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심연으로의 여행

사랑하는 시바여, 돌아오라,Come back, little Sheba,1952

by 유감독 posted Aug 1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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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만,Daniel Mann 감독

Burt Lancaster ....  Doc Delaney
Shirley Booth ....  Lola Delaney
Terry Moore ....  Marie Buckholder
Richard Jaeckel ....  Turk Fisher
Philip Ober ....  Ed Anderson

4:3 full screen/흑백/2.0 모노/99분
"1953' Academy Awards, USA 편집상,여우조연상 후보,여우 주연상 수상
1954' BAFTA Awards 각본상,여우주연상 후보
1853' Cannes Film Festival 황금종려상 후보,국제비평가상과 특별 여우주연상 수상
1953' Golden Globes, USA 최우수작품상 후보,여우주연상 수상
1954' Jussi Awards 여우주연상 수상
1952' National Board of Review, USA 여우주연상 수상
1952' New York Film Critics Circle Awards 여우주연상 수상
1953' Writers Guild of America, USA 최우수 오리지널 시나리오상 후보"

언어/미국
자막/한국
번역/DRFA,애니





"알콜 중독에 대한 무시무시한 보고서!"



늘 궁금했답니다.

버트 랭카스터가 왜 이 작은 소품을 선택했을까?

그리고 그는 어떤 연기를 펼쳤기에 이 영화로 처음 데뷔하는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상대 여배우에게

또 다시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안겨주었을까?

(장미 문신의 추억에서도 상대 여배우 안나 마냐니가 여우주연상을 받았었죠)

굉장히 궁금했던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명불허전이란 말밖엔 할 말이 없더군요.


알콜 중독을 다룬 영화는 많이 있죠.

잭 레몬의 <술과 장미의 나날>...

멕 라이언의 금방이라도 무너질듯한 연기가 잊을 수 없는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하지만 오늘 소개하는 이 영화만큼 피부 깊숙히 알콜 중독의 공포를

각인 시켜준 영화는 일찌기 없었답니다.


버트 랭카스터가 연기하는 닥터 델라니 부부는

20년째 무미건조한 결혼생활을 이어나가는 중년의 부부입니다.

델라니는 내과의가 되려고 했다가 전문의 과정에서 떨어지고

지금은 도수 치료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자신을 "아빠"라고 달라붙는 지긋지긋한 아내...

이 영화로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수많은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Shirley Booth의 연기는 정말이지 보는 사람을 숨막히게 합니다.

저런 여자와 살아가는 남자는 어떤 기분일까를 그냥 알려줍니다,

하지만 여러분, 영화의 엔딩...

감독은 벼랑 끝에 대롱 대롱 매달린 남편에게 유일한 구원은

바로 이런 바보 같은 아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려주면서 끝마칩니다.


음...

이 영화는 알콜 중독자와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 세세한 디테일이 결코 피부에 와닿지 않을 거에요.

하지만 저는 알콜 중독자 아버지와 무려 25년을 살아보았기에

이 영화가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지 잘 안답니다.

델라니는 평소에 <부처님>이라는 별명이 따를 정도로 신사입니다.

우리 아버지가 그랬으니까요.

우리 아버진 하루 종일 말 한 마디 안 하는 날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냥 조용히 앉아 하염없이 생각을 하죠.

이 영화에서 델라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소름 끼치는 아내의 수다를 다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버진 결국 1주일을 못 넘기고 술에 손을 대었습니다.

한 번 술병을 잡으면 근 2주일은 온 식구가 죽어나죠.


이 영화에서 버트 랭카스터의 연기는 그야 말로 당해본 사람만이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알콜 중독자의 대폭발을 악 소리 나게 연기합니다.

이 영화에서 그가 대폭발을 일으키는 시간은 고작 5분도 안됩니다.

그 5분 동안 버트 랭카스터는 여러분에게 알콜 중독의 지옥을 보여줄 것입니다.

인간의 입에서 어떤 저런 사악한 소리가 터져나올 수 있는지

이 시나리오를 쓴 작가에게 경의를 보낼 뿐입니다.

우리 아버지가 그랬거든요.

난 결국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부처라고 불리우던  조용한 그 1주일의 시간은 실은

심연 깊은 곳에 이번에 술에 취하면 뱉어낼 더러운 언어들을

차곡 차곡 쌓아두는 시간이었다는 것을요...




(우리나라에서도 꽤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델라니는 알콜 중독 치료 학교에도 성실하게 다니는 둥,

그리고 근 2년간 술을 끊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를 자극하는 작은 사건이 일어나죠.

그의 아내 로라가 키우던 강아지 시바가 그만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 것입니다.

매일 매일 시바를 기다리던 로라는 견딜 수 없는 고독감에

2층 쓰지 않는 방을 인근 대학의 학생에게 세를 놓게 됩니다.

미술을 전공하는 마리가 세입자가 들어오고

로라는 마리를 마치 자신의 젊은 시절로 되돌아 간 듯이 사랑스러워 합니다.

하지만 로라는 요즘 대학생들처럼 자유분방했고

집안에 수시로 남자를 끌어들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마리의 행동들이 마침내 그동안 참았던 닥터 델라니의 알콜 본능을 터뜨리게 됩니다.

사실 닥터 델라니는 어쩌다 한 번 관계를 가진 로라와의 섹스가 임신으로 이어지자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하게 된 것이죠.

그래서 델라니에게는 젊은이들의 성적 충동을 혐오하는 내적 트라우마가 있었던 것이죠,

결국 견디다 못한 델라니는 결국 다시 술병을 찾게 되고

이때부터 알콜 중독자가 다시 술병을 잡으면 어떤 악마로 변하게 되는지

버트 랭카스터가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한 가지 너무 너무 부러웠던 것은

이때 미국은 알콜 중독으로 경찰에 신고되면 무조건 잡아가서

강제 병동에 감금시켜 버리더군요.

이것이 알콜 중독자들에게는 최고의 공포였습니다.

저는 정말이지 부러웠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그 당시에 저런 제도가 있었다면...

동네 마다 하나씩은 꼭 있는 알콜 중독자 아버지들을 잡아다가

저렇게 가두어서 치료해 버리는 제도가 있었다면

나의 4명의 누나와 나는 이런 평생의 심적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갔을까요?

이 영화 속의 닥터 델라니는 그 강제 수용 제도 때문에 결국

알콜 중독을 고쳤지만

우리 아버진 결국 알콜이 식도를 완전히 뚫을 때까지

가족을 괴롭히다 가셨죠.

공군 상병을 달고 제가 대대장님께 사연을 말씀 드렸더니

다행이 1주일에 1번씩 외출을 허가해 주셔서

(당시 공군은 군복무 기간이 35개월로 긴 대신에

이렇게 중간 휴가를 허락해 주는 제도가 있었지요)

전 군대에서 가서도 아버지 식도암 병간호를 해야 했답니다.

그때 팔공산 그 험중한 암벽산을 날다람쥐처럼 뛰어 내려와

죽어가는 아버지에게 가면 그래도 아들이라고

얼마나 기다렸는지 반가워하곤 했답니다.

한번은 식도가 없어져 말을 못하는데 겨우 죽어가는 목소리로 제게 가까이 와보라고 하더군요.

가까이 다가가니 이렇게 말했어요.


"꿈에 네가 근무하는 팔공산 어느 암벽에

붉은 꽃이 핀 약초를 봤다.

그걸 캐서 먹으면 낫는다는구나"


전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속으로 비웃었죠.

그래도 죽음 앞에서 살고 싶어하는 욕망은 있구나...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당신의 모습도 술에 취해 가족에게 욕하는 모습이었고

마지막 죽는 순간에는 어머니와 4명의 누나 모두 집을 나가버리고

나 혼자 남아서 당신의 죽음을 지키는데

더 살고 싶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군복부 중에서 틈틈히 나와서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켰죠.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는 눈물은 켜녕

너무나 기뻐서 아무리 웃음을 감추려고 해도

도저히 웃음이 멈추질 않아

작은 아버지들에게 엄청 혼났죠.





(토요일 심야, 나 혼자 감상하는 4K 흑백 고전은 숨이 막힙니다요!)



1950년 2월 15일 뉴욕 부스 극장에서 윌리엄 잉그의 희곡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무려  190회 공연을 이어 갔으며 이 연극으로 셜리 부스는

그 해 토니상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기세로  Shirley Booth는 처음으로 영화에도 도전,

그 해 아카데미상을 필두로 전 세계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모조리 휩쓸어 담았습니다.

당시 버트 랭카스터의 나이는 38세,

닥터 델라니를 연기하기는 턱없이 어리다고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연극 버전에서는 시드니 블랙머가 맡았는데 그는 랭커스터보다 무려 18살 많았죠.

그래서 험프리 보가트는 자신이 영화 버전에는 딱이라고 수시로 떠들고 다녔다고 하네요.

하지만 엉뚱하게도 처음 시나리오는 스펜시 트레이시에게 갔습니다.

스펜시가 알콜 중독이라는 말에 고개를 저었는데

MGM의 전속 배우었던 랭카스터가 우연히 시나리오를 구해서 읽고

제작진에게 자신의 분석 레포터를 제출했는데 제작진 모두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랭카스터는 순수한 젊은 시절의 연인이었던 두 사람이 어떻게 혼전 관계로 임신을 하게 되고

그 결과 원치 않는 결혼을 한 부부가 그 아이가 유산되면서

모든 죄책감을 혼전 섹스 탓으로 돌리는 미국에 만연한 청교도적인 분위기가

어떻게 한 사람을 알콜 중독으로 몰고 가는지에 관해 써내려간

섬세한 분석이었다고 합니다.

이 레포터 때문에 결국 랭카스터는 배역을 따내었고

이는 결국 영화의 대성공을 가져 옵니다.

하지만 역시 제 눈엔 랭카스터의 분장이 조금은 어색하더군요.

랭카스터는 중년을 연기하기 위해 속에 거들까지 입고 약간은 뚱뚱하게 보이려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연기가, 아우~~ 죽음입니다.

험프리 보가트는 절대 이런 연기 못하죠.

이 영화는 다니엘 만의 감독 데뷔작으로 그는 연극 버전의 연출도 맡았죠.

그가 앞으로 어떤 거장이 될 것인지를

예고하는 영화입니다.


조나단 유가 9월에 강력하게 추천하는 인간 심연의 깊은 곳을 들여다볼 수 있는

희귀 고전입니다.



[DRFA,JONAT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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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은 반드시 알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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