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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8 (화) 
"극장 출발 전 상영 시간과 영화 제목 최종 확인해주세요! 극장 사정상 예고없이 30분에서 최장 1시간이 변경될 수도 있습니다"



조지 쿠커,George Cukor 감독

Katharine Hepburn        ...        Jessica Medlicott
Laurence Olivier        ...        Sir Arthur Glanville-Jones
Colin Blakely        ...        J.F. Devine
Richard Pearson        ...        Druce

1.66 : 1  screen/color/2.0 모노/100분
"1975' Primetime Emmy Awards 감독상,남우주연상,여우주연상,의상상,미술상
1976' American Cinema Editors, USA 그랑프리 후보
1976' Los Angeles Film Critics Association Awards 심사위원특별상
1976' Peabody Awards 그랑프리
2004' Online Film & Television Association 그랑프리"

언어/영국
자막/한국
번역/DRFA,조학제




"<조나단 유,내 인생의 영화 38위>  소름끼치는 반전부터 무엇 하나 버릴 수 없었던 삶의 해학이 가득했던 다이얼로그의 홍수... "



IMDB 8.0!

로렌스 올리비에와 캐서린 햅번의 말년의 작품...

게다가 감독이 조지 쿠커...

비록 영국 국영 TV가 만든 영화지만,

왜 이 영화는 우리에게 그동안 한번도 소개되지 못했을까요,

단언컨대 분명 번역 때문이었을 겁니다.

James Costigan이 원래 우아한 극작가입니다.

그 어렵다는 에이미상을 세 번이나 수상했습니다.

작가라면 누구나 코스티건 만큼만 쓰다가 가면 원이 없을 정도로

글을 잘 씁니다.

하지만 이걸 어떻게 한국어로 옮기죠?

번역에만 꼬박 6개월이 걸린 작품입니다.

등장인물 딱 두 사람...

로렌스 올리비에와 캐서린 햅번의 2중 3중으로 억눌린

고약하기 그지없는 대사의 번득이는 해학을

우리 말로 표현하기란 거의 불가능할 정도이죠.

특히 영화의 말미쯤 아서가 법정에서 최후 진술을 할 때 사용되는

세익스피어의 소넷 104번의 번역은

이 영화에서의 최고의 하이라이트이자 난코스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캐서린 햅번이 연기하는 Jessica Medlicott라는 여자가

영국 최고의 이혼 전문 변호사 아서경에게 사건을 의뢰하러 옵니다.

그 사건이란 건 누가 들어도 얼굴이 화끈거릴 스캔들입니다.

이제 노년에 들어선 제시카 메디코트가 한 젊은 청년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것이죠.

소송의 제목은 <혼인을 빙자한 농락죄>입니다.

그러니까 70순에 접어든 제시카라는 할머니가 20대의 알프레드 프렛을

갖고 놀았다는 거죠.

꼭 결혼하겠다고 약속 해놓고 말입니다.

제시카가 마음이 돌변하자 프렛은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제시카를 <농락죄>로 고소합니다.

위자료료 4만 파운드를 신청했습니다.

캐서린은 고민 끝에 영국 최고의 이혼 전문 변호사 아서에게 사건을 의뢰합니다.


캐서린이 사건을 의뢰하러 오는 날,

아서는 단 한숨도 자지 못했습니다.

새벽부터 일어나 양복을 찾아입고 향수도 뿌리고

난리도 아닙니다.

그 이유인즉,

자신이 20대 때, 너무도 사랑했던 여자가 바로 제시카였던 것이죠.

사법고시 합격하면 반드시 당신에게 청혼하러 오겠다고 했지만

당시에 최고의 연극배우였던 제시카는 그것을 못참고

그만 돈많은 백만장자 노인에게 시집을 가버린 것입니다.

그때부터 아서는 사랑을 접어버렸습니다.

제시카가 떠나간 이후로 아서는 결혼의 꿈도 접고

오로지 법정에서 타인을 위한 변호에만 올인한 것이죠.

그토록 사랑했던 여자,

바로 그 제시카가 이제 나이가 들어

자신에게 사건을 의뢰하러 온다는 겁니다.

듣기만 해도 쪽팔리는 젊은 놈과의 로맨스가 삐걱하면서 말이죠.

몇 십 년만의 해후.

아서에게 그녀는 여전히 빛나는 젊은 날의 여신이지만...

제시카에게는 아서가 그저 4만 파운드를 지켜내어줄 변호사로만 보입니다.

이제 두 사람 간의 한없이 지루한 법정 싸움이 시작됩니다.


완전 재미있습니다.

무엇보다 영화의 엔딩,

반전이 골때립니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진 많은 사람이

솔직히 로렌스 올리비에의 진가를 거의 모릅니다.

그리고 비비안 리가 왜 그토록 이 남자를 사랑했는지에 대해서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나면 장담하건대 그 누구도 비비안 리의 심정을 이해하고 맙니다.

로렌스가 달리 연기의 신이 아닙니다.

와우, 진정으로 소름 끼칩니다.

가지지 못했던 사랑과,

이제 쭈그랑 망탱이 할매가 되어 나타난 첫사랑이

젊은 놈에게 매달리다 소송까지 당한 그 비루한 사랑,

그 사랑이라도 차지해보려는 한 늙은 남자의 우수와도 같은 희비의 순간을

눈빛 하나로 연기하는데

정녕 연기자란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지

그 어떤 경이의 정점을 느낄 수 있는 짜릿한 영화입니다.


우리나라 대학로에 올리면 대박날 극본입니다,

단, 아서를 연기할 배우가 있다면 말이죠.

과연 우리나라에는 누가 있을까요?

아서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요...

아, 있습니다.

문득 스쳐가는 배우는 유인촌 씨입니다.

왠지 영화를 보는 내내

로렌스 올리비에에게서

햄릿을 연기할 때의 유인촌씨의 광기가 자꾸 오버랩 되었습니다.

부디 유인촌씨가 이 영화를 보기를 바랄 뿐입니다.









로렌스 올리비에와 캐서린 햅번은 헐리우드에서도 유명한

죽마고우입니다.

두 사람은 태어나기도 딱 10일 간격으로 태어났습니다.

서로의 가장 아픈 순간에 늘 함께한 평생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의 연기 호흡이 장난이 아닙니다.

재미 있는 사실은 그토록 친하면서도 두 사람은 이 영화 이전에 한번도 같이 공연한 적이 없었습니다,

1973년, 유명한 토크쇼, Dick Cavett 쇼에서  카벳이 캐서린 햅번에게 물었죠.

"그토록 친하면서도 한번도 공연하지 않은 게 서운하지 않나요?"

그때 캐서린이 대답했죠,

"Well, neither of us is dead yet. Even though you may think so."
(우리 둘 다 아직 살아 있으니 당신이 그렇게 생각할만도 하네요)

2년 뒤 두 사람은 이 영화에서 만났고

결과는 그토록 갖기 힘들다는 에미상에서 두 사람 나란히 남녀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이 영화는 1975년까지 TV영화 역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가 든 영화입니다.

두 주인공의 캐런티비가 장난이 아니었다네요.

원래는 브로드웨이의 전설적인 부부 배우,  Alfred Lunt와 Lynn Fontanne을 위해

기획된 시나리오라 합니다.

이 영화는 캐서린 햅번과 조지 쿠커 콤비의 아홉번째 영화입니다.

그들의 첫번째 영화는 1952년작 'Pat and Mike'입니다.

이 영화의 제목 <폭망한 자들의 사랑,Love Among the Ruins>은

그 유명한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1855년 시의 제목입니다.

캐서린 햅번은  1940년 Ronald Colman의 농장에서 단촐한 결혼식을 올렸는데

그때 초대받은 헐리우드 스타는 로렌스 올리비에와 비비안 리 뿐이었다고 합니다.

이 영화는 조지 쿠커가 평생 딱 두 편의 TV용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 중 첫번째 작품입니다.


꼭 보세요,

삶의 무한한 지혜와, 인생에서 우리가 놓쳐서는 안될 사랑의 가치에 대해

한없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영화입니다,

헐리우드 영화인들이 우리 세대들에게 남겨준

보석 같은 유산입니다.


[DRFA,JONAT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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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독

2023.03.14 18:41:59

김은희(3/2H+1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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