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FA 풀 콜렉션 시리즈

빌리 와일더 풀 콜렉션;셜록 홈즈의 은밀한 삶,The private life of Sherlock Holmes,1970

by 유감독 posted Sep 03, 202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빌리 와일더,Billy Wilder 감독

Robert Stephens...Sherlock Holmes
Colin Blakely...Dr.John H. Watson
Geneviève Page...Ilse von Hoffmanstat, aka Gabrielle Valladon (as Genevieve Page)
Christopher Lee...Mycroft Holmes
Tamara Toumanova...Madame Petrova
Clive Revill...Nikolai Rogozhin

1.35:1 letter box/color/2.0 돌비 디지틀 모노/125분
"1971' Edgar Allan Poe Awards 그랑프리 후보
1971' Writers Guild of America, USA  그랑프리 후보"

언어/영국
자막/한국
번역/DRFA,조학제




"빌리 와일더의 천재성에 당신은 미친다!"





(Sir Arthur Ignatius Conan Doyle,22 May 1859~7 July 1930)



인간이 만들어낸 소설 속 주인공 중에 역사상 셜록 홈스(Sherlock Holmes) 만큼

성공한 캐릭터는 없습니다.

고작 그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소설은 4권에 불과하며

모두 56개의 사건을 해결하지만 그는 영국인들 사이에 전설이 되었습니다.

2008년의 한 조사에 의하면 영국인의 약 58%가 셜록 홈스는 실존 인물이라고 믿고 있다고 하네요.

또한 셜록 홈스 시리즈는 정식으로 출판된 지 135년이나 된 지금까지

새로운 판본을 찍어낼 때 마다 단 한 번도 완전 판매를 이루어내지 않은 적이 없다고 합니다.

작가인 아서 코난 도일은 셜록 홈스가 실제로 존재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그의 친구 왓슨을 이용하죠.

홈스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왓슨은 후세대를 위해 기록으로 남겨놓는데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두 사람 사이의 케미를 통해

우리 모두는 홈스가 실존하는 인물이라고 믿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독자는 홈스에 대해서 사실 제대로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곤 하죠.

일단 많은 사람들이 홈스가 탐정이라고 알고 있지만

첫번째 작품인 <주홍색 연구>에 따르면 본인은 수사 고문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홈스는 초기엔 탐정이란 족속을 혐오한다고까지 발언하고 있죠.

초기에는 말 그대로 직접 수사를 하기보다는 경찰청 등에서 수사가 막힐 때

조언을 해주는 역할을 해주는 정도였죠.

또한 홈스는 자신의 본능이 땡기는 사건에만 집중하는데

그 본능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아는 독자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그가 해결한 사건들은 인간으로서는 거의 도전하기 불가능한 것들로 가득합니다.

놀라운 것은, 이렇게 사건을 해결하고도 그가 사례금을 받았다는 기록이 없습니다.

그가 의뢰비를 받을 때는 주로 귀족이나 왕족에게서 받는데,

이런 경우에는 엄청 비싸게 부릅니다.

또한 독자들은 홈스가 결혼을 했는지 안했는지

안했다면 그가 왜 안했는지를 모릅니다.

바이올린 연주가 수준급이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목숨처럼 소중하게 여깁니다.

심지어 바이올린에 대한 논문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바이올린을 위한 작곡을 한 적도 있습니다.

(이 영화의 첫 장면에 그의 악보가 공개되죠)

권투와 펜싱에 능한데(소설 '네 개의 서명'을 보면)

특히 권투에 있어서는 준프로급의 실력을 보입니다.









자,여기까지의 기본적인 셜록 홈스의 정보를 가지고

우리의 빌리 와일더는 과연 어떻게 셜록 홈스의 사생활을 만들어 내었을까요?

이 영화는 코난 도일의 도움도 받지 못했으며 오로지

빌리 와일더 혼자 만의 상상력으로 홈스라는 한 사람에게 접근한 영화입니다.

일단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빌리 와일더는 홈스가 동성애 혹은 양성애자일 확률이 높다고 결론 내립니다.

(하지만 빌리 와일더의 이 도전은 스튜디오에 의해 무참히 박살납니다)

첫 장면부터 홈스를 연기하는 Robert Stephens은 짙은 화장을 하고 나오죠.

그리고 걸음걸이부터 사뿐 사뿐 여성스럽습니다.

올리비아 핫세와 죽음까지 가던 그 멋진 로미오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연기 정말 잘 하더군요.

빌리 와일더가 요구하는 그 모호한 성정체성을 완벽하게 뽑아냅니다.

영화 내내 수많은 사람들이 홈스에게 왜 결혼을 하지 않으며

정말 여자를 끔찍하게 혐오하느냐고 묻습니다.

그때마다 홈스는 그 어떤 명확한 답도 내어놓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는 행동으로 봐서는 여자와 생을 같이 할 마음은 전혀 없어 보이는 것은 분명합니다.

사건이 없는 날은,

그는 하루 종일 아편을 합니다.

그래서 그의 방에는 아편 연기로 가득합니다.

파트너 왓슨은 그에게서 아편을 빼앗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그때마다 홈스는

그럼 아편을 끊을 수 있는 사건을 가져다 달라고 말하죠.

실제로 홈스는 사건을 해결하는 지식 외에는 일반적인 상식에서는 거의 초등 수준이라고

코난 도일은 소설 곳곳에 묘사하고 있죠.


그러던 홈스에게 어느 날 한 마부가 초인종을 누르고

한 여자가 강물에 떠 있는 걸 건져왔다고 말하죠.

여자의 손에는 쪽지 하나가 쥐여져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홈스의 아파트 주소였죠.

다음 날 여자는 정신이 들자

자신은 벨기에에서 실종된 남편을 찾아서 런던으로 왔으며

남편을 찾아줄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홈스밖에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죠.

결국 그녀의 남편을 찾아주기로 마음 먹은 홈스는 그녀의 남편의 그림자를 쫓다가

남편이 영국 방위성과 독일에 맞설 수 있는 <그 무엇>을 개발하다가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아마도 이런 이야기들이 여러분들은 그저 그런 뻔한 셜록 홈스 이야기라고 여길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나단 유는 이 영화를 보면서 정말이지

빌리 와일더에게 거의 고개를 숙여 큰 절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먼저 이 스토리가 코난 도일의 도움을 하나도 안받고 오로지 I.A.L. Diamond와 함께

재창조해나갔다는 사실이 경의로왔죠.

빌리 와일더가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쓰고 그것을 I.A.L. Diamond에게 보여주었는데

<아파트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I.A.L. Diamond 조차도 깜놀했다고 합니다.

<검찰측의 증인> 처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플롯도 여전하지만

무엇보다 셜록 홈스라는 한 남자의 뼈속 깊은 고독과 삶에 대한 페이소스,

동시에 유럽을 격동하는 정세와 그 가운데서의 영국의 역할 등,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 건드리는 빌리의 솜씨는

인생을 얼마나 살아보면 나올 수 있는 재능일까요?









빌리의 최종 시나리오는 260페이지로 끝났으며

1천만 달러의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 돈은 빌리 와일더 영화 인생에서 처음이었으며

다시는 오지 않을 돈이었죠.

빌리 와일더는 여유를 갖고 마치 소풍을 즐기듯이 영화를 찍어나갔으며

러닝 타임 3시간 20분짜리 영화를 만들어내었죠.

오프닝 시퀀스에 이어서 옥스포드 플래시백을 거쳐

15분부터는 첫번째 제목 <벌거벗은 허니문 부부의  무서운 사업>이라는 소제목이 떴다고 하네요.

그리고 30분부터는 <위아래로 뒤집힌 방의 호기심 많은 사건>이 이어졌다고 하네요,

이 시사회본을 본  유나이티드 아티스트의 회장은 미친듯이 노발대발했고

당장 다 잘라내라고 명령했다고 합니다.

결국 125분짜리 버전으로 대중에게 공개되었지만 세월이 갈수록

수많은 대중들은 3시간 20분 짜리가 공개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카메론 크로의 책 <와일더와의 대화>에 이때의 상황이 나옵니다.

이 책에서 와일더는 이렇게 말하고 있죠.


"파리에서 돌아왔을 때, 나는 땅바닥에 주저앉을 뻔 했다.

프롤로그 전체가 잘려나가 있었고 대부분의 중요 시퀀스가 통으로 사라져 있었다.

나는 살면서 그때만큼 많이 울었던 적이 없었다.

세월이 흐르고 내 필모 중에서 되돌아보건대

이 영화만큼 잘 만들어진 영화가 없다고 믿는다"


아우, 이러니까 더더욱 완전판이 보고싶어 지네요.

평론가 레너드 말틴에 의하면 <벌거벗은 허니문 부부의  무서운 사업> 에피소드가

1994년 이 영화의 레이저 디스크가 발매되었을 때 수록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사실이라면 그 레이저 디스크 가진 사람들 노났네요.


네스 호의 괴물은 몇 번이고 네스호 바닥으로 가라앉는 바람에

막대한 제작비가 허공으로 날아갔다고 합니다.

샬럿 챈들러가 쓴 빌리 와일더의 전기 <노바디 퍼펙트;빌리 와일더>를 읽어보면

빌리는 돈이 호수 아래로 가라앉는 것 보다는 그것을 만든 소품 제작자에게 다가가

너무 상심하지 말라며 위로 했다고 합니다.

그때 가라앉은 소품이 2016년 4월, 수중 로봇이 네스호를 탐사하면서

네스 호의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그때 그 소품을 찾아내었다고 뉴욕 타임즈는 기사화 했죠.


이 영화 도입부에서 러시아 국영 발레단의 수석 발레리나가 은퇴하면서

셜록 홈스에게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주면서 유혹하는 장면이 나오죠.

"나의 우아한 외모와 당신의 두뇌가 만나 태어나는 2세는 얼마나 멋질까요?"

라고 하는데 이는 빌리 와일더가 이사도라 던컨 일화를 그대로 옮겨왔다고 하네요.

잘 알려진대로 이사도라 던컨은 조지 버나드 쇼에게 이와 같은 말을 했다죠.

그때 조지 버나드 쇼가 한 말은 유명합니다.

"그 반대일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이 영화에서는 홈스가 뭐라고 대답했게요?

"미안하지만 저도 차이코프스키와 같습니다"

이 말은 은유적으로 자신도 차이코프스키처럼 동성애자라고 한 것이죠.

이렇게 이 영화에서 빌리 와일이더가 꼭 해내고 싶었던 것은

셜록 홈스의 성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이었는데

제작자 유나이트 아티스트는 이 부분이 가장 싫었다고 합니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빌리 와일더 역시 헐리우드의 유명한 차이코프스키로 가십이 오르내리고 있는 터였는데

빌리는 왜 한 명의 더 유명한 자신과 닮은 차이코프스키를 만들어내고 싶어 안달이 났던 것일까요?

왜 인간들은 남의 성정체성에 대해 그토록 궁금해 하는 것일까요?

자신들도 완벽하게 도덕적으로 살지 못하면서 말이죠?

그래서 어떤 심리학자는 인간 누구에게나 타인의 결점을 발견함으로

자신의 결함에 위로를 채워넣는 기괴한 습성이 있다고 합니다.


빌리 와일더는 이 영화의 음악가로 미클로스 로사를 선택했는데

빌리는 미클로스 로사에게 미공개된 바이올린 협주곡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그것을 빼내려고 한 작전이었다고 하네요.

결과는 이 영화의 음악은 고품격 그 자체입니다.

(연주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맡았습니다)


이 영화에서 홈스의 형님으로 출연하는 크리스토퍼 리는 살아 생전

아서 코난 도일과 관련된 영화에 6편이나 출연했죠.

<바스커빌의 사냥개,1959>, <셜록 홈즈와 죽음의 빛깔,1962>,

<셜록 홈즈의 사생활,1970>, <셜록 홈즈와 여주인공,1991>,

<빅토리아 폭포에서의 사건,1992>,<오슨 웰스의 위대한 미스터리,1973>


렉스 해리슨과 찰튼 해스톤이 모두 셜록 홈즈를 연기하고 싶었지만,

빌리 와일더는 한사코 덜 유명한 배우가 맡아야 한다고 고집했다고 합니다.

반면 덜 유명한 로버트 스티븐스는 나중에 인터뷰에서 이 영화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캐릭터였다고 고백했으며

훗날 이 영화가 TV드라마로 제작될 때 홈스를 맡을 제레미 브렛에게

절대 하지 말라고 권고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 영화는 뉴욕 타임지로부터 시작해 스파이 필름그래피紙까지 수많은 매체가 꼽은

<역사상 스튜디오에 의해 참혹하게 훼손된 필름>을 논할 때 항상 1위를 차지합니다.


네스호에서의 촬영은 2주가 걸렸고 촬영이 끝난 후 주인공 로버트 스티븐스는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가야 했습니다.

물론 2주간 촬영이 중단되었죠.

조나단 유도 이 장면 보면서 저 물안개를 어떻게 만들었지 의아해 했는데

실제로 물안개였다고 하니 후덜덜 하네요.

이후 로버트 스티븐스는 빌리 와일더만 보면 경기를 일으켰고

거기에다 아내 매기 스미스와의 이혼 얘기가 오가는 바람에

촬영장에서 거의 수면제와 위스키가 아니면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하네요.


비록 스튜디오에 의해 2시간 5분으로 축약되어 버렸지만

조나단 유는 그 2시간 5분 마저도 꿈결 속에서 헤매다가 나왔답니다.

<라스트 나잇 인 소호>에 이어 다시금 런던을 꼭 여행하고 싶다는 욕망을 마구 부추킨

빌리 와일더의 걸작이었습니다.

조나단 유가 강추합니다.


다시금 느끼는 거지만 조제독님의 번역이 빌리 와일더와 굉장히 잘 맞는다는 걸 또 알았습니다.

<하나,둘,셋>과 <외교 문제>에 이어서 정말이지 뒤로 넘어가는 번역이었습니다.

제독님, 수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시면

꼭 복으로 돌아올 거에요.

오늘 밤은 제독님의 또 다른 빌리 와일더 번역본

<장조와 단조>를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흥분이 됩니다.



[DRFA,JONATHAN]

Who's 유감독

profile

"최선을 다해 프로그램을 준비하라,

관객은 반드시 알아준다"


Articles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