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유 내 인생의 영화 100선

종려나무 숲,The windmill palm grove,2005

by 유감독 posted Jul 04, 202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유상욱,Jonathan Yu 감독

김민종
김유미
조은숙
김영기
이아현

4:3 full screen/color/2.1 스테레오/108분
"2004' 영화진흥위 5억 지원 예술영화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
2005' 부천 국제 영화제 폐막작"

언어/한국
자막/영어





"<조나단 유, 내 인생의 영화 8위>  눈을 감으면 지금도 거제도의 바닷가를 거니는 내가 보인다"





난 20대에 폭탄을 맞은 적이 있다.

그것도 메가톤 급으로...

실연의 고통을 잊기 위해 남으로 남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땅끝에서 마주친 곳이 거제도였다.

6개월만 있겠다고 계획했던 여행은 10년을 훌쩍 넘겼다.

그래서 내 인생에서 20대는 그다지 좋은 색깔이 아니다.

해가 뜨면 바닷가에 나가서 멍하니 앉아 있거나

아님 혼자 거제도의 오지 탐험을 하면서 마음을 달랬는데

이 행위는 20대 말에 우연히 배가 고파 들른 식당에서

모 스포츠 일간지 창간 기념으로 실시하는

영진위 시나리오 공모전 광고를 보고 응모를 했고,

그 공모전에서 당시로서는 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선되면서

막을 내려야 했다.

<종려나무 숲>은 이때 아주 긴 방황의 시기에 초안이 쓰여졌다.

삶에 어떤 희망도 발견할 수 없었던 지루한 날이 지속되던 어느 날

나는 우연히 떠난 당일 여행에서 <공고지>라는 아주 희한한 장소를 발견하게 되었다.

한 할아버지가 평생에 걸쳐 바닷가의 야산을 깎아 종려나무 숲을 이루었는데

처음 그 숲에 발을 디뎠을 때

나는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한 노인이 평생에 걸쳐 이룬 그 산의 풍광은 아름다움을 넘어서 어떤 숙연함이 느껴졌다.

지금은 <종려나무숲>이 개봉되고 너무나 유명해져버려

할아버지는 괜히 촬영 장소를 허락해주었다고 불평 섞인 전화를 내게 해오신 적도 있다.

암튼 그 <종려나무 숲>을 보는 순간 나는 자연히 나의 어머니가 떠올랐고

그리고 그 숲의 정령 속을 힘겹게 걸어가는 나의 어머니와 어머니가 시집 왔을 때

어머니 보다 2살 어린, 전처가 낳은 딸이 떠올랐다.

종려나무 숲은 소위 말하는 액자식 구성의 작품이다.

액자식 구성의 가장 뛰어난 작품은 최근에 본 <검은 눈동자>였을 것이다.

안톤 체홉의 단편에 액자식 구성을 더해

한 남자의 평생에 걸친 애정행각을 너무도 아련하게 그려낸 데는

감독 니키타 미할코프의 재능이 한몫했을 것이다.

<종려나무 숲>도 세 여자의 인생이 하나의 프레임을 들어내면 그 다음 프레임에 이어지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끝도 없는 공고지의 수선화 밭으로 끌어들인다.










이 시나리오는 2004년에 영진위가 공모한 예술영화 지원작품에 응모해서 당선한 작품으로

대략 7억의 예산이 소요된 아주 작은 영화이다.

그렇게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시나리오를 읽고 먼저 달려와준

김민종과 김유미, 그리고 조은숙씨 같은 훌륭한 배우가 있었기에 가능했었다.

포츈지에 차세대를 이끌 100인의 인물에 선정된 장래가 유망한 특허권 변호사 김인서가

거제도행 버스에 오르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그리고 잠시 후 출발하는 버스 앞으로 뛰어든 여자,

한성주는 어제 인서와 맞선을 본 중소기업의 CEO이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이 남자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버스에 오른 것이다.

마음을 빼앗긴 이 남자의 행선지는 거제도...

과연 이 남자는 이토록 초라한 모습으로 하고

왜 거제도행 버스에 올랐을까?

그녀의 궁금한 마음을 아는 듯 마침내 인서는 3년전 자신이 근무지로 떠났던

대우조선소에서 만났던 화연이란 여자에 대한 추억을 들려준다.


나는 가끔 인생이 팍팍하고 힘이 들면 눈을 감고

종려나무 숲을 생각한다.

두 가지의 이미지가 겹친다.

첫번째는 20대 방황의 끝자락에서 만났던 공고지의 종려나무 숲과

2005년, 다시 영화 스탭들을 이끌고 찾았던 종려나무 숲이다.

거제도의 풍광에 휩싸여 서울로 돌아가지 않으려던 스탭들과 배우들이 생각난다.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 <종려나무 숲>,

이제는 또 시간이 흘러 나는 또 다른 바닷가

동검도에 극장을 짓고

관객들에게 나의 영화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인생은 끊임없이 액자 속에 갇혀간다.

세월이 흘러 당신도 꺼내어 보고,

나도 꺼내어 보고,

입가에 미소 한 점 여미는 각자의 인생을 그 액자에 담아나가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하루 하루가 정말 중요하다.

정직해야 하고, 치열해야 하고,

무엇보다 타인에게 하나라도 더 주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입에 온갖 거짓을 달고 살던 한 외항 선원 남자가 주고 간

종려나무 한 그루는

세 여자의 온 생애를 비틀고 무너뜨렸지만

그 고통을 찬란한 인생의 승리로 만들어내는 세 여자의 이야기가 <종려나무 숲>의 큰 줄거리이다.

<종려나무 숲>은 여성에 대한 헌사이고,

하나님이 이 세상을 일일히 다 돌볼 수 없어

대신 파견한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이다.

DRFA의 주인장에 대해 조금이라도 궁금한 사람들은

이 영화와 함께 하면 마음 한쪽이 따스해지는 영화이다.



[DRFA,JONATHAN]

Who's 유감독

profile

"최선을 다해 프로그램을 준비하라,

관객은 반드시 알아준다"


Articles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