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09-13 (수) |
"극장 출발 전 상영 시간과 영화 제목 최종 확인해주세요! 극장 사정상 예고없이 30분에서 최장 1시간이 변경될 수도 있습니다" |
---|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Bernardo Bertolucci 감독
Debra Winger...Kit Moresby
John Malkovich...Port Moresby
Campbell Scott...George Tunner
Jill Bennett...Mrs. Lyle
Timothy Spall...Eric Lyle
Eric Vu-An...Belqassim
Amina Annabi...Mahrnia
Philippe Morier-Genoud...Captain Broussard
1.35:1 letter box/color/2.0 돌비 디지틀/138분
"1991' Golden Globes, USA 음악상(루이치 사카모토)
1991' BAFTA Awards 촬영상
1991' Boston Society of Film Critics Awards 촬영상
1991' Golden Ciak Awards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촬영상
1991' Italian National Syndicate of Film Journalists 촬영상
1990' Los Angeles Film Critics Association Awards 음악상
1990' New York Film Critics Circle Awards 촬영상"
"uncut,unrated version"
언어/프랑스+이탈리아
자막/한국
번역감수/DRFA,조한우
"당신 생애 단 한 번 목격하게 될 북 아프리카의 광활한 풍경"
권태기에 빠진 부부가 여행을 통해 사랑을 회복하려는 영화 중에 가장 아름다웠던 영화는
쥴스 다신의 <여름밤 10시 30분>이 아니었나요...
그 영화에서 멜라니 메리쿠스가 남편과 여동생 사이에서 보여준 스페인 여행기는
아직도 눈을 감으면 아랑훼즈의 기타 선율로 우리를 휘감곤 하죠.
물론 <여름 밤 10시 30분>에서 부부는 권태기를 극복하지 못합니다.
문제적 감독, 특히 성적으로 너무나 왜곡된 시선을 갖고 있지만 이상하게 끌려들어가는 감독,
베르나르도 베루톨루치 감독이 만든 한없이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지옥의 묵시록>과 <레드> 그리고 <마지막 황제>를 찍어 아카데미를 3회나 수상한
우리시대의 위대한 촬영 감독 Vittorio Storaro가 찍은 북아프리카의 풍광은
아마도 여러분들을 뜨거운 여름, 지구 저 반대편으로 숨가쁘게 데려다 놓을 것입니다.
특히 Vittorio Storaro와 베루톨루치는 9편의 영화에서 같이 호흡을 맞출 정도로
서로의 눈빛만 봐도 원하는 것을 아는 영화적 동지이죠.
아프리카 북동부의 모로코의 항구 탕헤르.
결혼 10주년을 기념하는 모레스비 부부가 항구에 도착합니다.
존 말코비치와 데보라 윙거가 연기하는 포트와 키트 부부는
겉으로 드러난 여행의 목적은 음악가인 남편의 예술적 영감을 끌어올리는 것이지만
사실은 여느 부부와 마찬가지로 육체적으로 더 이상 끌려하지 않는 서로에게 신선한 공기를 환기시키 위해
북아프리카 여행을 선택한 것이죠.
이런 종류의 영화에는 늘 제 3자가 개입되죠.
<여름 밤 10시 30분>에는 로미 슈나이더가 연기하는 정체 모를 처제가 그 역할을 하죠.
부부는 새로운 침입자에게 경계와 긴장을 동시에 느끼며
식어가는 권태의 불씨에 동지의식을 삽입해서 조율하려 들죠.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캠벨 스콧이 연기하는 야성의 남자, 조지 터너가 두 부부의 여행에 동참합니다.
조지 터너는 두 부부에게 동시에 기이한 매력을 느낍니다.
남편에게는 근접할 수 없는 어떤 예술적 아우라를...
아내에게서는 살면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성적인 아름다움을 느끼죠.
그래서 그는 두 부부를 조릅니다.
세 명이서 같이 모르코의 가장 북단으로 여행을 해보자고 합니다.
그곳은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완벽한 오지...
이제 세 사람은 기묘한 여행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여행은 두 부부에게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만듭니다.
(Paul Bowles,1910~1999)
뉴욕 롱 아일랜드에서 태어났지만 평생을 북 아프리카 모르코에 머물며
죽음보다 더 치열한 인간의 고독을 탐미했던 미국의 소설가 겸 작곡가인 폴 보울즈가 1949년에 발표한
그의 대표적인 소설 <하늘의 안식처>를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1949년에 발표된 이후 수많은 감독들이 영화화에 도전했습니다.
이 소설은 현대 소설의 권위 있는 상 ' The Modern Library'가 발표한
'20세기 최고의 작품 100선'에 97위로 랭크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타임지가 선정한 <1923년에서 2005년까지의 소설 베스트 100선>에 선정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작가의 작품 <격정,SENSO>를 비스콘티 감독의 연출로 만나본 적 있죠?
폴 보울즈는 모르코에 머물며 아프리카에 도착한 서구인 여행인들의 행동양식을 오래 연구했다고 합니다.
아프리카에 도착한 현대인의 불안과 고독, 사랑의 불모 등을 냉철한 문체로 표현하면서
타임지가 지목한 20세기 가장 영민한 작가로 지목되기도 했죠.
까다롭기 그지 없어서 자신의 소설을 어지간한 감독 아니면 내어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가 사랑했던 감독은 주로 이탈리아 작가주의 감독,
루키노 비스콘티와 베르나르도 베루톨루치였죠,
하지만 <권태>의 시사회를 보고 나서 "역시 베루톨루치 답게 지 멋대로 영화의 색깔을 바꾸어 버렸다"고
엄청 혹평했다고 하네요.
폴 보울즈는 이 소설을 너무나 사랑해서 영화에 직접 나레이터로 참여했을 정도입니다.
보울은 1998년에 자신의 삶을 다룬 다큐 'Let It Come Down' The Life of Paul Bowles'에서
이 영화에 대해 본격적으로 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사회를 본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베루톨루치가 담아내려고한 북아프리카 사막 가운데서의 황량하게 펼쳐진
인간의 고독이 내 머리 속에 맴돌았다,
하지만 여전히 라스트 장면은 인정할 수 없다'
고 했답니다.
존 말코비치의 극중 이름 ,Port Moresby는 작가가 파푸아 뉴 기니의 수도 이름에서 따왔다고 하네요
베루톨루치 만큼이나 문제적 감독 <지금 뒤돌아 보지 마라>의 니콜라스 뢰그가 이 영화의 판권을 따기 위해 작가 폴 보울즈 집에서
진치고 살았던 일화는 유명합니다.
결국 작가가 베루톨루치를 선택했을 때 니콜라스 뢰그는 한동안 식음을 전폐했다고 합니다.
<4월의 연풍>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던 Natasha Richardson이
여주인공 키트 역을 따내기 위해 Bertolucci 감독에게 장문의 편지를 썼습니다.
이 영화에서 미세스 라일리를 연기했던 Jill Bennett이 이 영화의 촬영이 끝난 후
자살하는 바람에 영국이 발칵 뒤집혔죠.
그녀는 극작가이자 배우 존 오스본의 전부인이었죠.
이 영화의 촬영지의 황량함이 여배우에게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영국 언론은 베루톨루치 감독을 궁지로 몰고 갔습니다.
<시에스타>에 출연한 내 인생의 여배우 엘렌 버킨도 키트 역을 따내기 위해 발버둥쳤다고 합니다.
아, 엘렌 버킨이 만약 키트 역을 연기했다면 나는 이 영화가
베루톨루치 최고의 작품이 되었을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데보라 윙거도 좋았지만 엘렌 버킨의 그 퇴폐미에는 감히 못당하죠.
1964년 <낙엽>의 로버트 앨드리치 감독은 지금 찍고 있는 'The Flight of the Phoenix'의 다음 작품으로
이 영화를 찍을 것이라고 언론에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의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와 베르톨루치가
앙상블을 이룬 세 개의 작품 중 두번째 작품입니다.
소설 속의 장소 Erfoud, Niger, Tangier, Morocco, Ouarzazate 및 Tamnougalt 등은
모두 실제 장소로 이 영화에 등장합니다.
아네트 베닝 역시 키트 역에 목숨을 걸었던 배우 중 한 사람이라네요.
007 영화의 모든 오프닝 시퀀스의 타이틀 디자인을 맡았던 Maurice Binder가
이 영화의 타이틀을 제작했습니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북아프리카의 풍광 속에서
끝없이 배회하는 한 부부의 처연한 여정에 동참해 보세요.
어느새 Paul Bowles의 소설이 왜 그토록 유명했는지
여러분도 깨닫게 되실 것입니다.
[DRFA,JONATHAN]

권태, 예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