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와일더,Billy Wilder 감독
Jean Arthur .... Congresswoman Phoebe Frost
Marlene Dietrich .... Erika Von Schluetow
John Lund .... Captain John Pringle
Millard Mitchell .... Col. Rufus J. Plummer
Peter von Zerneck .... Hans Otto Birgel
1.85:1 wide screen/흑백/2.0 모노/116분
"1946' Academy Awards, USA 촬영상,각본상 후보'
1949' Writers Guild of America, USA각본상 후보"
언어/미국
자막/한국
번역/DRFA,조학제
"역쉬 명불허전이네요!"
빌리 와일더의 영화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빛이 바래지지 않는 것은
그이만큼 인간의 속물 근성을 야물딱지게 건드렸던 감독이 또 있을까요?
이 영화, 정말 어지간한 영화 매니아라면 제대로 된 번역으로
제대로 된 영상 시설이 갖추어진 곳에서
딱 한 번 죽기 전 보기를 원하는 불멸의 클래식이죠.
어젯밤. 나홀로 4K 시사회를 했는데
아우, 정말이지 좋더군요.
제독님의 번역은 한번씩 나를 깜놀하게 만드는데...
이 영화가 그랬답니다.
아마, 그간 제독님 번역 중에 가장 감수가 필요치 않을 만큼
세련되고 멋진 번역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미 국회는 국방부에게 베를린에 상주하고 있는 G.I.들의 성적 타락을
대대적으로 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리죠.
이에 국회와 국방부는 8명의 감사원단을 구성해서 베를린으로 보냅니다.
정말 저는 영화의 도입부 헬기로 잡히는 베를린 모습을 보고 기절 초풍 했답니다.
기록적으로 당시 베를린에는 영국의 처칠이 이끄는 400개의 연합군 부대가 무려 수천톤의 폭탄을
노아의 방주처럼 쏟아부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 폐허의 잔상을 눈으로 목격하니 정말 그냥 쓰러지겠더군요.
극중의 한 감사원단 중 한 명이
"저기 아래 와플들 좀 보라"고 하는 대사가 나오는데
도시 전체가 그야 말로 벌집 쑤셔놓은 듯 참혹 그 자체이더군요.
빌리 와일더가 베를린이 폭격으로부터 회복되기 전에
빨리 이 영화의 촬영을 시작하려고 했지만
이미 그가 베를린에 도착했을 때는 베를린은 많이 정비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50만 채의 파괴된 건물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베를린은 그야 말로 암시장이 아니면 시민들이 생존할 수 없는 살아 있는 지옥이었다고 하네요.
빌리 와일더는 이런 지옥의 베를린을 항공 촬영으로 잡아내는데 성공하는데
정말 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소름 끼칩니다.
동시에 빌리 와일더는 이 폐허들을 보고 현지 베를린에서
Charles Brackett 과 함께 상당 부분의 시나리오 수정을 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촬영장에서 서로를 향해 재떨이를 던지는 둥 엄청 치열한 소울 메이트였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직접 길거리로 나가서 시민들을 인터뷰 하면서 대사를 고쳐나갔는데
특히 한 여성과의 인터뷰가 시나리오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저는 가스 배관을 고치러 와준 미군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마침내 자살을 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이 여자의 솔직하고도 슬픈 고백이 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거의 휩쓸고 있습니다.
베를린 국민들은 히틀러라는 사기꾼 정치인이 처음 등장하였을 때
그가 어느 정도의 사기꾼인줄 알고 있으면서도 그가 인도해줄 유토피아를 상상하며 모두 동조했죠.
그래서 조나단 유는 늘 생각합니다.
사기꾼 정치인을 빠는 국민들은 그 속에 사실은 자기 스스로가
공짜를 밝히며 사기 기질이 다분히 존재하기 때문이라고요...
시나리오 수정과 항공 촬영이 끝난 후에 빌리 와일더는 바로 파리로 날아갔고
호텔 조르주 V에서 머물고 있던 마를렌 디트리히를 찾아가서
내가 지금 독일에서 오는 길인데 그 폐허 한 가운데서 노래하는 독일 여가수는
당신이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더라,
꼭 출연해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평소 히틀러와 독일인이라면 치를 떨었던 마를렌은 손사레를 치며
안 한다고 했다고 합니다.
결국 그녀를 움직인 것은 그녀가 부를 모든 노래의 작곡을
프리드리히 홀렌더에게 맡기겠다는 약속에
그녀가 출연을 승락했다고 합니다.
마를렌과 프리드리히 홀렌더는 죽고 못사는 소울 메이트 였다고 하네요.
실제로 영화 속에서 마를렌이 노래할 때 잡히는 피아니스트는
프리드리히 홀렌더입니다.
게다가 마를렌은 촬영이 하루 연기되면 66,000 달러의 추가 비용을 받기로 했는데
결국 마를렌은 정식 출연료 외에도 모두 110,000 달러의 추가 수당을 챙겼다고 합니다.
(홀로 갖는 시사회는 정말 멋진 와일더의 걸작이었습니다)
오늘의 국회의원 여주인공 피비 프로스트(진 아서)는
이 파괴된 베릴린에서 주둔 미군의 도덕성과 성 모럴을 조사해 나가다가
결국 자신이 완전하게 무너져 내린다는 이야기죠.
완벽하게 도덕성으로 무장되어 있던 그녀가
베를린 도심의 심야 나이트 클럽에서 노래하며 생명을 보존하는
독일 여가수 에리카(마를린 디트리히)를 조사하면서
이 지옥 같은 현실에서 도덕성을 조사하는 자신이 얼마나 뻘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를 깨닫게 되죠.
그리고 에리카가 미국으로 건너가기 위해서는 오매불망 필수적으로 꼬셔야 하는
존 프링글 대위를 두 여자가 동시에 사랑하면서
영화는 점입 가경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심각한 로멘틱 코메디로 돌변합니다.
발리 와일더 대단하지 않나요?
1946년에 이런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다니요.
인간은 지위고하 막론하고 가장 원초적인 성욕 앞에서는 모두 동물 그 자체일 뿐이며
그 동물의 난장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공간이 바로 전쟁 후 무너진 베를린이라는 이 무거운 주제를
이토록 가볍게 풀어내다니요?
영화 내내 불협화음을 일으켰던 마를렌 디트리히와 진 아서와의 루머에 대해
빌리 와일더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는 것을 두려워하는 한 여성과
끊임없이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을 멈추지 않는 두 명의 여성이 있었을 뿐이었다"
우문현답이로군요.
과연 누가 전자이며 누가 후자였을까요?
실제로 이 영화를 둘러싼 루머는 엄청 났습니다.
한번은 진 아서의 남편 프랭크 로스가 한밤중에 빌리 와일더 숙소를 찾아와서
따진 일화도 유명하죠.
"정말 마를렌이 진 아서의 클로즈업을 찍지 말라고 했느냐"
하지만 정작 영화 시사회 후 프랭크 로스와 진 아서는
빌리 와일더에게 진중하게 사과했다고 합니다.
영화는 거의 진 아서의 클로즈업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으니까요.
사람들이 빌리 와일더에게 묻곤 했죠.
"당신은 왜 마를렌을 그토록 좋아하느냐?"
그때 빌리 와일더가 답했습니다.
"감기에 걸린 스탭을 위해 닭고기 스프를 끓이는 탑배우는 마를렌 뿐이었다.
그것도 형식이 아니라 그녀는 진심을 다해 스프를 끓였다"
진 아더와 마를렌 디트리히는 이 영화를 찍었을 때 40대 후반이었죠.
하지만 두 여자가 싸우는 중간의 남자 존 룬드는 둘 다 보다 10살 연하였습니다.
그나 저나 존 룬드가 이렇게 연기를 잘했나요?
빌리 와일더는 존 룬드에게 수시로 "넌 캐리 그랜트가 거절하는 바람에 들어온 대타이니까
연기 잘 해서 그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라"고 부추켰다고 하네요.
마를렌 디트리히와 존 룬드는 1992년에 4일 간격으로 사망했습니다.
디트리히가 5월 6일 파리의 그녀의 집에서,
그리고 5월 10일 존 룬드는 헐리우드 비벌리 힐스의 그의 자택에서 숨을 거두었죠.
미국 정부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엄청 노력을 기울였다는 소문이
아직까지 나돕니다.
16미리 영사기 속에서 나치 최고 사령부와 함께 베를린 오페라 하우스에 등장하는
마를렌을 재현하기 위해 무려 79편의 실제 기록 필름이 동원되었다고 하네요.
촬영이 끝나자마자 마를렌은 딸 마리아 리바가 첫 손자를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뉴욕으로 날아 갔습니다.
당시 빌리 와일더의 조감독이자 훗날 유명 감독이 되는
게르트 오스왈드에 따르면 촬영장에는 마를렌 디트리히 때문에 바람 잘 날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녀를 보기 위해 정말 각계각층의 고위급 인사들이 몰려 들었는데
그중에 윈스턴 처칠의 아들 랜돌프도 있었다고 합니다.
얼마나 그가 마를렌에게 추근대는지 빌리 와일더의 아내가 그에게
와인잔을 집어던졌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영화 <재뉴어리>를 보면 빌리 와일더와 마를렌 디트리히가 그토록 친했던 이유는
두 사람 모두가 바이 섹슈얼이었기 때문이라는 대목이 나오죠.
동시에 두 사람 모두 현모양처와 현부양부를 다 거느렸으니
인생 참 불공평하군요.
2000년 미국 영화 연구소(AFI)가 선정한
'역대 가장 재미있는 100대 미국 영화'에 선정됩니다.
꼭 보세요,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시대를 한참 앞서간
선각자 같은 영화입니다.
[DRFA,JONAT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