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람 베이자이,Bahram Beizai 감독
Susan Taslimi .... Naii
Parvis Pourhosseini .... Naii's husband
Adnan Afravian .... Bashu
Farokh-Lagha Hushmand
1.35:1 wide screen/color/2.1 돌비 디지틀/117분
언어/이란
자막/한국
번역/DRFA,김교수
"1999년 11월 페르시아 영화 잡지 <픽쳐 월드>가 150명의 이란 비평가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역사상 최고의 이란 영화>로 선정"
이 영화는 이란의 북부 언어인 길라키를 영화적 장치로서가 아닌
진지한 맥락에서 사용한 이란 최초의 영화입니다.
이란-이라크 전쟁 중 이란 남부의 후제스탄 지방에서 온
아프리카계 이란 소년 <바슈>의 잔혹한 성장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1980년 9월 22일 이라크의 이란 침공으로 시작해서
1988년 7월 20일에 끝난 8년 간 이어졌던 이란과 이라크 전쟁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란-이라크 전쟁은 <20세기의 가장 긴 재래식 전쟁>으로 불려왔죠.
무려 이 기간 동안 10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바슈의 부모는 고향 마을에 폭탄 공세가 이어지면서 사망하고
바슈는 화물 트럭을 타고 카스피해 북쪽의 전혀 다른 지역으로 탈출합니다.
바슈는 길을 잃고 방황하다가 두 아이를 키우는 Gilak계 여성 <나이,Na'i>의 농장으로 피신해 들어가죠.
나이의 남편 역시 이란 이라크 전쟁에 나간 상태입니다.
나이는 바슈를 쫓아내려 하다가 결국 아이가 불쌍해서 음식을 줍니다.
처음에는 서로를 적대시 하다가 마침내 시간이 지나면서 바슈는
나이를 엄마라고 부르는 단계까지 갑니다.
Gilaki 언어는 이란의 후제스탄 주에서 이란계 아랍인들이 사용하는
겔레트(남부) 메소포타미아 아랍어의 방언입니다.
비공식적인 상황에서만 사용되며 학교에서는 가르치지 않는 언어입니다.
그러니까 바슈가 의지하는 나이와 그녀의 두 아이 역시 사실은 비주류였던 거죠.
Gilaki 언어를 사용하는 나이의 두 아이를 바슈는 비록 언어가 통하지 않지만
자신의 친 형제처럼 돌봅니다.
나이가 병이 들자 바슈는 지극정성으로 그녀를 간호하죠.
하지만 바슈에게는 모든 전쟁 고아가 그러하듯
외상 후 트라우마가 뒤따르죠.
수시로 나타나는 죽은 가족들의 모습 때문에 어린 바슈는 갑자기 성격이 돌변하는
스트레스 증상을 보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나이가 늘 말하곤 하던 전쟁에 나간 아버지가 돌아옵니다.
돌아오긴 했지만 두 팔을 잃은 채로 집으로 온 것이죠.
자신을 적대시 하는 바슈를 보며 남편은 아내에게 자신의 허락없이
바슈를 가족으로 받아들인 것을 비난합니다,
지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처량한 이 가족은 과연 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한 가족으로 뭉쳐질 수 있을까요?
키아로스타미와 마흐말바프, 마지드 마지디 등 이란 감독의 영화에서
어린 아이는 단골 메뉴이죠.
줄거리만 보면 바슈 역시 이란 영화의 전형성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것 같지만
<바슈>는 놀랄 만큼 신선합니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전혀 다른 타민족의 아이가 자신만큼 가난한 시골에 정착해서
뿌리내리는 과정을 감독은 어느 한계선까지 밀어붙이면서
기이한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특히 동네 아이들에게 맞아 땅에 쓰러졌을 때 바슈가 빨리 교과서를 집어들고
페르시아어로 <우리는 이란의 아이들이고 이란은 우리 나라입니다>라고 읽는 대목에서는
고아로 남겨진 아이들을 저 멀리 창공에서 내려다보는 하나님의 가슴 아픈 심정을
관객 또한 느낄 수 있을 만큼 세상에서 혼자 된다는 것에 대해서
이보다 더 절절하게 묘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죠.
1999년 11월 페르시아 영화 잡지 <픽쳐 월드>가 150명의 이란 비평가와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바슈는 <역사상 최고의 이란 영화>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투박한 카메라의 움직임과 편집이 마치 1960년대 남미 영화의 리얼리즘을 연상케 합니다.
바흐람 베이자이 감독은 이슬람 문화와 이란 전통 연극을 공부했다네요.
1992년 <여행자>에서도 베이자이 감독은 이란 영화의 전통에 기대면서
독자적인 영화 문법을 창조해내는 걸로 유명합니다.
<바슈>에서 보여준 죽은 부모의 환영을 곳곳에서 발견하고 어린 바슈가 절규하는 것들을 통해
어른들의 폭력적 세계에 분노하는 아이의 심정을 이미지 적으로 잘 표현해낸 것이죠.
이란 영화의 숨은 거장 바흐람 베이자이의 <바슈>를
놀라울 만큼의 선명한 블루레이 대형 화면으로 감상할 유일한 기회입니다.
7월에 놓치지 마세요.
[DRFA,JONAT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