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 데버스,Claire Devers 감독
Francis Frappat as Antoine
Jacques Martial as Dominique
Joséphine Fresson as Edith
Claire Rigollier
2.35 : 1 screen/흑백/Mono (Westrex Recording System)/80분
"1986' Cannes Film Festival 황금카메라상
1986' Chicago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최우수작품상 후보
1987' César Awards, France 신인감독상 후보
1986' Torino International Festival of Young Cinema 최우수작품상"
언어/미국
자막/한국
번역/DRFA,에뒤뜨
"당신과 나의 심연 속으로 하강한다!"
(1948년에 출간된 테네시 윌리엄스의 단편 모음집 'One Arms')
현재까지 테네시 윌리엄스의 원작이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모두 17편입니다.
물론 <유리 동물원>의 어마 무시한 중복 리메이크는 하나로 계산했을 때죠...
DRFA에서는 이 영화를 끝으로 테네시의 모든 번역을 마감하고 있는 중입죠.
오늘은 그 17편 중에서도 가장 희귀작에 속하는 영화 한 편을 소개해드리죠.
발표와 동시에 칸느 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에게 수여하는 황금촬영상을 수상한 작품이죠.
1948년 출간된 테네시 윌리엄스의 단편 소설 11편을 모은 걸작 'One Arms'에 수록된
<욕망의 검은 안마사>를 스크린에 옮긴 것입니다.
이 영화로 데뷔하는 클레어 데버스 감독은 흑백으로 표현되는 4대3의 답답한 프레임 속에서
중년의 회계사의 욕망을 포착해내는데 성공하죠.
물론 여기에는 성기 노출까지 감행하면서 열연을 펼친 Francis Frappat의 연기가 한몫했죠.
테네시 윌리엄스가 밝힌대로 <흑과 백>은 마카베르의 논리에 대한 진중한 탐험입니다.
이미 이때 이런 폭력의 SM을 통해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미국의 청교도적 죄책감에
도전했다는 것만으로도 역시나 테네시는 시대를 한참 앞서간 선각자일 수밖에 없군요.
이 영화는 표피적으로만 보면 인간의 내면 속에 도사리고 있는
<동성애의 욕망>에 포커스를 맞추기 쉽상이지만
그렇게 단순한 시각으로 볼 영화가 아닙니다.
Tennessee Williams(1911~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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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시피주(州) 콜럼버스 출생. A.밀러와 더불어 현대 미국의 대표적인 극작가이다. 남부에서 출생하여 불황시대의 세인트루이스에서 불안정한 청춘시절을 보냈다. 미주리대학과 워싱턴대학을 중퇴하고 아이오와주립대학에서 연극을 전공, 졸업하였다. 뉴올리언스에서 호텔 보이와 제화회사의 잡부 등을 하면서 희곡 ·시 ·단편소설을 썼다. 최초의 다막극(多幕劇) 《천사의 싸움 Battle of Angels》(1940)은 실패했으나,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일하면서 쓴 《유리 동물원 The Glass Menagerie》(1944)이 시카고에서 상연되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것은 자서전적인 요소가 짙지만 시정이 풍부한 희곡으로서 한 집안이 몰락하는 과정을 추억이라는 베일을 통하여 그린 것이다. 다음 작품인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A Streetcar Named Desire》(1947)로 퓰리처상을 받아 전후 미국연극계를 대표하는 한 사람이 되었다. 이것은 사라져가는 남부의 문화적 전통을 고수하여 고립되고, 욕정을 이기지 못하여 타락하는 특이한 여성상을 창조한 것이다. 그 후에 《여름과 연기 Summer and Smoke》(1948) 《장미의 문신 The Rose Tattoo》(1950) 《카미노 리얼 Camino Real》(1953)을 발표하였고, 이어 성공작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Cat on a Hot Tin Roof》(1955)로 다시 퓰리처상을 받았다. 이것은 유산 상속을 둘러싼 가족 간의 추한 암투와 흥정, 허위로 위장한 인간의 겉옷을 벗기고 집념과 집념이 맞부딪치는 강렬한 쟁투를 그렸다. 이후에는 세속적인 폭력과 타협하지 않고 고독의 껍질에 틀어박힌 예술가 기질의 인물이 패배하는 줄거리를 엮은 이야기를 즐겨 써서 《지옥의 오르페우스 Orpeus Descending》(1957) 《지난 여름 갑자기 Suddenly Last Summer》(1958) 《청춘의 달콤한 새 Sweet Bird of Youth》(1959) 등 격렬한 세계관의 심화를 보였다. 즉 애정의 가치 부정, 약육강식의 사회구조 등을 통하여 인생에 의문을 던졌다. 그 후에 《적응기간 Period of Aduistment》(1960) 《이과나의 밤 The Night of the Iguana》(1962) 《우유열차는 이제 서지 않는다 The Milk Train Doesn’t Stop Here Anymore》(1963) 등을 발표하면서 관용과 인종의 정신을 호소하였다. 이 외에도 단막극집 ·시집 ·단편소설집 등의 여러 작품이 있고, 작품의 대부분이 영화화되었으며 몇몇 희곡은 한국에서도 상연되어 호평을 받았다.
주인공 안토니는 회계사이며 취미로 바이올린을 연주하기도 하고
지역 직장인으로 구성된 합창단에 나가 노래도 부르기도 하는 둥
겉으로보면 굉장히 온순하고 전형적인 중년의 샐러리맨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회사는 안토니오에게 지역에 있는 복합 피트니트 센터에 가서
전반적인 운영체계와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조사해 오라는 특명을 하달하죠.
모두 9개의 섹션으로 나뉘어진 피트니트 센터를 둘러보던 안토니오는
그중 마사지룸에 시선이 멈춥니다.
강렬한 체구의 미남 흑인이 마사지룸 담당자였죠.
어차피 모든 코너를 직접 체험해봐야 하는 안토니오는 천천히 흑인 마사지사에게
자신의 몸을 맡깁니다.
그렇게 시작된 마사지는 횟수를 거듭할수록 안토니오의 내면 속에 완전히 잠자고 있던
그 어떤 서늘한 본능을 깨우기 시작합니다.
마사지사 도미니크를 연기하는 Jacques Martial 는 실제 이종격투기 선수였다고 합니다.
암튼 도미니크는 안마가 거듭될수록 안토니오를 더욱 더 무시무시한 쾌락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영화의 엔딩으로 갈수록 도미니크의 안마를 지켜보는 관객들은
두 눈을 질건 감아야 합니다.
(테네시의 이 단편집에 수록된 11개의 이야기는 모두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연극으로 각색되었다)
뉴욕 타임즈는 이 영화를 두고
"절대 사전 정보 없이 테네시 윌리엄스의 느슨한 이야기를 따라가라"
고 했는데 완전 공감하는 리뷰입니다.
이 영화는 그 어떤 사전 정보 없이 봐야지만 테네시가 원래 하려고 했던
마키아벨리적 계급관을 확연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처음에는 가방끈과 사회적 지위로 계급이 나뉘어지지만
결국 인간의 계급을 결정 짓는 것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시키는
어떤 폭력의 시스템에 의해 결정지어진다"라고 하는
무시무시한 마키아벨리즘적 계급관을 공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왜 테네시의 문학을 읽어야 할까요?
그것은 이 세상에는 너무 많은 마키아벨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이 냉혹한 계급 철학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
너무 많이 늘려 있죠.
뭐, 멀리 갈 것도 없이 지금 한국 정치를 이끄는 우두머리들의 사고 속에
이 마키아벨리적 관념이 거의 지배하지 않나요?
마키아벨리즘 세계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방법은
테네시 윌리엄스의 문학을 많이 읽고 내 속에 살고 있는 무섭고 나약한
나도 모르는 진짜 나와 하루 빨리 대면하는 것이 우선이겠죠.
이 영화를 동성애의 욕망에 대한 탐구 따위로 치부해버리면 곤란합니다.
물론 테네시의 문학 전반 속에 애처로운 동성애의 욕망과 싸우는 인간의 모습이 많이
감추어져 있긴 하죠,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이상입니다.
뿌리 깊은 인간의 욕망과 복잡한 관계 속에서 테네시는
진짜 너의 모습이 사실은 이처럼 나약하고 무너지기 쉬운 연질의 영혼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있죠.
놀랍게도 1965년 제임스 레오가 발표한 <미드나잇 카우보이>의 주인공 캐릭터를
바로 테네시의 이 단편집 <원 암스>의 주인공 올리에게서 가져왔다고 하네요.
그 정도로 테네시의 이 단편집 속에 든 하나 하나의 캐릭터가 강렬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문학 평론가는 이 놀라운 산문집은
테네시의 최고 희곡이 갖는 초월적인 힘에 필적한다고 까지 했죠.
이 단편집에서 드러나는 극적 구조와 구어체 대화에서 부과된 어떤 한계 상황은
평소 테네시의 시적 과장 및 상징성의 경향에 기인하죠.
하지만 주제의 투박함에도 불구하고, 이 단편집의 이야기로서의 몰입감은
3인칭 서사가 보여주는 최고의 압도감을 선사합니다.
지금은 구하기 힘든 책이 되었지만 이걸 영상에 옮긴 클레어 데버스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희귀 필름이었습니다.
이상은 테네시 윌리엄스의 17편의 영화에 도전하고 있는
DRFA의 조나단 유였습니다.
[DRFA,JONAT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