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구띠에레즈 아레아,Tomas Gutierrez Alea+후안 카를로스 타비오,Juan Carlos Tabio 감독
Jorge Perugorría...Diego
Vladimir Cruz...David
Mirta Ibarra...Nancy
Francisco Gattorno...Miguel
Joel Angelino...German
Marilyn Solaya...Vivian
Andrés Cortina...Santeria priest
Antonio Carmona...Boyfriend
1.35:1 standard screen/color/2.0 모노/106분
"1995' Academy Awards, USA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후보
1995' Argentinean Film Critics Association Awards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1994' Berli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황금곰상 후보,심사위원특별상,관객상
1994' Chicago International Film Festival 남우주연상
1995' Goya Awards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1994' Gramado Film Festival 그랑프리,관객상,남우주연상,여우조연상
1993' Havana Film Festival 최우수작품상,감독상,관객상,남우주연상,여우조연상
1994' National Board of Review, USA 올 해의 탑 텐 필름
1995' Premios ACE 그랑프리,남우주연상
1995' Sundance Film Festival 최우수 라틴 영화상"
언어/Cuba+Mexico+Spain
자막/한국
번역/DRFA,유감독
"이룰 수 없고, 가지지 못하는 사랑으로 출렁이는 푸른 쿠바 그 한 가운데로..."
우리는 DRFA에서 개봉된 <관타나메라>를 통해서
토마스 구띠에레즈 아레아가 얼마나 천재적인 감독인지를 이미 목격하였습니다.
그의 가장 큰 장기라면 사람들에게 이념을 강조하지 않으면서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자신의 신념을 설파하는 타고난 재능을 갖고 있죠.
<딸기와 초콜렛>은 그의 작품 중 가장 성공한 작품인 동시에
우리 같은 제 3 세계의 민족들이 이 작품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일 정도로 굉장히 많은 쿠바식 은유와 메타포를 포진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알다시피 쿠바는 문화의 나라죠.
쿠바의 문화적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많은 문화평론가들은 궁금해 합니다.
쿠바 문화의 기원을 탐색해 보면
쿠바 문화는 공동체적 변별성이 굉장히 도드라진 나라죠.
<딸기와 초콜렛>에서도 주인공 디에고가 다비드를 데리고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가서 하바나의 시내를 보여주며 얘기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보라, 얼마나 많은 예술가들을 탄생시킨 도시인가?"
문화적 뿌리의 문제는 곧 한 공동체의 정체성 문제와 직결되곤 하죠.
<딸기와 초콜렛>에서 구띠에레즈 아레아 감독은
동성애자 디에고를 통해
한 국가의 문화적 정체성은 과거의 화석화가 아니라
갈수록 냉엄하고 복잡해지는 국제 사회에서 그 공동체가
살아남느냐 절멸하느냐의 키워드와도 같다고 말합니다.
<관타나메라> 처럼 역시 이번에도 구띠에레즈 아레아가 맞았네요.
현재 21세기 쿠바는 그 다양한 예술가들을 다 떠나보내고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사회주의 미완의 국가로 남아 있으니까요.
이 영화가 제작될 당시 라틴 아메리카 시네 누에보 형식에 호모 섹슈얼을 접목시킨다는 소문에
그의 팬들과 평론가들은 카스트로 체제에 관한 화끈한 풍자가 난무할 거라 예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놓고 보니 <딸기와 초콜렛>은 모두의 예상을 처참하게 깨는
인생에 관한 진지한 영화 한 편이 탄생되었답니다.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우리네 인생에 관한 영화입니다.
1979 년 쿠바의 수도 아바나, 공산당원인 대학생 다비드와
그를 첫눈에 보고 반해버린 게이 예술가 디에고와의 처연한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자신에게 다가온 게이를 보고
이 무슨 변태 새끼냐고 소스라치게 놀라던 다비드는
시간이 지날수록 디에고가 가진 예술에 대한 놀라운 안목과 재능...
그리고 그의 입에서 튀어 나오는 놀라운 문학적 소양에 조금씩 마음을 열고 빠져들어가는 내용입니다.
(네스토르 알멘드로스,N stor Almendros,1930~1992)
알려진대로 이 영화에서 디에고의 모델은
쿠바 예술계의 절대적인 재능을 보였던 네스토르 알멘드로스입니다.
그는 문학에서부터 그림과 무엇보다 사진 촬영술에서 독보적인 예술성을 보여주었죠.
특히 쿠바인 최초로 테렌스 멜렉과 찍은 <천국의 나날>로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누구보다도 하바나를 사랑했던 네스토르 알멘드로스는 카스트로 정권 아래서
동성애자로 도무지 살 수 없게 되자 국외로 망명의 길에 올랐죠.
그리고 머나먼 타국 이탈리아에서 에이즈로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동구권의 붕괴로 원조가 끊기고
미국의 경제봉쇄가 날로 심해지는 쿠바는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영양실조와 약품 부족으로 병들고 죽어가는
역사 이래 최악의 고난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죠.
이런 상황에서 동성애자가 쿠바를 살아간다는 것은 거의 지옥같은 상황이었겠죠.
이 영화를 찍을 때 이미 암세포가 온몸에 퍼져가던 토마스 구띠에레즈 아레아 감독은
자신의 조감독 후안 카를로스 타비오의 도움을 받아
신의 손길이 떠나가버린 하바나에 만연한 <상실된 사랑의 부조리>에 대해
마치 피를 토하듯이 써내려간 연서 같아 보입니다.
어느 날, 디에고는 문득 길거리에서 딸기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청년을 보고 영혼이 녹아내릴 듯이
사랑하게 되지만
이 세상에는 분명히 창조주로부터 내려오던 룰이란 게 있죠.
사랑은 이성과 이성 사이에서만 성립되어야 한다는 율법적인 룰이죠.
창조주로부터 모든 재능을 부여받은 디에고이지만
딱 하나 자신에게 부합되지 않는 룰,
디에고는 그 룰을 바꿀 수 없다면
차라리 그 룰에 편승해서 조금이라도 다비드의 곁에 머물고자 합니다.
편승의 방법으로 디에고가 선택하는 것은 예술입니다.
영화 내내 엄청난 양의 쿠바 예술들이 총망라하듯 튀어나옵니다.
위스키를 <자본주의 악마의 피>라고 부르는 순수한 청년 다비드...
디에고는 그런 다비드에게 영국의 시인 존 던을 가르치고 작가 레사마를 가르칩니다.
혁명 이후 고립되어 버린 쿠바에서 성장한 다비드에게
동성애는 완전한 타락한 자본주의의 죄악이었고
그런 다비드의 의식이 조금이라도 변화되기를 바라는 디에고...
가난한 다비드를 버리고 돈 많은 남자에게로 여자가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기도 하고
사랑하는 여자를 떠나보낸 다비드가
수많은 날을 방황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기도 합니다.
<관타나메라> 처럼 쉽지 않은 영화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한 세상 자체가 신과 악마의 계략이라는
토마스 구띠에레즈 아레아의 신조는 그의 영화 <최후의 만찬>에서 분명히 드러납니다.
계략으로 사용된 물질은 <사랑>입니다.
신이 경계선을 처놓은 <사랑>의 선을 건너 보려는
처연한 예술가의 몸부림을
코메디 형식으로 풀어낸 천재적인 작품입니다.
증오와 혐오의 21세기...
당신의 관념은 더욱 더 고집스럽게 굳어갈 수밖에 없는
험악한 세기말입니다.
어떤가요?
당신의 지적인 테두리를 놀랍게 확장시켜주는
한 쿠바 천재의 작품을 만나보지 않으시렵니까?
심각하지도 않으며 아주 재미 있게 풀어낸 제 3세계 걸작입니다.
[DRFA,JONATHAN]