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독특한 스릴러 혹은 필름느와르의 향기 속으로

리플리의 게임,Ripley's game,2002

by 유감독 posted Jul 15, 202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릴리아나 카바니,Liliana Cavani 감독

Ray Winstone...Reeves
John Malkovich...Tom Ripley
Uwe Mansshardt...Terry
Hanns Zischler...Art Dealer
Paolo Paoloni...Franco
Maurizio Lucà...Franco's Assistant

16:9 wide screen/color/돌비 디지틀 2.1/110분
"2005' Academy of Science Fiction, Fantasy & Horror Films 올 해의 영화
2003' Italian National Syndicate of Film Journalists 미술상 후보"

언어/Italy+UK+USA
자막/한국
번역/DRFA,에뒤뜨






“<태양은 가득히>부터 히치콕까지,모든 거장이 그녀에게 매혹 당했다”




(Patricia Highsmith,1921~1995)




여러분들은 <태양은 가득히>의 엔딩 장면을 기억하시나요?

너무나 닮고 싶었던 금수저 친구 Philippe Greenleaf를 죽이고

그린리프의 흉내를 내며 살아가던 아랑 드롱의 행복한 미소 저 뒤로

살해 당한 그린리프의 시신이 해안가로 떠밀리어 오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리죠.

대부분의 관객은 이제 아랑 드롱은 X됐다 라고 생각하면서 극장을 나서죠.

하지만 패트리샤 하이스미스가 창조한 리플리는 지독한 생명력으로

이후 5권의 시리즈를 더 발표합니다.

너무나 놀라운 것은 그녀의 <리플리> 시리즈에 대부분의 영화계의 작가주의 감독들이 죄다 도전합니다.

르네 끌레망으로 시작해서 Roger Spottiswoode, 아카데미를 휩쓴 안소니 밍겔라,

그리고 최근에 <프란체스코>와 <비엔나 호텔의 야간 배달부>로 우리 혼을 빼놓았던

릴리아니 까바니까지...

수많은 감독들이 그녀의 <리플리> 해석에 도전했습니다.

도대체 그녀가 창조한 <리플리>에게는 어떤 마력이 있을까요?

오죽하면 정신분석학계에서는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공식적인 용어까지 만들어내었을까요?











패트리샤 하이스미스는 1921년 1월 19일 미국 텍사스 주 포트워스에서 태어났습니다.

바너드 대학에서 영문학과 라틴어, 그리스어를 공부했죠.

그녀의 처녀작 <낯선 승객>은 1950년 출간되자마자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으며

이미 이 데뷔작에서부터 <리플리 증후군>의 서막이 시작됩니다.

열차 안에서 다가온 낯선 남자가 서로의 거추장스러운 대상을 제거하자며 달콤한 제안을 하지만

이내 남자는 점점 스토커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죠.

최근의 <캐롤>에서도 그랬지만 그녀의 대부분의 작품은

동성이 동성에게 함몰되어가는 과정을 집요하게 탐닉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낯선 승객>은 서스펜스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에 의해 스크린에 옮겨지면서

마침내 히치콕을 세계적인 명장의 대열에 점프시켜주죠.

공식적으로 그녀의 <리플리> 시리즈는 무려 지금까지 스무 번이나

영화나 TV연속극으로 만들어졌다네요.

아이큐 200의 리플리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그녀를 그저그런 대중적인 스릴러 작가로 치부했지만

주로 유럽에서 그녀를 카프카, 지드, 카뮈 같은 훌륭한 심리 소설가로 인정해주었기에

그녀는 남은 생애를 유럽으로 건너가 집필에 매진하다가

최후의 장편 소설 <소문자 g>를 마치고

1995년 2월 4일 스위스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나고 10여 년의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미국에서는 뒤늦게

그녀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이루어졌고

비로소 대부분의 학계들이 그녀를 범죄소설의 대가를 넘어서

문학사적으로도 위대한 작가의 반열에 포함시켰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너무나 많이 영화화 되었기에

조나단 유는 이번 7월에 그녀의 필수 작품들만 몇 편을 간추려

여러분에게 소개하려 합니다.


이 시간을 놓치지 마세요!

한 번 지나가면 다시는 오지 않을 아주 아주 진기한 기회입니다.





"리플리, 그는 누구인가?"





(원작의 '리플리'와 가장 근접한 평가를 받은 배우는 아랑 드롱입니다)



하이스미스의 <리플리> 시리즈는 모두 5권의 소설에 등장합니다.


The Talented Mr. Ripley (1955)

Ripley Under Ground (1970)

Ripley's Game (1974)

The Boy Who Followed Ripley (1980)

Ripley Under Water (1991)



평론가들에 의해 <리플리>는 1900년 이후 발표된 소설의 주인공 중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100선에서 60위에 선정되었습니다.

하이스미스는 자신의 첫 리플리를 내세운 소설  <재능있는 미스터 리플리>에서

리플리를 사기나 치면서 근근이 살아가는 젊은이로 소개합니다.

리플리의 부모님은 원인 모를 사건으로 익사 해서 세상을 떠나고

그는 보스턴에서 차갑고 냉정한 이모 도티에 의해 길러집니다.

이모 도티는 리플리를 수시로 <기집애>라고 놀립니다.

하지만 리플리의 사기 재능은 한 사건을 계기로 180% 업그레이드 됩니다.

조선업계의 거물 허버트 그린리프(Herbert Greenleaf)의 아들 그린리프와 친구가 되면서

너무나 그의 부를 동경하게 되죠.

마침내 그는 그린리프를 죽이고 신탁 기금에서 매달 송금되는

그린리프의 서명을 위조해 조금씩 조금씩 상류층의 세계를 맛봅니다.

이탈리아에 있는 아파트를 임대하고 그린리프의 스타일과 매너리즘을 완벽하게 복사한 다음

본질적으로 그린리프 자체가 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그린리프를 너무 잘 아는 친구들이 자신을 의심해 올 때 마다

그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면서 살인의 기술을 배우게 되죠.

리플리는 결국 그린리프의 유언장을 위조하고,

엄청난 유산을 리플리에게 남기는 것으로 1막의 장을 내리죠.





(맷 데이먼도 리플리에 도전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가장 안 어울렸습니다)




1970년 리플리는 프랑스 빌페르쉬르센(Villeperce-sur-Seine)이라는 마을 외곽에 위치한

벨 옴브레(Belle Ombre)에서 마침내 전원 생활을 시작 합니다.

리플리는 현재 있는 돈만으로도 남은 생을 편안하게 살 수 있지만

이번에는 엄청난 갑부 상속녀 엘로이스 플리슨과 결혼하면서

다시 재산의 양을 늘립니다.

반면 리플리의 범죄는 이제 훨씬 더 정교해 지면서 동시에 확장됩니다.

미술품 위조 사기(리플리 언더그라운드)로부터

마피아와 연루까지 되면서(리플리의 게임) 여러 살인에 관여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고단수의 아이큐로 몇 번의 위기에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갑니다.





('지하 세계의 리플리'에서는 Barry Pepper가 리플리 역을 연기하는데 썩 잘 어울립니다)




시리즈가 확장되면서 하이스미스는 리플리를 순종적이고, 상냥하며, 완전히 부도덕한 사기꾼이자

연쇄 살인범으로 발전 시켜 나갑니다.

게다가 그는  미식가이면서 요리에도 달인이어서

프랑스 시골에서 세련되고 여유로운 삶을 사는 것으로 묘사되죠.

대부분의 시간을 정원을 가꾸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제2외국어를 공부하는데 보냅니다.

리플리는 예의 바르고, 친근하며, 교양 있으며

거칠고 무례한 이들을 보면 즉각 응징합니다.

가디언紙의 샘 조디슨은


"리플리는 호감 가는 캐릭터이자 냉혈한 살인자이다,

독자들이 톰 리플리를 응원하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Patricia Highsmith는 독자들이 동정심에 속아 넘어갈 수 있도록

매번 훌륭한 역할을 해낸다"

라고 평했죠.


또한 로저 에버트는 아랑 드롱의 <태양은 가득히>를 본 후


"리플리는 쾌락과 절제된 취향,

이 두 가지를 절묘하게 융합해낸다.

그의 범죄는 체스 게임의 움직임과 같다.

즉 그는 그가 상대방을 좋아하고 존경할 수 있는 만큼,

게임이 '체크메이트'로 끝나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인물"


이라고 평했죠.





(존 말코비치에 와서는 리플리의 범죄 행각은 더욱 정교한 퍼즐로 업그레이드 됩니다)




<리플리>가 매력적인 것은 하이스미스는 소설 5권을 관통하면서 결코

리플리의 성정체성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습니다,

분명히 <태양은 가득히>에서 보면 리플리가 디키 그린리프에게 집착하는 것은

정상적인 우정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하이스미스는 끝까지 리플리의 성적 취향을 모호한 상태로 남겨둡니다.

심지어 어떤 대사에서는 리플리는


"자신은 어떤 것을 더 좋아하는지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남자와 여자 모두를 포기하고 싶다"


고 농담조로 얘기하는 것이 등장합니다.


<리플리 언더그라운드>에서는 헬로이즈 와의 신혼 여행 동안

발기불능으로 섹스를 하지 못하는 장면도 등장합니다.

<리플리를 추종하는 소년,The Boy Who Followed Ripley> 편에서 보면

프랭크 피어슨이 시트를 갈지 않고 리플리의 침대에서 잠을 자고,

벨 옴브레에 있을 때 두 남자는 연인처럼 달콤한 말을 하기도 합니다.

독자들은 하이스미스에게 집요하게 리플리의 성적 정체성에 대해서 물었지만

그때마다 그녀는 즉답을 피해갔죠.

그러다 1988년 Sight & Sound와의 인터뷰에서 하이스미스는

"나는 리플리가 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빔 벤더스도 리플리에 도전합니다. 데니스 호프의 연기도 섬뜩 했습니다)



리플리가 동성애자인가는 뒤로 하고

그가 싸이코패스임에는 분명하다고 대부분의 평론가들이 결론을 내렸죠.

하지만 무작위적인 살인을 하지 않습니다.

<리플리를 추종하는 소년>에서는

그는 살인의 죄책감에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리플리의 게임>에서는 "절대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살인을 싫어한다"고도 말하죠.

결국 많은 평론가들은 리플리를 전형적인 <소시오패스>이자

<도시적인 사이코패스>로 간주합니다.

오죽하면 로저 에버트는 이 부분에 대해

"하이스미스가 독자를 유혹해서 자신과 동일시하고

자신의 이기심을 공유하게 만드는 방법은 음흉하다"

라고까지 했을까요?


로저 에버트는 세상을 떠나기 전 다시 리메이크 된 1999년 작 <재능 있는 리플리씨>를 본 후

또 이런 글을 썼죠.


"역시 리플리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나쁜 남자이지만,

매력적이고, 지적이고, 그의 부도덕한 생활 방식에 비해

지나치게 사려 깊은 남자이다.

리플리는 분명 괴물이지만,

독자들은 리플리가 괴물에서  벗어나기를 원한다.

이것이 바로 하이스미스의 영원한 천재성이다"


우리는 7월에 하이스미스가 창조한 리플리 중

과연 몇 명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릴리아니 카바니,Liliana Cavani(1937~)




<7공주댁 파스콸리노>의 리나 베르트뮐러,Lina Wertmüller와 함께

최고의 급진주의 여류 감독입니다.

그녀는 다큐멘터리로 혹은 픽션을 가리지 않고 2차 대전 후

이탈리아에서 벌어졌던 혁명적인 변화에 대해 끝없이 고뇌하고 질문을 던진 문제적 여류 감독입니다.

그녀의 영화에는 언제나 이탈리아 정치 사회 문제에 관한 진지한 통찰이 흘렀으며

과거와 현재, 역사적인 사건들과 생생한 현재 진행형 기억들 사이의

갈등과 충돌이 첨예하게 부딪히곤 했죠.

그래서 늘 그녀에게는 공공연하게 혁명아, 몽상가, 미친X 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녔습니다.

로마 국립 영화 학교 졸업 후, 카바니는 이탈리아 라디오 TV방송사의 프리랜서 감독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죠.

첫번째 다큐멘터리는 <제3제국 The Third Reich>과 <스탈린 Stalin>으로 주목 받은 후

<레지스탕스 여전사들,Women in the Resistance>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게 됩니다.

그녀의 첫번째 데뷔작은 <아시시의 프란체스코 Francesco d’Assisi,1966>였는데

다큐멘터리스트로 갈고 닦은 그녀의 완벽한 관찰력을 토대로

이탈리아인 전체의 정서에 깊이 흐르는 가톨릭에 대한 반대적 상징을 형상화하면서

교황청의 주의를 끌기도 했죠.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과 헌신은 이어서 만든 1968년작 <갈릴레오,Galileo>와

<카니발,I Canni-bali,1969>에서 더욱 깊어 집니다.

세상의 모든 권위주의적 가치관이 어떻게 인간의 심리를 억압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최고의 문제작이자 화제작은 바로 1974년에 만든

<비엔나 호텔의 야간 배달부,Portiere di notte>이죠.

더크 보가드와 샬롯 램플링을 캐스팅 해 전 나치 대원과 강제 수용소 시절 그의 성적 노리개가 됐던 여자가

다시 사도마조히즘 속으로 빠져드는 성적 심리를 무시무시하게 그려내었죠.

이 작품을 통해 카바니는 성적인 노예화와 지배를 통해

나치즘이 유럽의 역사와 개인에게 어떠한 상처를 남겼는지에 관한

진지한 고찰을 시도했습니다.


그러한 그녀가 이번에는 <리플리> 시리즈 중 후기작에 속하면서도

리플리의 심리 해석 중 가장 난해 하다는

<리플리의 게임>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리플리의 게임>에 와서는 리플리의 줄곧 모호한 성정체성과 싸이코텔릭한 그의 이중성은

더욱 더 심오해집니다.

극단적 상황 속에서 선과 악의 경계를 사유하던 릴리아나 카바니가 이런 리플리를

그냥 둘리가 만무했겠죠.

게다가 이번에는 음악을 엔니오 모리꼬네가 맡았습니다.

그러니 영화가 얼마나 더 우아해졌겠습니까?


존 말코비치가 연기하는 톰 리플리는 영국 지하세계의 조직 보스 리브스로부터

같이 베를린으로 건너 가서 성공 확률 제로의

고미술품을 위조 하자는 제안을 받게 됩니다.

리플리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죠.

리브스가 위조품을 완전 시킨 후 자신을 제거할 거란 계획을...

리플리는 고민합니다.

하프시코드 연주자인 그의 아내 루이사(Luisa)와 함께

베네토에 있는 우아한 숲 속 별장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사는 그가

굳이 지하세계와 결탁된 미술품 위조에 뛰어들 것인가를요...

하지만 리플리는 아주 사소한 사건으로 이 계획을 맡기로 결심합니다.

그것은 리플리의 별장에 초대된 미술품 감정사인 조나단 트레바니가

우연히 자신 몰래 리플리의 미술에 대한 취향과 음험한 성적 취향에 대해

너무나 질이 낮다며 험담하고 있는 것을 엿들었기 때문이죠.

이제 리플리는 이 미술품 감정사 조나단에게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은밀한 복수를 준비합니다.

안타깝게 이 영화는 <태양은 가득히>부터 리플리를 연구하지 못한 관객들에게는

많이 불친절 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약점을 갖고 있는 영화죠.

리플리의 절대적으로 악하지도, 또한  선하지도 않으며

자율과 타율을 오가며 행동하는 그의 행동들이

처음 리플리를 대하는 관객에게는 다소

뜬금없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작가 하이스미스는 시종일관 리플리를

인간의 심리에 천착하여 인간의 행동을 하나의 기준으로는 판단할 수 없게 만드는 힘,

리플리 시리즈의 매력을 이번 에피소드에서도 훌륭하게 이어나갑니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상대를 해치우는 존 말코비치의 연기는

굉장히 무시 무시합니다.

몽환적으로 마치 시를 읊조리듯, 변화없는 톤으로 긴 대사를 내뱉는 연기를

이토록 천연덕스럽게 해낼 수 있는 배우는

아마도 지구상에서 존 말코비치밖에 없을 겁니다.

같은 이야기를 각자의 시선으로 풀어낸

<베를린 천사의 시>의 빔 벤더스의 <미국인 친구>와 함께

비교해서 보면 더없이 훌륭한 리플리 텍스트입니다.

다시 오지 않을 이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DRFA,JONATHAN]

Who's 유감독

profile

"최선을 다해 프로그램을 준비하라,

관객은 반드시 알아준다"


Articles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