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Rainer Werner Fassbinder 감독

Brigitte Mira...Emmi Kurowski
El Hedi ben Salem...Ali
Barbara Valentin...Barbara
Irm Hermann...Krista
Elma Karlowa...Mrs. Kargus

4:3 full screen/color/2.0 돌비 디지틀/93분
"1974' Cannes Film Festival 황금종려상 후보,심사위원 특별상,통합 비평상
1874' Chicago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최우수작품상
1974' German Film Awards 여우주연상"
언어/독일
자막/한국
번역/DRFA,김교수




"나는 이 영화에서 진짜 고독의 모습을 보았다"



이 영화를 본 지가 어연 십수년이 흘러갔지만

내 까마득한 의식 한 가운데 이 영화는 늘 물처럼 흘러다니죠.

오죽하면 내가 극장이 있는 동검도에서 나의 아파트가 있는 학운리로 가는

아주 좁은 산길 삼거리 모퉁이에

아주 값싼 목조 단층 가게가 하나 매물로 나왔을 때

그걸 사서 제 3 세계 이주 노동자들만 오는 칵테일바를 오픈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일까요?

이 영화에 등장하는 3세계 이주 노동자들이 늘 모여드는 낡고 남루한 바는

그토록 오랫 동안 내 의식을 천천히 잠식하고 있었나 봅니다.

하지만, 턱도 없는 상상이죠.

이젠 동검도 극장 하나 운영하기에도 거의 저녁이면 파김치가 되어 퇴근하니까요. ㅋㅋ


파스빈더의 바에 들어서면 늘 희한한 아랍풍의 음악이 흐릅니다.

아주 중독성 강합니다.

지친 일터에서 돌아온 이주 노동자들이 하루의 심신을 맥주 한 잔과 함께 달래는

그런 아지트에 오늘의 여주인공 중년의 에미가 들어섭니다.

에미는 건물의 청소부 일을 하며 근근히 하루를 살아가죠.

에미는 독일의 주류 사회에서는 자신이 대접받을 수 없다는 것을 체득적으로 알고 있는 여성이죠.

그래서 그녀는 어느 퇴근 길 아랍풍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이 낯선 선술집에 들어온 것인지도 모르죠.

에미는 이곳에서 카센터에서 온갖 허드레 일을 하는 아랍 남자 알리를 만나게 됩니다.

한참 연하의 남자 알리가 장난처럼 에미에게 춤을 청해 오고

두 사람은 아주 느리게 플로어에서 아랍 음악에 기대어 춤을 추죠.

그리고 두 사람은 에미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냅니다.

하지만 이후 두 사람의 사랑은 험난한 편견의 장벽들이 가는 곳마다 기다리고 있습니다,

중년의 보잘 것 없는 독일 여자,

스팔타커스의 노예선에 올라탈 것만 같은 탄탄한 근육질의 젊은 아랍 남자...

사람들은 일단 편견의 한 꺼풀을 눈썹에 달고 두 사람을 쳐다보죠.

알리는 이런 주변의 시선을 견딜 수 없어

몇 번이고 에미 곁을 떠나 젋은 아랍 여자를 찾아 가버립니다.

하지만 살다가 삶에 지쳐 문득 그 아랍 바를 찾으면

언제나 그곳에는 자신을 기다리는 에미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인간의 고독을 이야기하는데 있어

거창한 장치를 사용하지 않아요.

인간은 태생적으로 고독하며 그래서 우리는 죽는 그 순간까지

그 고독을 약간만 메꿀 수 있다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그것을 잡으려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그려낸 파스빈더식 영화이죠.

파스빈더가 동시대 뉴 저먼 시네마를 이끌었던 폴커 쉴렌도르프,

베르너 헤어조크, 빔 벤더스와 확연히 다른 점은

바로 이런 인간 본성에 대한 솔직함이죠.

파스빈더는 솔직함을 넘어서 인간을 포용합니다.

파스빈더는 결코 인간을 심판하려거나 제단하려 들지 않습니다.

이성을 짓밟는 감성의 폭발,

시대와 역사에 대한 거친 성찰...

역사의 방향성과 개인의 정체성을 상실한 현대 독일의 고독에 대한 애잔함을

파스빈더보다 더 잘 그려낸 감독이 일찌기 있었던가요?


꼭 보세요...

불안이 어떻게 21세기 현대인들의 영혼을 잠식하는지

이 영화만큼 잘 그려낸 영화가 없답니다.

그리고 곁에 누군가가 있다면 그 정도의 위안으로

만족하는 법을 배우세요.

당신이 아무리 찾아 헤매도 당신이 꿈꾸는

그런 사랑은 애당초 없으니까요...



[DRFA,JONAT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