던 한 소녀가
존 던의 귄위자가 되어가면서 생성된 냉소와 도도함 따위는
난소암 앞에서는 한낱 부질없는 잿덩이가 되어버리는 인생의 부조리함을
엠마 톰슨과 마이크 니콜스는 눈이 부신 연기와 정공법의 연출력으로 보여줍니다.
작년 3월 DRFA에서 <위트>가 완전 번역본으로 공개되었을 때
관객들의 반응은 대단했죠.
하루에도 몇 번씩 가장 은밀해야 하는 여성의 치부들이
고작 이제 의학을 시작하는 인턴들 앞에서 낱낱이 까발려져야 하는 수모를
베어링 교수는 참아내어야 합니다.
돌아갈 수 없는 길의 도중에 선 베어링을 지탱해주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녀가 평생 연구에 바쳤던 존 던의 시입니다.
그중에서도 존 던의 '홀리 소네트'의 10번을 외우는 그녀의 눈가에 어리는 평온함은
죽음을 가지고 와 인간을 조롱하는 낫을 든 사신을 잠시나마 숙연케 만듭니다.
영화의 엔딩 카메라를 응시하며 엠마 톰슨이 내뱉던 대사
"죽음, 너 또한 죽으리라"는
인간이 얼마나 오랜 내공을 쌓으면 표현해낼 수 있는 찰라의 표정일까 하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위트>는 퓰리처 상을 수상한 마가렛 에드슨의 오프 브로드웨이
스테디 셀러 연극을 스크린에 옮긴 것입니다.
한국에서 이 대본을 들고 무대 위에 설 수 있는 여배우가 몇 정도가 될까?
은근히 궁금해지기도 하는 대목입니다.
육신이 지진을 당한 지표처럼 쪼개어지는 나날 앞에서 완전히 지쳐버렸을 때,
그때 병실의 문을 열고 한때 자신을 사랑해주었던 은사님이 들어옵니다.
그리고 조각난 그녀의 육신을 품에 안고 들려주던 비어트릭스 포터의 그림책은
관객들의 폐부에 깊디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우리가 왜 문학을 사랑하고, 이해하고, 창조해야 하는지
<위트>는 말없이 가르쳐줍니다.
하나님과 루시퍼의 대결은 가소롭게도 한 알의 과일이었습니다.
금단의 그 과일을 따먹었다는 자유의지가 동반된 선택의 결과로
인간에게 주어진 죽음이란 너무도 거대한 관문은
어떤 인간에게는 꿈결처럼
어떤 인간에게는 억겹의 고통으로 주어지죠.
이 애처로운 죽음의 순리 앞에서 그래도 우리가 신과 악마를
동시에 조소할 수 있는 무기는 문학과 예술입니다.
보라, 인간은 이토록 창의적이고,
인간은 이토록 맹렬하게 삶을 마주 보았나니...
그래서 베어링 교수는 영화의 엔딩 천천히 돌아누우며
희미하게 위트를 날립니다.
"죽음, 너 또한 죽으리니..."
그녀가 죽음 앞에서 마지막으로 잡았던 것은
생애 대한 미련도, 추억도 아니고,
살려달라는 절규도 아닌 바로 존 던의 시였습니다.
이 영화에 찬사를...
그리고 이 영화를 만들어준 니콜스 감독에게도 찬사를...
[DRFA.JONATHAN]

우은정(2H/R6.2)
아모레T(4)
지휴T
조남홍(2/1H+1C/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