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고품격 예술영화 <전망 좋은 방>을 보고 이 영화에 반해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영화를 더 많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쭉 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drfa 상영표에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고품격 시대극 <백작 부인>이 올라와 너무나
설레고 기대가 되었다.
영화 출연진도 drfa에서 감상한 <이사도라 던컨, 조개줍는 아이들>의 히로인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와 그녀의 자매인 린 레드그레이브도 출연하고 스키장 사고로 안타깝게도 47세에 요절한 재주 많은 미녀 가수겸 배우이자 리암 리슨의 사랑하는 아내였던 나타샤 리처드슨이 출연하였다.
나타샤 리처드슨이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친딸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는데 이 영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일본에서 태어나 해양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가족이 영국으로 이주하여 영국에서 교육을 받고
영어로 소설을 쓴 노벨문학상 작가인 가즈오 이시구로가 중일 전쟁을 어떻게 묘사할까 궁금도
하여 이 영화를 감상하였는데, 탁월한 영상미와 몇 달 전에 drfa에서 절찬리에 상영한 <남아 있는 나날>의 음악가 Richard Robbins의 음악도 정말 아름다웠다.
1917년 러시아 볼세비키 혁명으로 백작부인 소피아 벨렌스키야는 남편과 모든 것을 잃고 딸 카탸와 시누이, 숙모와 삼촌을 먹여 살리기 위해 1936년경 상하이 바에서 손님들과 춤을 추고 어울리는 바걸로 일하고 있다.
열차 폭발 사고로 사랑하는 딸 크리스티나를 잃고 시력까지 잃은 전 미국 외교관 토드 잭슨(랄프 파인즈)는 어느 날 바를 찾은 그가 곤경에 처하자 소피아가 도와주게 되어 점차 두 사람은 만남이 이어지며 사랑의
감정이 싹트게 된다.
바에서 부르는 중국 가수의 의상과 음악도 아름답고 악보가 그려진 무대를 배경으로 클래식을 연주하는 악단이 연주하는 음악도 아름다워 이 영화의 품격을 한껏 높여주었다.
경마로 많은 돈을 거머진 토드는 꿈에 그리던 ‘화이트 카운티스’라는 고급 바를 내고 미모가 출중한 백작부인 소피아를 고용하자, 화이트 카운티스는 상하이의 모든 정치, 권력 그리고 음모가 한데 어울리는
최고의 클럽이 된다.
토드와 소피아가 연꽃으로 가득한 정원 옆 정자에서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악단의 음악을
들으면서 산책하는 장면은 너무 아름다워 두고 두고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고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중일 전쟁이 발발하고 신변에 위험을 느낀 시누이와 숙모는 토드가 준 돈으로 소피아 몰래
홍콩으로 가려고 배에 승선할 수 있는 허가증을 받는다.
이 사실을 도움을 주던 유대인 남자로부터 알게 되자 소피아는 딸을 찾으러 항구로 가고 토드 역시 자가용을 타고 피난민의 행렬이 어이지는 항구로 가던 중 기사가 위험하다고 항구로 가기를 거부하자 시각 장애자인 토드가 차에서 내려 지팡이를 짚고 폭탄이 터지고 총성이 무성한 거리를 넘어지고 사람들의 발길에 차여가며 소피아를 찾아가는 장면이 너무나 감동스러워 눈물이 날 정도였다.
사랑은 모든 것을 참고 견디며 극복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 순간이기도 하다.
마침내 토드와 소피아는 유대인 남자의 도움을 받아 떠나기 직전의 딸 카탸를 만나 눈물의
상봉을 하게 된다.
생계를 책임지던 소피아를 전쟁의 불바다인 상하이에 남겨두고 핏줄인 카탸만 데리고 홍콩으로 탈출하려고 했던 시누이와 숙모가 너무나 이기적이고 냉혈한처럼 느껴진다.
시대극에 맞게 아름다운 멋진 의상들과 전쟁씬이지만 상하이 항구에 배가 떠다니는 모습,
포탄이 터져 불꽃놀이처럼 아름다운 항구의 야경, 영화 전편에 흘렀던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 연주 모습과 피난 가는 전쟁씬을 촬영하기 위해 동원된 어마무시하게 많은 엑스트라들을 볼 때 이 영화의 규모와
제작비를 가늠할 수 있었다.
현재 ing중인 역량있는 작가인 가즈오 이시구로와 고품격 예술영화를 많이 만든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네임 벨류에 딱 들어맞는 영화 <백작부인>~
중일 전쟁의 참상이 그려지긴 하지만 너무 참혹하지 않은 정도로 무겁게 그리지 않아서 좋았던 영화였다.
토드를 연기한 랄프 파인즈의 시각 장애인 연기는 정말 압권이었다.
진짜 맹인이 연기하는 줄 착각할 정도로 그의 연기는 정말 너무 훌륭했는데, 연기 전에 시각 장애인 협회인 'Royal Society for Blind'에 들어가서 하루 종일 맹인들의 하루 생활을 면밀히 관찰한 결과라고 하니
이 배우의 근성이 느껴진다.
이 영화와 더불어 찰리 채플린 감독의 유작으로 소피아 로렌과 말론 브란도 주연의 영화 <홍콩에서 온 백작부인>도 가까운 시일내에 감상하고 싶은 마음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가즈오 이시구로와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너무나 영상이 아름답고 감동적인 고품격 시대극을 상영해주신 drfa에 깊이 감사드리며 drfa가 아니라면 감상하기 힘든 <백작부인>을 기회가 되면 drfa에서 꼭 감상하시길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