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심연으로의 여행

그 무덤에 침을 뱉는다,J'irai cracher sur vos tombes,1959

by 유감독 posted Jun 27, 202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미셀 가스트,Michel Gast 감독

Christian Marquand ... Joe Grant
Claude Berri
Christian Boisseau
Daniel Cauchy ... Sonny

1.85 : 1  screen/흑백/MONO/100분
언어/France  
자막/한국
번역/DRFA,유감독




"장 콕토 만큼 극렬했던 삶을 살았던 보리스 비앙의 소설을 스크린에 옮기다"




지나간 신문 스크랩을 검색하다 보면

늘 명동극장에서 상영되었던 영화 리스트에 눈길이 머뭅니다.

당시 목마와 숙녀를 작사한 박인환 시인부터

가야금의 대가 황병기씨까지 참으로 당대의 예술을 이끌었던 분들이

프로그래머로 참여해서 그런지...

희한하게 명동극장의 프로그램들이 DRFA와 많이 겹쳐지는 것을 보고는

무척 신기해 하곤 합니다.

그 중에 미셀 가스트 감독의 1959년작품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J'irai cracher sur vos tombes'도 명동극장에서 개봉되었었군요.

일제 치하에  <낭화관>이었던 명동극장이

해방 후 <명동극장>으로 이름을 바꾸고

1960년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내어놓았던

보리스 비앙(Boris Vian)의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문제적 영화였죠.


비록 피부 색깔은 백인으로 태어났지만

피속 깊이부터 흑인이었던 주인공 조 그랜트의

세상을 향한 뼈 아픈  복수가 스크린을 장악하는 영화죠.

파리의 생활 좌파로 불리우는 루이즈 포르(Louise Faure)가

영원히 사랑했던 작가 보리스 비앙,

39세에 유명을 달리한 비앙은 프랑스의 지적,예술인들 사이에서

지울 수 없는 족적을 남겼죠.








전기 저자이자 가수였고, 또한 작곡가이자 극작가였던 비앙은

자신의 모든 작품에서 흑인들의 재즈 음악을 늘 BGM으로 깔곤 했습니다.

비스콘티의 걸작 <로코와 그의 형제들>에 삽입된 <일 마레>의

작사도 비앙의 것이랍니다.

특히 그가 50년대 말에 발표한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J'irai cracher sur vos tombes'는

외형적으로 백인 모습을 한 흑인 청년의 복수와 절규를 통해

전 세계에 우리가 눈으로 보는 피부의 껍데기가 갖는

질량의 가벼운 이중성에 대해 통렬하게 자각하게 만드는

도화선이 되기도 했죠.

그리하여 관용없는 세상이야 말로 짐승들의 도축장이며

인간이 한없이 천박해지는 순간이란 바로

편견과, 알량한 우월감에 갖혀 있을 때라는 교훈을

세상에 던져주곤 했습니다.







그 보리스 비앙의 놀라운 작품을,

크리스마스 특선으로 선정하는 선구안을 가졌던

1960년의 명동극장 프로그래머 선배님께 문득 존경심을 표하는 동검도의 12월입니다.

오늘 문득 1960년의 명동극장 상영 리스트를 보니

나와 꼭 닮은 영화 취향의 프로그래머들을

타임 머신을 타고 되돌아가  만난 듯해서

아침부터 기쁘기 그지없군요.






비앙은 결국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의

시사회를 며칠 앞두고 39세의 나이로

천재적인 그의 삶을 마감했다고 합니다.

흑백으로 펼쳐지는 지옥화에 아마도 박찬욱 감독이

무척이나 좋아할 듯 합니다.




[DRFA,JONATHAN]

 

 

 

Who's 유감독

profile

"최선을 다해 프로그램을 준비하라,

관객은 반드시 알아준다"


Articles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