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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에서 펼쳐진 오케스트라

by 유감독 posted Oct 1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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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조지 스티븐스의 마지막 작품이 우편으로 도착하다!)

 

 

 

 

갯벌에서 펼쳐진 오케스트라
- 동검도 예술극장ㆍ채플, 해든 뮤지엄 -

강화도 동검도에 있는 작은 경당인 동검도 채플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다녀올 기회만 기다리고 있었다. 이게 웬 떡인가! 평소 동검도 예술극장을 자주 애용하는 지인의 초대로 그 시기가 앞당겨졌고, 채플이 또 바로 2분 거리 같은 동네이다.


동검도 예술극장은 영화 '종려나무 숲'을 연출한 유상욱 감독이 직접 운영하는 1일 3회, 365일 상영하는 35석의 소규모 극장이다. 영화상영 직전에는 유감독의 피아노 연주와 작품해설까지 곁들여진다. 클래식한 흑백필름 펄벅의 대지를 보는 동안은 긴장과 구속 같은 굴레에서 훌훌 벗어나 대지를 밤새워 읽었던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해준다. 극장에서 나오자, 여전히 해질 무렵인데도 영화 속 대지 같은 5천만 평의 갯벌이 장관이다.


바로 옆동네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7평 규모의 채플에 들어서자, 역시 갯벌과 그 너머에 마니산과 초피산도 한눈에 들어온다. 가톨릭 조형예술연구소 대표이신 조광호 신부(75)의 염원으로 지어진 작은 경당이다. 20여 년 전부터 영적 쉼터를 마련하고싶었다는 조신부는 일출ㆍ일몰, 1일 2회 밀물ㆍ썰물, 낮은 산ㆍ작은 포구 등 모든 것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아직도 태고의 고요가 깃든 평화로운 작은 섬에 매력을 느껴 채플을 짓기로 결정했다고 전한다. 유학시절 알프스의 작은 채플에서 받았던 위로를 평생 마음에 지니고 있었는데, 그 어느 때보다도 위로가 절실한 시절에 주변의 도움을 받아 영혼의 쉼터이자, 숨터인 작은 예배당을 지었다고 고마움도 함께 전한다. 채플 옆 갤러리에서는 갤러리 개관 기념전으로 조광호 신부의 유리화 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채플과 갤러리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들이 주변 경관과의 조화로 경외감을 불러 일으킨다.


두 곳에서 나와 연륙교를 건너자, 바로 해든뮤지엄이 기다려주었다. 압구정에서 오랜 기간 갤러리를 운영하였고, 70세 만학으로 동양미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박춘순 관장(76)이 직접 기획ㆍ운영하는 미술관이다. 건물이 마치 제주 섭지코지의 유민미술관 느낌을 주는 자연친화 구조였다. 햇빛과 바람, 새소리 등 자연을 끌어들일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때마침 기획전시 국내외 유명화가 <동행>展이 열리고 있다. 뜻밖에도 섬 가운데 숲속에서 김창열ㆍ김환기ㆍ장욱진 등 9인의 국내대가들과 데이비드 호크니ㆍ제프쿤스ㆍ호안 미로 외 십여 명의 해외작가들 작품까지 감상할 수 있다. 이 전시에서는 현대미술의 흐름을 주도했던 세계적 예술가들의 작품과 서구의 모더니즘을 수용하면서도 본유의 정체성을 탐구하여 독자적인 한국의 모더니즘 미술을 빚어낸 국내 거장들의 작품, 그리고 서구의 비구상 경향이나 한ㆍ중ㆍ일의 팝아트 작품들까지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다.

신의 소리까지 갯벌무대에서 펼쳐진 오케스트라의 여운이 가을을 더욱 영롱하고 풍성하게 해준다.
 

 

이은자/수필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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