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독특한 스릴러 혹은 필름느와르의 향기 속으로

열차칸 살인사건,Compartiment tueurs,1965

by 애니 posted Jun 0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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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 가브라스,Costa-Gavras 감독

Catherine Allégret  ...  Bambi Bombat  
  Jacques Perrin  ...  Daniel  
  Simone Signoret  ...  Eliane Darrès  
  Michel Piccoli  ...  René Cabourg  

2.35 : 1 screen/color/Mono (Westrex Recording System)/95분
"1967' National Board of Review, 올 해의 탑 텐 영화,USA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1967' Edgar Allan Poe Awards 올 해의 최우수 추리 영화 후보"

언어/France
자막/한국
번역/DRFA,서은영





"거장의 생날것의 카메라 웍을 목격하라!"




후덥지근한 프랑스 마르세이유의 금요일 밤 10시 30분

한 대의 열차가 아비뇽을 향해 출발합니다.

열차는 디종, 리용, 발랑스, 아비뇽을 정차하면서

우리 부모 세대가 보릿고개를 넘느라 허덕일 때

그네들이 얼마나 아방 가르도한 1960년대를 누렸는지를 배아프게 목격해야 합니다.


열차 안 풍경은 옛날 우리나라 완행 열차 풍경과 비슷합니다,

특등칸도 있었지만 오늘 등장하는 여섯 명의 인물들은

좁아터진 3등 침대칸을 이용했죠.

복층으로 이루어진 닭장 같은 여섯 칸의 침대칸에

모두 생면부지인 타인들이 각자의 행선지를 향해 열차에 오른 것이죠.

그리고 열차는 무사히 아비뇽에 도착하고

모든 사람이 열차에서 내립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 한 여자 승객이 내리지 않습니다.

여자는 죽은 것이죠.


여자의 이름은 조제트 토마,

나이는 서른 살...

20살에 결혼, 25살에 이혼,

발랭 화장품의 홍보를 맡고 있고

화장품을 홍보하기 위해 마르세이유를 순회하다

변을 당한 것이죠.

핸드백 속에 현금 342 프랑과 캐나다 돈 1달러가 들어 있는 것으로 보아

범인은 여자의 돈이 목적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 목을 졸라 교살한 것인데

과연 범인은 같은 침대 칸의 여섯 명 중 한 명일까요?










이브 몽땅이 연기하는 강력계 형사 반장 그라찌는

죽은 여자와 같은 칸에 탔던 5명의 동승자들을 용의선상에 올립니다.

하지만 사건이 진행되면서

용의선상에 올랐던 다섯 명의 용의자들이 하나씩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기 시작합니다.


코스타 가브라스는 아주 특이한 내러티브를 사용합니다.

용의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독백으로

"내가 왜 하필이면 그 3등칸 열차를 탔을까?"를 읇조리며

자신의 인생이 어디부터 꼬이게 되었을까를

치밀하게 추적하는 기법을 사용합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엄밀히 말하면 추리 영화라기 보다

우리의 인생은 당장 내일 일어날 일도 예측하지 못하는

물고기 배속의 요나와도  같은 가련한 인생이란 데에 초점을 맞춘 것이죠.

다양한 인간군상이 나옵니다.


이제는 한물간 여배우로 젊은 내연남을 놓치기 싫어

회사에서 특등칸을 마련해주었지만 그 돈 마저 아끼려고 3등칸을 탔다가

용의선상에 오른 늙은 여배우 시몬느 시뇨레...

결국 그녀는 관객들이 그녀를 범인으로 의심하는 절정에서

범인의 총에 살해 당하는 세번째 희생자가 됩니다.

이렇다 보니 등장 인물들이 모두 쟁쟁합니다.

<시네마 천국> 라스트 씬, 텅 빈 극장에서 조각난 필름들을 보며

알프레도 아저씨와의 추억을 회상하던 어른 토토를 연기하던

자크 페랭의 완전 꽃미남 시절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제 6의 용의자로 영화에 등장해서 끝까지 관객들과 머리 싸움을 하죠.


번역을 엄청 잘 해야 하는 영화 중 한 편입니다.

수많은 등장 인물들의 동선을 따라가다가 자칫 잘못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번역을 해버리면

관객들의 생각이 실타레 뒤엉키듯 뒤엉키기 딱인 영화죠.

(한국의 수많은 영화 번역가들이 범하는 실례입니다)




(직접 디지틀 리마스터링 작업을 하고 있는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



이 영화는 2016년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강렬한 고집에 의해 프랑스 필름 복원의 명가

Lumières Numériques에 의해 복원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사운드의 원음을 살리기 위해 Costa-Gavras 감독이 소장하고 있던 35mm 네거티브에서

음원을 추출해서 네거티브와 합치는 작업을 한 걸로 유명합니다.

결과물요?

시네마스코프 화면으로 떠나는 프랑스 흑백사진 전시회라고 요약해 두죠.


왜 우리는 옛날 영화에 열광할까요?

영혼의 절반 쯤을 잠식하는

짙은 흑백의 콘트라스트...

그리고 현대 배우들에게는 감히 찾아볼 수 없는

그때 내 어린 시절의 상처를 꿰매어주던

옛날 배우들의 선 굵은 표정들에서 뿜어나오는 카리스마..

그리고 끝내주는 미장센...

한 장면 한 장면... 그냥 캡처해서

벽에 걸어두면 그대로 인사동 갤러리전이 되는 말할 수 없는 향수를 자극하는 앵글들...

코스타 가브라스...

데뷔작이기에 가능한 힘이 펄펄 끓어오르는 카메라 웍...




(코스타 감독이 직접 디지틀 리마스터링을 했다는 결과물은 눈이 부십니다!)



번역자들에게 원고를 받아들면

가장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프랑스어 전문가 은영님의 번역 때문에

숨쉴틈없이 봤습니다.

허작가 말로는 근래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재미 있었다고 하네요.

보고난 후 조나단 유의 결론...


"돈은 일만 악의 뿌리다!"


그저께 윤실장과 마지막회로 본 영화 <캐시 트럭>과 딱 맞아 떨어지는

플롯이지만, 감히 가이 리치가 넘볼 수 없는

아우라가 있네요~~~

완전 눈호강 했습니다,.

이브 몽땅, 자크 패랭, 장 루이 트리트낭, 시몬느 시뇨레,

미셀 삐콜리...  대체 이 많은 탑 스타들을

데뷔하는 감독이 어떻게 다 끌어모았을까요?

자, 과연 이 영화는 언제 개봉할 것인가?

기대하시라...


[DRFA,JONAT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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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FA의 모든 영화의 번역과 싱크와 감수는 

그 女의 손을 거쳐 탄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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