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벨 룽긴,Pavel Lungin 감독
Vladas Bagdonas ... Vyacheslav Petrov
Inga Strelkova-Oboldina ... Alla
Karen Badalov ... Nikodimov
Sergey Koltakov ... Nadezhkin
16:9 widel screen/color/5.1 돌비 디지틀/86분
"2012' Shanghai International Film Festival 남우주연상
2013' Nika Awards 최우수작품상 후보
2013' Russian Guild of Film Critics 남우주연상,음악상 후보"
언어/Russia
자막/한국
번역/DRFA,유감독
"<조나단 유 내 인생의 영화 16위>, 성 마태 수난곡이 전편을 수놓는 어느 아버지와 아들에 관한 이야기"
모처럼 내 마음을 울리는 영화 한 편을 번역해봤답니다.
여러분은 혹시 <성 마태 수난곡> 전곡이 흐르는 영화를 아시나요?
오늘 소개하는 영화 <지휘자>는 마치 성 마태 수난곡을 대중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감독이 작심하고 만든 영화 같아요.
영화 <섬>으로 영적 영화의 부활 혹은 푸틴 시대의 정교 수사학자라는 별명을 부여 받은
21세기 영화의 구도자 파벨 룽긴의 작품입니다.
우리는 가능한 그의 영화 모두를 보아야 합니다.
데뷔작 <택시 블루스>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자신만의 철학세계를 보여준 감독이죠.
<성 마태 수난곡>의 해석에 있어 탁월한 지휘자가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Vyacheslav Petrov...
그는 마침내 오랫동안 계획해온 <성 마태 수난곡>의 이스라엘 투어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단원들은 모두 이 공연에서 메인 보컬로 채택받기 위해 들떠 있습니다.
하지만 지휘자 비야체슬라브는 냉혹한 인물입니다.
소위 찔러도 피 한 방울 안나오는 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이 지휘자에게는 아부도, 뇌물도 통하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위해서는 어제의 친구도 가차없이 짤라버리는 무서운 인물입니다.
이런 사람을 지휘자로 둔 단원들은 하루 하루가 피마르는 생존의 정글을 헤매는 가여운 짐승들입니다.
하지만 비야체슬라브에게는 아무에게도 말 못하는 고민이 하나 있습니다.
(주인공 비야체슬라브를 연기한 배우 Vladas Bagdonas는 러시아의 유명한 가수이기도 합니다. 그가 부른 "새들,Paukščiai"을 들어보세요)
비야체슬라브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화가가 되고 싶어 했죠.
하지만 아버지는 극구 만류합니다.
화가는 가난한 삶이 기다리고 있으며 화가로 성공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고 아들을 윽박지릅니다.
하지만 아들은 아버지 몰래 그림을 그리고 그는 성인이 됩니다.
엄마는 아버지 몰래 아들의 경제적 후원을 해주었지만
결국 엄마가 세상을 떠나자 아들에게는 모든 경제적인 지원이 끊어지고 맙니다.
아버지에게 손을 벌려 보지만 아버지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습니다.
결국 아들에게는 전 세계를 떠돌아 다니는 유랑의 삶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들이 죽기 전에 그린 아버지의 초상화)
비야체슬라브는 이번 예루살렘 공연이 가장 두렵습니다.
이유는 바로 최근까지 아들이 머무른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노숙자가 된 아들이 최근까지도 자신에게 돈 몇 푼만 보내달라는 편지를 보내왔는데
발신지가 예루살렘이었기 때문입니다.
비야체슬라브는 마침내 예루살렘에 도착합니다.
그의 대형 포스터가 예루살렘 시내 곳곳에 붙여지죠.
그리고 그는 아들을 찾아가 보기로 합니다.
돈을 보내지 않는 자신의 선택에 대한 일말의 불안감 때문이죠.
그리고 찾아간 노숙자들의 쉼터...
그곳에는 이미 싸느란 시체가 된 아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들의 친구들은 아들을 장례 치를 돈을 좀 달라고 아버지에게 요구하지만
비야체슬라브는 끝내 거절합니다.
그때 친구들은 비야체슬라브에게 아들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그렸던 그림을 사달라고 합니다.
비야체슬라브는 그 초상화를 보고 경악합니다.
십자가에서 죽은 예수의 모습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놓은 것이죠,
아들의 그림을 사들고 돌아온 아버지는
그 다음 날부터 예루살렘 도시 곳곳을 배회하면서
자신의 인생에서 아들에게 했던 그 가혹한 결정들이
정말 옳았던 것인가에 대한 깊은 상념에 빠져들어갑니다.
그때 끊임없이 흐르던 성 마태 수난곡은 정말이지 시의적절한 OST일 수밖에 없네요.
(파벨 룽긴,Pavel Lungin,1949~)
1949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파벨 룽긴은 시나리오 작가이자 언어학 학사입니다.
1971 년 모스크바 주립 대학에서 언어학을 공부했죠.
그의 나이 마흔에 만든 '택시 블루스, Taxi Blues'는 그에게 첫 영화로
칸느 영화제 감독상을 받게 해줍니다.
이 영화 역시 뒷골목에서 말단 인생을 살던 두 남자가 우연히 해후해서 친구가 되어 가지만
두 친구의 인생은 색소폰을 통해 완전히 역전되어 갑니다.
자본주의를 경멸하던 모스크바가 얼마나 성공 앞에서 이율배반적인 얼굴을 가지고 있는지
신랄하게 비판한 그의 데뷔작이었죠.
그는 데뷔작의 성공 이후 줄곧 프랑스에 머물며 <루나 파크>를 만들지만 데뷔작 만큼의 주목은 끌지 못하죠.
그를 영화의 수사, 혹은 영화의 구도자로 자리매김해준 영화는
2006년에 발표한 <섬,Ostrov>입니다.
이 영화는 제 63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 평단을 뒤흔들어 놓았죠.
과거의 추악한 비밀을 가진 주인공이 어느 섬에 정착해서
목자의 삶을 살아가려 하지만 끊임없이 과거가 남자의 발목을 잡는 이 영화를 통해
어느새 권력에 물들어가는 러시아 정교회를 날카롭게 비판한 영화죠.
러시아 정교회의 명망 있는 지도자 알렉시스 2세로부터 '러시아 영화의 부활'이라는 칭찬을 받아내기도 합니다.
<지휘자>는 용서해야 할 때 용서하지 못한 어느 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인간이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지 못했을 때의 일어나는 세상의 혼동에 관한 집요한 관찰을
영화 전반을 아우르는 그레고리안 성가에 빗대어 만들어낸 일종의 철학서입니다.
놓치지 마세요.
마음 한 가운데 어떤 정점을 찍으며 이내 흐트러지는 물결의 잔상처럼
당신에게 수많은 인생의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될 거니까요...
[DRFA,JONAT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