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비도,King Vidor 감독
Gary Cooper .... Howard Roark
Patricia Neal .... Dominique Francon
Raymond Massey .... Gail Wynand
Kent Smith .... Peter Keating
Robert Douglas .... Ellsworth Toohey
16:9 wide screen/흑백/2.0 모노/114분
언어/Italy+USA
자막/한국
번역/DRFA 365 예술극장,강병국
"건축을 빙자한 거대한 철학 서적, 인생의 금자탑을 고통으로 쌓은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
무려 700페이지에 달하는 에인 랜드(Ayn Rand)의 이 원작은
타임지 북스가 집계한 바에 의하면 이제는 거의 미국내에서
성경의 판매량에 육박하고 있다고 합니다.
타임지 북스가 '21세기에 미국이 회복해야 할 정신을
소설 속의 주인공을 빌어 선정해 보시오'라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압도적으로 바로 에인 랜드의 <마천루>에 등장하는 주인공
하워드 로크가 선정되었습니다.
무엇이 이토록 미국인으로 하여금 하워드 로크에게 빠져들게 만들었을까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지금 트럼프가 저렇게 밀어부치는데는
트럼프의 정신 구조 속에도 데 이 하워드 로크가 제대로 또아리를 트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고층빌딩이 우후죽순으로 지어지던 1930년대 뉴욕의 맨하탄,
두 명의 건축가가 첨예하게 동전의 양면처럼 충돌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자신의 재능을 철저하게 현실을 더 풍요하게 치장할 수 있는 도구로만 생각하는
피터 키팅이 그중 한 사람입니다.
피터는 고객을 만족 시켜 그 반사작용으로 주어지는 것들로
출세의 도구로 삼는 전형적인 기회주의자이죠.
그는 기존의 건축양식들을 모방하고 혼합해서
대중들이 만족하는 건축물을 뽑아내는 것이 인생의 가치이자 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이런 빠른 적응력과 출세욕은 건축과를 수석 졸업하게 만들고
동시에 굴지의 설계 사무실에 취직하게 만듭니다.
또한 미모의 부인 도미니크를 얻는데도 성공하지만
그녀의 마음까지는 얻지 못하는 비극적인 삶을 살게 되는 인물입니다.
키팅과 반대되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바로 주인공 하워드 로크입니다.
하워드 로크는 글자 그대로 무대뽀 외골수입니다.
우주는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야 하고,
자신이 만족하지 못하면 그것은 이미 창작이 아닙니다.
이미 누군가에 의해 사용된 건축양식에 편승하기를 거부하고
자기만의 건축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신의 철학과 자신의 생각이 조금도 흐트러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건축주가 자신 몰래 구조를 변형시키면 그것을 참지 못하고
밤에 다이너마이트를 실고 가서 완공을 눈앞에 둔 빌딩을
폭파해버리는 그야 말로 극악하기 이를 데 없는
철저한 자기 중심적 인물입니다.
그의 이런 성격은 대학에서부터 징후가 농후해서
그는 교수의 눈밖에 나서 졸업도 제대로 하지 못한 인물입니다.
하워드 로크와 피터 키팅,
이 두 사람이 뿜어내는 삶의 아우라는 700페이지에 달하는 원작을 읽어가는 내내
구토가 일어날 만큼 공포스럽습니다.
물론 독자는 피터와 하워드 중 누가 옳은 삶을 살았는지는
아무도 쉬이 재단할 수 없습니다.
독자 중 누구는 로크의 삶의 방식을 열렬히 환영하고,
혹자는 남의 빌딩을 폭파하고는 법정에 서서 자신이 마치 조물주라도 된양
장황하게 자신의 신념을 변호하는 장면에서는 역겹디 역겹다며 책을 덮어버리는 독자도 있으니까요...
<마천루>의 가장 큰 미덕은 작가가 극단의 극점에 선 두 사람의 인생을
냉정한 시선으로 세밀하게 들려줌으로서
독자들 개개인에게 자신의 삶을 대입해볼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것입니다.
동검도의 바닷가에 극장을 지을 때
모두가 나에게 미쳤다고 손가락질 하던 때에
나는 가끔 이 <마천루>의 하워드 로크를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자기의 신념에 미치지 않고서는 인생의 걸작은 탄생할 수 없음을
극장을 짓던 그 시기에 나는 깨달았습니다'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인생의 구비 구비에서
하워드 로크처럼 자신의 이상을 지키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피곤한 인생을 사는 사람 곁에 머무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지적인 여배우 패트리샤 닐이 연기하는 도미니크가 그런 주변인입니다.
몸은 피터와 결혼을 했지만 그녀의 마음은 늘
한 남자에게로 향합니다.
옹고집에, 자신밖에 모르는 철저한 외골수 하워드 로크에게로요.
영화 <마천루>는 700페이지의 원작을 압축하느라
섬광처럼 번득이며 지나가는 플래시백이 난무합니다.
게리 구퍼의 대사를 따라가기에도 호흡이 딸릴 지경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갈 무렵,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삶이 주는 면류관에 대해서
말할 수 없는 전율로 미소 짓게 만드는 마력의 영화이기도 합니다.
"건축가는 인간의 재능을 최고로 표현해 해는 천재들이다.
아직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발견되지 않은 영웅적인 미지의 건축가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에인 랜드는 <마천루>의 서문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에인 랜드는 이 책을 쓰기 위해 당시의 유명 건축가들에게 필사적으로 자문을 구했고
덕분에 이 책은 지금에 읽어도 건축가들의 불꽃 튀는 삶의 묘사 앞에서 모골이 송연해지곤 합니다.
건축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이 책이 공감을 주는 이유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살면서 부닥치는 좌절과 현실
그리고 결단의 시간 앞에서 온 밤을 지새워본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워드 로크의 모델로는 많은 건축가들이 거론되었지만
가장 유력한 사람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입니다.
꼬르뷔제, 미스 반데 로에와 더불어 근대 건축에 있어서
세계 3대 거장이라고 불리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그의 대표작 은 1935년부터 1939년에 걸쳐 펜실베니아주 밀런에 지어졌던
낙수장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카우프만의 저택이죠.
낙수장 공간의 상호 관입과 자연생활에 대한 라이트의 고집과 철학이
집대성 되어 있다고 합니다.
<마천루>의 번역에는 DRFA의 오랜 지킴이이자
아라뱃길의 설계에도 참여했던 강병국 소장님이 맡아 주셨습니다.
DRFA의 애니님이 다시 타임 싱크를 손보고
대사도 많이 다듬어 줬습니다.
그야말로 트럼프의 시대가 우리를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혼탁의 지구촌으로 몰아가고 있는 이 즈음에
삶의 많은 생각과 고민이 들어 있는 걸작 <마천루>
3월에는 좀 더 완벽한 번역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DRFA,JONAT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